[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최근 잔혹범죄가 잇따르자 사형집행을 주장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사형제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전남편을 무참히 살해하고 처참하게 시신을 훼손한 ‘고유정 사건’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된 사형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졌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12월30일 사형수 23명에게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한 이래 더 이상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정부에 사형제 폐지를 약속하는 국제규약에 가입할 것을 권고했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형제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 회원들이 지난해 11월30일 서울 마포구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세계 사형 반대의 날을 맞아 사형제도 폐지의 염원을 담은 조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사형제 폐지’ 인권위 권고 불수용..“국민여론·법감정 고려”

14일 인권위에 따르면, 정부 관계부처는 올해 2월 인권위 측에 사형제 폐지 관련 권고에 대한 불수용 답변서를 보내왔다.

이는 지난해 인권위가 전원위원회를 열고 결정했던 ‘사형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 가입 권고에 대한 공식 답변서다.

관계부처인 국무총리실과 외교부·법무부 등은 답변서를 통해 국민 여론과 법 감정, 국내·외 상황 등을 언급하며 즉각 이행은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인권위 측은 설명했다.

이같은 정부 결정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추후 절차를 거쳐 사형제 폐지 및 대체 형벌제도 도입을 다시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그동안 이같은 정부의 사형제 폐지 불수용 결정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는 1989년 12월 제44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됐다. 사형 집행 중지 의무와 폐지 절차 마련, 전쟁 중 군사적 범죄에 대한 사형 유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인간의 존엄성을 향상시키고 인권의 발전을 도모하며 궁극적으로 사형폐지로 나아가는 국제적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6개국 중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 이스라엘을 제외한 32개국이 해당 국제 규약에 가입한 상태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3월에도 2017년 유엔인권이사회(UNHRC) 국가별 정례 인권 검토(UPR)에서 나온 218개 권고 중 ‘사형제 폐지’ 등 97개 권고를 불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고유정 사형 선고해달라” 국민청원 참여 14만명 돌파

한편,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고유정을 법정 최고형인 사형에 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14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불쌍한 우리 형님을 찾아주시고, 살인범 ***의 사형을 청원합니다’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14일 오후 6시 기준으로 14만8000여명이 참여했다.

피해자의 유가족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살아 돌아올 것이라 믿었지만 결과는 저희가 예상했던 최악의 상황보다 더 참혹하고 참담했다”며 “이제는 죽음을 넘어 온전한 시신을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이제까지 밝혀진 여러 정황들은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더 치가 떨리는 것은 시신을 훼손해 바다에 나누어 버렸으며 무엇보다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자신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듣기에도 역겨운 범행동기를 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건 발생 이후로 저는 편히 잠을 이루어 본 적이 없고 배조차 고프지 않다”며 “범인이 잡히면 숨 쉴 수 있을까 했다. 생사를 확인하면 이 고통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시신조차 찾지 못한 지금 매일 하늘을 보며 절규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사형을 원한다. 무기징역도 가볍다. 인간으로서 한 생명을 그토록 처참하게 살해하는 그녀에게 엄벌을 내리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인명 경시 풍조가 만연할 것이다”며 “부디 법정 최고형 선고로 대한민국의 법이 가해자의 편이 아닌 피해자의 편이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제주지방경찰청은 5일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살인과 사체손괴 및 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의 실명과 얼굴, 나이 등을 공개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고유정의 얼굴공개와 사형 선고, 피해자의 조속한 시신 수습을 요구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