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통신망에 자필로 사직인사, “개혁 물결 속 공정하고 바른 국민의 검찰로 발돋움하길”

지난 1월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년 여성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검찰총장 후보자였던 봉욱(54·사법연수원 19기)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20일 사의를 밝혔다.

봉 차장이 공식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59·23기)의 사법연수원 선배 고검장·검사장들의 줄사표가 예상된다.

봉 차장은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사직인사, 작별할 시간이 됐습니다’라는 제목의 자필로 쓴 글을 올리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 1984년 법과대학 신입생 시절 사도법관 김홍섭 판사님의 ‘무상을 넘어서’라는 수상록을 읽고 이분처럼 법조인의 삶을 살면 좋겠다고 마음먹게 됐다”며 “검찰시보로 근무하며 진실과 정의를 찾기 위해 밤늦도록 진한 땀방울을 흘리는 모습이 좋아 검사의 길을 택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초임검사 시절 선배들의 가르침 세 가지를 지켜가자고 다짐했다”며 “내가 처리하는 사건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자,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훗날 후배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게 처신하자, 빛나는 자리에 가려하지 말고 어디든 가는 자리를 빛나게 하기 위해 노력하자(였다)”고 말했다.

봉 차장은 그간의 ▲재벌가 2·3세 주가조작 사건 ▲증권선물거래소·코스콤 비위사건 ▲고리원자력 발전소 1차 납품비리 사건 ▲울산교육감 비위사건을 떠올리며 “법리와 증거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되 억울함이 없는지 꼼꼼히 챙기고자 애썼다”고 설명했다.

또한 만삭 의사부인 살인사건,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살해사건, 건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 등 형사사건을 언급하며 “검찰과 경찰이 한 마음으로 몰입해 법에 따른 합당한 심판을 받게 하면서 피해자와 사건 관계인의 가족들을 따뜻하게 배려하기 위해 마음을 썼다”고 말했다.

봉 차장은 정책기획부서와 기관장 근무시절에 대해서는 “‘정의롭고 믿음직한 검찰, 따뜻한 인권검찰’을 지향하고자 벽돌 한 장을 놓는 마음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변호인 참여제도 도입과 피해자보호시스템 마련 등 각종 제도 변경 등 검찰 업무의 터를 닦는 일과 관련해서도 “함께 머리를 맞대었던 시간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싶다”고 기억했다.

아울러 봉 차장은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노련한 사공이 험한 바다를 헤쳐 나가듯, 세찬 변화와 개혁의 물결 속에서 ‘공정하고 바른 국민의 검찰’로 새롭게 발돋움할 것을 믿는다”며 “저는 이제 미지의 새로운 길에서 검찰가족 여러분들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뚜벅뚜벅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출신으로 여의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봉 차장은 1993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과 대검 공안기획관, 법무부 인권국장·기획조정실장 등 특수·공안·기획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7년 대검 차장으로 부임해 2년간 문무일 검찰총장을 보좌했다.

봉 차장의 사의 표명은 윤 후보자가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된 지 사흘 만이다. 그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린 차기 총장 후보 4명 중 윤 후보자와 함께 유력한 후보로 꼽혔었다.

봉 차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앞으로 검찰 내 남아있는 윤 후보자의 선배 및 동기 기수인 19기~23기에서의 추가 사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후보자가 지명된 다음날인 18일에는 송인택(56·21기) 울산지검장이 언론을 통해 “총장 임명 절차와 국회 일정 등을 보고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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