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9일 새벽 폭행 뒤 의식을 잃은 친구를 광주 북구 한 원룸에 방치하고 도주하는 10대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경찰이 또래를 상습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10대 4명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범행 직후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된 이들은 또래를 노예처럼 부려먹고 물고문 뒤 조롱했으며 또래가 힘겹게 모은 돈을 빼앗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또래를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A(18)군 등 4명에게 살인·공갈·공갈미수 혐의를 적용해 오는 19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9일 오전 1시부터 광주 북구 한 원룸에서 30분 동안 또래 B(18)군을 번갈아 때리거나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뒤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달 19일 B군이 주차장 안내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월급 75만원을 갈취하고 B군의 원룸 월세 보증금을 빼앗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전남·북지역 고교 동창 또는 동네 친구 사이인 이들은 올해 4월부터 우산·목발·청소도구 등으로 B군을 상습 폭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광주 모 직업학교에서 만나 알게 된 B군을 자신들이 거주하는 원룸에서 동거하자고 제안한 뒤 청소·빨래·심부름 등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위계질서를 형성해 B군을 사실상 노예처럼 부려먹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심지어 이달 초 B군에게 가족 관련 패륜적 욕설을 강요한 뒤 세면대에서 물고문을 했고 ‘돈을 빌려오거나 주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협박까지 일삼았다.

이들은 B군이 4월20일부터 지난달 18일까지 주자창에서 일해 번 돈을 빼앗은 뒤 사흘간 출근하지 못할 정도로 마구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온 몸이 붓고 멍든 B군의 모습을 5차례에 걸쳐 사진·동영상으로 찍어 공유했고 동영상 촬영 당시에는 랩 형식의 노래 가사를 만들어 부르며 희화화하고 조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상습 폭행과 고문 행위는 B군을 겨루기·놀림 대상으로 삼으며 이뤄졌다.

이들은 세 차례 경찰 조사에서 “폭행 과정에 B군이 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B군이 말을 듣지 않아 재미 삼아 괴롭혀왔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이달 9일 B군의 신체 일부를 20~30차례씩 때린 뒤 B군이 깨어나지 않자 이불을 덮어두고 옆방에서 2시간 동안 도주 방법 등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폭행 직후에는 원룸에 다시 들어가 놓고 온 소지품과 B군의 휴대전화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태연하게 평소 타고 다니던 렌터카를 몰고 전북 순창으로 달아났다가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이들이 지속적으로 B군을 괴롭히고 폭행해온 점, B군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정황과 진술, B군의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최초 적용했던 폭행치사 혐의를 살인으로 바꿔 의율했다. 

다만 확정적인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기보다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행으로 판단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한편, 잔혹한 폭행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이번 사건의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본인을 유족의 지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광주 10대 집단폭행 결과는 사망 동생의 억울한 죽음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영안실에서 마주한 동생은 온몸이 피멍이어서 본래의 피부색을 찾아보기 힘든 상태였고 배꼽 등의 위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아픔이 스쳐간 몸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가해자들이 자수했다는 이유로, 만 18~19세 나이라는 이유로, 죽일 동기가 없이 폭행하다가 의도치 않게 죽었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소년법에 따르면 주동자는 3년, 나머지는 1년 5개월 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데 이게 정당한 법이라고 할 수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유족들은 가족이 차가운 시신이 돼 죽어갔음에도 이를 모르고 즐겁게 웃으며 일상을 보내고 밥을 먹었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며 “작은 형량이라도 줄어들지(감형받지) 않고 제대로 (처벌)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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