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조사단 현장 급파..정경두 ‘대국민 사과문’ 발표 “책임자·허위보고 엄정 조치”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 목선의 동해 삼척항 진입 사건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지난 15일 강원 삼척항으로 들어온 북한 어선의 ‘노크 귀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안 경계 실패를 덮으려고 핵심 내용을 은폐·왜곡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국방부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진입과 관련해 일선 부대가 적절한 조처를 했는지를 규명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국방부는 이순택 감사관을 단장으로 한 합동조사단을 편성해 북한 목선의 입항에 대한 경계작전 업무 수행의 사실 관계를 규명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합동조사단 요원들은 국방부 관계자, 작전·정보 분야 군 전문가, 국방부조사본부,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조사 대상은 합참, 육군 23사단, 해군 1함대 등 해안·해상경계 작전 관련 부대다. 이들 부대를 대상으로 1주일가량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조사 결과 문제점이 발견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발견된 문제점에 대해서도 조속히 보완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군의 경계 실패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큰 만큼 이번 합동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의 대대적인 문책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북한 소형 목선 경계 실패에 대해 사과하며 재발 방지와 관련자 문책을 약속했다.

정 장관은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15일에 발생한 북한 소형 목선 상황을 군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의 경계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점검해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문책하겠다”며 “군은 이러한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경계태세를 보완하고 기강을 재확립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사건 발생 이후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국민들께 소상하게 설명드릴 것”이라며 “사건 처리 과정에서 허위 보고나 은폐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15일 오전 6시50분께 강원도 삼척항 방파제 부두에는 북한 주민 4명이 탑승한 소형 목선이 군과 경찰의 감시망을 뚫고 접안했다. 낚시를 하는 민간인 등이 이를 발견해 112로 신고를 하면서 북한 주민의 접안 사실이 드러났다.

이 선박은 14일 오후 9시께 삼척항 동방 3.7∼5.5km까지 접근해 엔진을 끈 상태로 대기했다가 다음날 일출이 시작되자 삼척항으로 기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군의 해안 감시레이더에 한 차례 포착됐지만 감시 요원들은 파도에 의한 반사파로 오인해 식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5일 오전 6시15분께 해안선 감시용 지능형 영상감시체계에도 삼척항으로 진입하는 북한 목선이 1초간 2회 포착됐지만 일반 어선으로 착각하고 감시에 실패했다.

지난 15일 강원 삼척시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어선이 해경 경비함에 의해 예인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군경의 경계를 뚫고 강원도 삼척항으로 귀순한 ‘북한 목선’ 사태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군의 경계태세 소홀을 비판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북한 어선이) 북방한계선을 넘어 삼척항 부두에 정박하기까지 군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은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며 “해상경계작전에 큰 허점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국방부와 우리 군은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세밀한 조사로 철저히 진상을 밝혀 소상히 국민 앞에 보고하고 뼈를 깎는 자성으로 엄중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당정협의를 통해 안보태세를 강화하고 국민 불안을 씻도록 재발 방지책을 세울 것”이라며 “해안 감시 레이더 등 감시정찰 장비를 개선하고 필요하면 긴급 예산 편성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9·19 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하라는 일부 야당의 주장은 과도하다”며 “번지수를 잘못 찾은 진단과 해법이다. 잘못은 질책하되 남북군사합의 폐기와 같은 속 보이는 주장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의 안보가 최악”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국방 무력화와 안보파기로 안보해이를 불러 왔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북한 어선이 유유히 삼척항까지 내려왔지만 우리 군은 아무도 몰랐다. 경비는 완전 무방비 상태였다”며 “그 어선에 무장공비가 타고 있었다면 어쩔 뻔했나. 대한민국 영해를 찾아온 낯선 자의 노크, 너무나 공포스럽고 오싹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경계 실패를 덮으려고 은폐·왜곡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다니 용서받지 못할 행태”라며 “국방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누구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황 대표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탄도미사일이라는 사실 자체를 밝히지 않고 있는 정권이다. 북한이 여전히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데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북한 제재를 풀어달라고 호소하는 정권”이라며 “나라의 안보는 그 나라 대통령의 안보의식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어 “9·19 군사합의를 무효화하는 게 맞다. 우리 군의 경계 태세를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원내정책회의에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코미디 영화에나 나올 법한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며 “더 심각한 문제는 군 당국이 경계에는 문제가 없었고 떠내려 온 북한 선박을 어민 신고로 발견해 삼척항으로 예인했다는 거짓브리핑으로 사실을 은폐하고 조작하려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계에만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라 양심에도 큰 구멍이 뚫린 것”이라며 “거짓브리핑을 반복하며 국민을 속인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행위”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만약 귀순자가 아니라 북한 무장 군인이 내려왔어도 국민들에게 몰랐다, 배째라 말할 것인가”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은폐 조작에 가담한 관련자 전원을 엄중히 처벌하고 경계소홀로 국가 안보에 구멍을 낸 책임자 전원을 문책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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