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 백태:횡령 및 회계부정 무더기 적발→족벌경영 차단·의사결정 투명화로 신뢰 재정립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규모는 작은 학교지만 학생들의 학업을 지원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일했던 한 사립학교 교사 A씨.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일한 결과 개교한 지 20년 만에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로 꼽혔지만, 그러나 현재는 학교의 평판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A씨와 동료들의 노력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학생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학업을 겨우 이어가고 있는 상황의 발단은 이 학교 설립자인 B씨가 학교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면서다. 자신의 사업이 실패한 뒤 B씨는 학교가 어려워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교원들의 급여는 삭감하면서 본인에게 돈을 빌려 주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절차로 들어온 친인척들에게는 교원 급여의 두 배 이상을 지급했다. 직원들은 몇 년 간 야간 및 주말근무 등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B씨는 초과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인격적인 모욕도 서슴지 않아 많은 수의 직원들이 퇴사하기에 이르렀다. 학교를 힘쓴 교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지는 못할 망정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재단을 운영해 나가는 B씨와 그 가족들을 보고 있자니 A씨는 차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결국 비리로 얼룩진 재단을 더 이상 다니고 싶지 않아진 A씨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국 사회 부조리의 축소판인 사립학교. 재단은 교사를 채용할 때 친인척 혹은 뒷돈 거래로 자리에 앉히고 그 교사는 능력이라고는 부정과 비리로 온갖 만행을 일삼을 뿐이다. 횡령, 교직원 특혜 채용, 입학·성적 관련 부정청탁 등 사학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면서 교육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사학비리 근절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사립대 비리규모 2624억원, 예산의 68%는 ‘등록금·국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한민국의 역대 사학비리 실태를 공개했다. 재단횡령 및 회계부정으로 수천억원대 비리를 한데 모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19일 박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사학비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293개 대학(4년제 167개 대학, 전문대 126개 대학)에서 교육부 감사,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적발된 재단횡령, 회계부정 등 사학비리 건수는 1367건, 비위 금액은 2624억428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산술적으로 나눠볼 때 조사대상 사립대 1개 대학 당 4.7건, 9억1492만원의 비위가 적발된 꼴이다.

특히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서 발표한 금액보다 약 4.2배 큰 액수다. 앞서 권익위는 올해 1월, 수의계약, 분리발주위반 등을 제외한 대학 회계부정 금액이 646억원 수준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2624억4280만원으로 조사된 금액은 최소 금액이다. 박 의원은 “이 자료는 교육부를 통해 각 대학들로부터 자진해서 받은 자료이기 때문에 실제 재대로 조사를 진행한다면 비위 실태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소재 어느 사립대의 경우 감사원 감사를 통해 ‘수익용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이 적발돼 393억원이 보전조치토록 요구됐으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는 ‘해당없음’이라고 허위제출 됐다.

또한 최근 교육부 감사를 통해 비위가 적발된 고려대를 포함해 연세대, 성균관대 등 서울소재 주요 사립대가 비위 건수와 금액을 0(제로)인 것으로 제출해 자료를 사실상 은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박 의원실은 향후 이들 대학이 허위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교육부를 통한 행정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도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교육부는 각 대학에 자료제출 공문을 시행할 때 “자료제출에 불응하거나 허위의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 학교 또는 이사장에게 행정조치 등이 이뤄질 수 있음”을 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립대학의 비위가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각 대학들의 전체 예산의 대부분이 등록금과 국비지원으로 이뤄져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에 자료를 제출한 293개 대학 중에서 4년제 대학 167개 대학의 2018회계년도 전체 예산은 18조7015억원이다. 이중 53.13%인 9조9354억원이 등록금 세입이고  15.28%인 2조8572억원이 국비지원 세입이었다. 즉, 대학 한 해 예산의 68.41%가 국민이 낸 교육비이거나 세금인 셈.

전문대 126개 대학 역시 2017회계년도 전체예산 4조3943억원 중에서 등록금은 54.97%(2조 4157억원), 국비지원은 23.3%(1조237억원)으로 등록금과 국비지원 비중이 전체세입의 78.27%를 차지했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지난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례와 유사한 사례들이 많았다.

A예술대학교 이사장 자녀는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검증 없이 학교에 채용했다. 출근하지 않았는데도 이 자녀에게는 5009만원의 급여가 지급됐다.

