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최근 평균수명과 기대수명이 높아지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고령사회를 맞는 우리나라 50∼60대 10명 중 4명은 상황에 따라 ‘황혼이혼’이나 ‘졸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빠른 인식 변화를 나타냈다.

다만 황혼이혼과 졸혼에 대한 인식은 성별, 연령 등에 따라 차이가 뚜렷했다. 긍정적 인식은 남성보다는 여성, 중소도시·농어촌보다는 대도시, 60대보다는 50대 응답자에서 더 높았다.

지난해 11월22일 경남 함안군 함안면 입곡군립공원에서 노부부가 낙엽이 떨어진 산책로를 손을 맞잡고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22일 경남 함안군 함안면 입곡군립공원에서 노부부가 낙엽이 떨어진 산책로를 손을 맞잡고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50~60대 10명 4명, 황혼이혼·졸혼 ‘가능’

19일 보건사회연구원의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및 욕구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50∼69세 2022명을 대상으로 50세 이후 황혼이혼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긍정적 응답은 41.2%, 부정적 응답은 49.7%로 나타났다.

응답별 비율은 ‘황혼이혼은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다’가 39.9%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가능하면 하면 안 된다’(27.3%), ‘절대 하면 안 된다’(22.4%), ‘보통이다’(9.1%), ‘전적으로 할 수 있다’(1.3%)가 뒤를 이었다.

특히 남자, 고연령, 저소득층은 황혼이혼에 대한 인식이 더 부정적이었다.

부정적 응답 비율은 남자가 58.4%로 여자(41.0%)보다 높았고 ‘절대 하면 안 된다’는 응답도 남자가 30.1%로 여자(14.6%)보다 훨씬 높았다. 반면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다’는 응답은 여자가 48.7%로 남자(31.1%)보다 훨씬 높았다.

연령별로 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황혼이혼에 부정적이었다. 부정적 응답 비율은 65∼69세가 64.6%로 가장 높았고 이어 60∼64세(54.6%), 55∼59세(47.4%), 50∼54세(39.6%) 순이었다.

본인의 소득계층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대도시 거주자가 중·하위 소득계층이나 농어촌 거주자보다 ‘상황에 따라 황혼이혼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았다.

아울러 법률적으로 결혼 상태를 유지하면서 실제 별거 생활을 하며 각자의 생활을 하는 ‘졸혼’에 대해서는 신중년의 42.2%가 긍정적, 45.8%가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다’는 응답이 40.3%로 가장 높았고 ‘졸혼은 가능한 한 하면 안 된다’(23.0%), ‘절대 하면 안 된다’(22.8%), ‘보통이다’(12.0%), ‘전적으로 할 수 있다’(1.9%) 등이었다.

졸혼도 황혼이혼과 마찬가지로 남자, 나이가 많을수록, 농촌 지역에서 더 부정적이었다.

이 밖에 신중년에게 ‘자녀세대는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0.2%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자의 찬성 비율(68.0%)이 여자(52.6%)보다 높았다.

‘자녀세대가 결혼을 한다면 반드시 출산해야 한다’는 항목에 대해서는 응답자의67.4%가 ‘그렇다’고 답했고 역시 남자의 찬성률(72.8%)이 여자(62.1%)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뉴시스>

◆황혼이혼 급증에 전 배우자 국민연금 나눠 갖는 수급자 ↑

한편, 황혼이혼이 늘면서 전 남편이나 아내 등 이혼한 배우자의 국민연금을 나눠 받는 수급자가 늘고 있다. 고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노인 가구의 이혼이 증가한 영향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이른바 ‘분할연금’을 청구해서 받는 수급자가 지난해 2만8259명에 달했다. 이는 8년 사이 6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2010년엔 4632명에 불과했다.

분할연금 수급자는 ▲2011년 6106명 ▲2012년 8280명 ▲2013년 9835명 ▲2014년 1만1900명 ▲2015년 1만4829명 ▲2016년 1만9830명 ▲2017년 2만5302명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1999년 도입된 분할연금제도는 이혼한 사람이 배우자의 국민연금을 나눠 받는 경우를 말한다.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느라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더라도 혼인 기간 정신적, 물질적으로 이바지한 점을 인정해 일정 수준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지난해 분할연금 수급자를 성별로 보면 여성이 2만4944명(88.3%)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남성은 3315명(11.7%)이었다.

연령별로는 60∼64세 1만2025명, 65∼69세 1만429명, 70∼74세 4268명, 75∼79세 1243명, 80세 이상 294명 등으로 나타났다.

분할연금 월 수령액은 10만원 미만 6920명, 10만∼20만원 1만1329명, 20만∼30만원 5286명, 30만∼40만원 2590명, 40만∼50만원 1328명, 50만∼60만원 583명, 60만∼80만원 211명, 80만∼100만원 6명, 100만원 이상 6명 등이다. 월평균 수령액은 19만918원이었다.

이처럼 분할연금 수급자가 늘어난 배경엔 황혼이혼의 증가의 영향이 크다. 통계청의 ‘2018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지난해 이혼은 10만8700건으로 전년보다 2.5%(2700건) 증가했다. 이혼은 2015∼2017년 3년 연속 감소했다가 지난해 반등했다.

통계청은 “최근 결혼 자체가 줄면서 이혼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지난해 동거 기간 20년 이상 이혼이 9.7%, 특히 30년 이상은 17.3% 증가하는 등 황혼이혼이 크게 늘면서 이혼 건수를 끌어 올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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