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70건 제보, “너 바보야?” “얼굴에 임팩트가 없어” 폭언·폭행 여전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통과된 지 6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괴롭힘 피해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에는 2019년 6월 현재 1일 기준 이메일 10~20건, 오픈채팅 30~40건, 온라인모임(밴드) 20~30건 등 평균 70여건의 ‘갑질 제보’가 들어오고 있는 실정.

실제로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거나 “너 바보야?”, “너는 얼굴 생긴 게 임팩트가 없다” 등의 폭언을 하는 직장상사의 갑질 사례가 공개됐다.

지난해 10월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직장내 갑질금지법 국회 조속 통과 촉구(괴롭힘 법통과) 기자회견에서 직장내에서 괴롭힘을 당한 당사자들이 그림을 그린 종이봉투를 쓰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상사 갑질에 눈물짓는 직장인들..“가해자 처벌조항 없고 익명신고 어려워”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1~5월 단체에 제보된 직장 내 괴롭힘 50건을 선정해 32개 유형으로 나눠 17일 공개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유예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번달에만 이메일,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하루 평균 70여건의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폭행 ▲폭언 ▲따돌림 등 50여 사례를 소개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한 제보자는 “회식이 끝난 새벽 1시에 직장상사가 무릎, 정강이를 30대 이상 걷어차 경찰차 3대가 출동했다”며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게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상사의 폭언, 멱살잡이, 야근 강요는 여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계약직 사원으로 근무할 당시 상사가 ‘너는 얼굴 생긴 게 임팩트가 없다’, ‘야 xx 그딴 궁리하지 말고 네 할거나 똑바로 해’ 같은 폭언을 들었다”며 “현재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내 태움 문제로 사직한 간호사는 “상사가 본인의 실수는 그냥 넘어가면서 동기나 후배들이 한 실수는 죽을죄로 취급하며 괴롭혔다”며 “병원에 이야기를 했으나 저보고 오히려 부서배치를 받을 생각이 있냐고 물었으며 이 때문에 공황장애가 생겼다”고 호소했다.

개인병원에서 근무하던 한 직장인은 근무 중에 갑자기 달려온 상사로부터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다고 제보했다. 이 상사는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를 ‘속시원ㅎㅎ’로 변경하고 “경찰에 신고할 줄 알았으면 몇 대 더 때릴 걸 그랬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여성 노동자는 송년회 때 ‘장기자랑’을 하라고 강요받았고 한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는 회사 공장설립 업무에 배치받아 지방 공사 현장에서 건설 노동을 해야 했다.

“어디서 6급 따위가 눈 동그랗게 뜨고 요구를 해?”라는 등 직급과 외모, 연령, 학력, 성별, 비정규직 등을 이유로 인격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상사도 있었으며 다수의 직원이 특정한 직원을 따돌리는 행위도 제보됐다.

이 밖에도 ‘후래자 삼배’라면서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담아 마시라고 강요하거나 사생활 관련 허위사실을 퍼트리는 상사, 차별적으로 시말서나 반성문을 쓰게 하는 상사, 본인의 업무를 전가하는 상사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이 오는 7월16일부터 시행되지만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을 알리는 방송이나 신문 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며 “법 시행에 따라 10인 이상 사업장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방안을 취업규칙나 단체협약에 반영해야 하지만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이 시행되더라도 가해자 처벌 조항이 없고 간접고용 노동자가 배제된다”며 “익명 신고가 어렵고 가해자가 사용자일 때도 사용자에게 신고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방안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1년에 1회 이상 실시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을 위한 ‘괴롭힘 상담원’ 선임 ▲피해자 심리 치료 등 ‘모범 취업규칙 제정’을 제시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산안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법)은 지난해 12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으며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다음달 16일 시행된다.

<사진=뉴시스>

◆정부, ‘공직자 갑질’ 뿌리 뽑는다..기관명 공개·승진 시 불이익

한편, 앞으로 공공기관의 갑질 사건이 부실하게 처리되거나 2차 피해가 발생하면 해당 기관명과 그 내용이 공개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5일 세종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80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갑질 근절 추진방안’을 심의·확정했다.

우선 정부는 공공기관의 갑질행위에 대해 징계감경을 제한하는 등 상향된 구속·구형 기준과 강화된 징계 기준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방침이다.

갑질행위로 징계가 확정된 경우 행위 유형·내용·징계처분 결과 등을 각 기관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또 신고된 갑질 사건이 묵인·은폐·축소되거나 2차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감사 등을 통해 확인되면 기관명과 그 사실 등도 공개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 대상 정부합동 감사 등 각종 감사 시 갑질에 대한 감사를 의무화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갑질 실태를 측정, 공개할 예정이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채용 시 갑질에 대한 인식 등을 평가할 수 있도록 면접시험을 개선하고 승진 시 평가 요소로도 반영할 계획이다.

민간 갑질 근절을 위해서는 원도급금액 증액 시 하도급대금 증액 의무화 등 하도급대금의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고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 운임 후려치기 개선 등 기업간 불공정행위를 근절할 방침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 사업장별로 예방·대응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고 지역별 전문상담센터를 설치해 피해자를 보호·지원한다. 특별근로감독과 직권조사도 강화한다.

문화·예술·체육·교육·의료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관행과 인권침해 근절을 위해 분야별 맞춤형 대책도 추진한다.

아울러 민간과 지방의 참여도 유도한다. 광역지자체 주관으로 관내 고용노동부·환경부·국토교통부·교육청·경찰 등 지방조직 중앙부처 일선기관이 참여하는 시·도별 갑질 근절 협의체를 구성해 민간 협력, 홍보, 실태조사 등 지역 밀착형 갑질 근절 시책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불공정거래신고센터, 물류신고센터, 예술인 불공정행위 신고·상담센터, 스포츠인권윤리센터, 대학 내 인권센터 등을 확충·신설해 민간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포함한 가이드를 개발·보급하고 공공기관의 각종 교육‧훈련프로그램 운영 시 갑질 근절을 위한 직장 교육도 강화한다.

어릴 때부터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습관이 몸에 밸 수 있도록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인성교육도 강화하고 대학원생 대상 갑질 근절 교육도 추진한다. 이외에도 갑질 사례집을 발간·보급해 갑질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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