B전문대 이사장은 학교에 수익용 건물을 증여했는데 퇴임한 뒤 이사장 가족이 이 건물에 무상으로 거주하는 사례도 있었다. 임차인이 계속 임대료를 내지 않는데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고 학교에서 받아야 할 미수 임대료만 9억1960만원에 이르렀다.

C대학교의 이사를 맡고 있는 이사장의 며느리는 소유한 아파트를 학교에 비싸게 넘겼다. 학교는 총장 관사를 구입한다며 당시 실거래가인 3억3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을 부풀려 4억5000만원에 구입했다.

D예술대는 대학총장이 총 90회에 걸쳐 사적으로 학교 법인카드를 사용해 골프장비용 2059만원과 미용실비용 314만원을 사용하고 교직원이 총 183회에 걸쳐 유흥주점 등에서 1억5788만원을 사용해 적발됐다. 또 학교운영경비 명목으로 교비회계에서 3억9709만원을 현금과 수표로 인출해 용도불명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E대학교 역시 2013년~2015년 학교 법인카드로 유흥주점, 단란주점에서 1168만원을 사용해 적발됐다.

F대학교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총장 소송 관련으로 추정되는 김앤장 자문비용 4억7960만원을 교비회계에서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자문계약서, 자문결과서 등 지출에 대한 구체적인 증빙자료도 남기지 않았다.

이처럼 회계비리는 그간 개별 대학의 문제이거나 개인의 일탈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박 의원은 이렇게 계속되는 비리는 단순히 일부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그 규모가 상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박 의원은 구조적, 제도적 개선을 통해 사립대학 비리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지난 17일 사학혁신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18일에는 국회도서관에서 ‘사립대학 비리 해결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고 사학법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전국교권수호교수모임과 공익제보자모임이 지난 3월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원공과대학교 국비 횡령 고발사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주최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원공대의 국고횡령·이사회 회의록 위조, 서울예술대의 업무상 배임·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 전남도립대의 성적조작·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사학비리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 ​쫓겨난 임원 쉽게 못 돌아온다..사학법 개정안 발의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에 이어 사립대학에 대한 개혁의지를 밝힌 가운데 그간 꾸준히 지적돼온 이사회 구조 문제, 이사진 및 총장 자격기준 강화, 임원 퇴출 등 비리 사학재단과 이사진을 개혁할 사학개혁 법안이 3일 발의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임원과 총장에 대한 자격기준을 강화해 학교에서 쫓겨난 이른바 ‘올드보이’가 쉽게 학교로 돌아올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기준은 임원취임승인이 취소되거나 파면된 지 5년, 학교의 장에서 해임된 지 3년으로 돼있다.

이 때문에 횡령과 채용비리 등 학교 운영에 문제를 끼친 비리 임원이 학교가 정상화되기도 전에 다시 돌아오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 임원과 학교의 장 결격사유 기한을 각각 5년에서 10년, 3년에서 6년으로 기존의 2배로 늘렸다.

해당 조항은 그동안 대학 현장에서 꾸준히 요구돼왔으나 국가공무원인 공립 교원과의 형평성 문제로 도입에 난항을 겪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사학뿐만 아닌 공립학교 출신 교원에 대해서도 사립학교 이사나 총장이 되기 위해서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도록 해 형평성 문제를 차단했다.

또한 학교법인의 임원취임 승인 취소 사유에 ‘위법행위나 취임승인이 취소된 자가 학교 운영에 간여하는 행위를 방조하는 경우’를 추가해 비리 임원이 학교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도록 했다. 해당 조항은 과거 사립학교법에 명시돼 있었으나 사립학교 투명성을 후퇴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2007년 개정 당시 삭제된 조항이다.

친인척 비리를 가능케 한 이사진 구성 기준도 강화됐다. 현행법은 이사장과 특수관계인 자의 총장 임명을 제한하고 있는데 ‘바지 이사장’을 세우고 이사와 특수관계인 자를 총장으로 임명해 이를 우회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 이사장뿐만 아닌 이사와 특수관계인 자의 총장 임명을 제한했고 이사 상호 간 친족 구성 비율도 현행 4분의 1미만에서 5분의 1미만으로 줄이도록 했다.

이와 함께 비리이사의 직무정지와 임시이사 파견 조건 완화 등 사립학교를 감시하는 교육부의 실질적인 권한 강화 방안도 마련됐다.

현행법은 시정요구 기간 중에만 직무수행을 정지할 수 있게 돼 있어 시정사항에 대한 검토 등 행정적으로 임원취임의 승인취소 여부 결정에 관한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해당 임원의 직무수행이 가능해 논란이 돼왔다.

이에 교육부가 임원취임 승인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진행 중일 때 절차가 끝날 때까지 해당 임원의 직무수행을 정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학교정상화를 위해 교육부가 파견하는 임시이사도 보다 쉽게 파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이사진의 부정과 비리가 밝혀져도 의결정족수를 초과하는 수의 이사가 취소돼야만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 있지만, 개정안은 단서조항을 삭제해 이사 중 1명이라도 취임승인이 취소되면 임시이사를 파견해 기존 이사진을 견제하고 학교정상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이사회의 ‘깜깜이 개최’도 금지했다. 그동안 이사회가 아무도 모르게 개최되고 사후에 이를 알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사회 개최가 결정되면 사전에 인터넷으로 공지하게 해 이사회에 대한 학교 내·외부 구성원의 감시를 강화할 수 있게 했다.

신 의원은 “사립학교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수십년째 사립학교에서 일어나는 전횡과 비리는 그저 몇몇 사학의 문제가 아닌 사립학교를 구성하는 제도 그 자체가 갖는 한계로 법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교육부와 수차례 협의는 물론 토론회를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준비했다”며 “사립학교의 공공성 강화와 민주적 운영이 이뤄지도록 후속 법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9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사립학교개혁과비리추방을위한국민운동본부와 반값등록금국민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학비리 근절과 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역할을 기대한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사학비리·부패’ 뿌리 뽑는다..특별신고기간 운영

한편, 사회에 만연한 사학비리의 뿌리를 뽑기 위해 사립학교의 횡령, 특혜채용, 입학·성적 부정청탁 등 부패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전담 센터가 마련됐다.

정부는 횡령이나 교직원 특혜 채용, 입학·성적 관련 부정청탁 등 사립학교의 부패행위를 근절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특별신고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권익위와 교육부는 사학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교육 공공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사학비리·부패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오는 8월9일까지 두 달간 특별신고기간을 운영한다.

신고센터는 권익위 서울·세종 종합민원사무소에 설치되며 대검찰청·경찰청·감사원·국세청 등 주요 수사·조사기관도 참여한다.

신고 대상은 ▲횡령·회계부정 ▲교직원 특혜채용 ▲보조금·국가장학금 부정 수급 ▲입학·성적 부정청탁 등 사립학교·학교법인과 관련된 부패·공익침해 행위와 부정청탁 행위다.

접수된 신고는 권익위와 교육부 조사관의 사실 확인 후 비위 정도를 고려해 감사원·대검찰청·경찰청에 감사 또는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필요한 경우 해당 공공기관에 송부해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참여기관의 적극적인 공조 하에 신고처리가 이뤄질 방침이다.

특히 권익위는 신고자에게 보상금과 포상금을 지급하고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신고 내용과 신고자의 신상정보 등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신고는 권익위 서울‧세종 종합민원사무소를 방문하거나 우편, 청렴포털, 국민신문고, 국민권익위원회, 참여기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가능하다. 정부 대표 민원 전화 ‘국민콜’과 ‘부패·공익신고상담’으로 신고상담 할 수 있다.

권익위와 교육부는 “이번 사학비리·부패 신고센터를 통해 적극적인 신고 분위기를 조성하고 사립학교 관련 부패행위가 근절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사건 처리·분석 과정에서 발견된 제도개선 사항은 협업 등을 통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사학비리에 더욱 분노하는 이유는 예산 대부분이 학생·학부모가 낸 등록금과 국비지원으로 이뤄져있기 때문이다. 국민 혈세를 엉터리로 써도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을 뿐더러 감사도 솜방망이로 진행되다보니 비리가 만연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학비리가 불거져도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게 교육당국의 현실.

때문에 사학의 공공성·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학 비리의 주된 원인인 사유재산화·족벌 체제 경영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

곳곳에서 학교와 학생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사학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고질적인 사학비리를 근절하는 대책 마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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