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지분 4.3% 매입, 향후 10%까지 늘릴 계획도 언급
경영권 분쟁 중인 조원태 ‘백기사’ 관측..사실상 우위 선점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한진가(家)와 KCGI(강성부 펀드)의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업계에서는 고(故) 조양호 전 회장 시절부터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델타항공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는 평가.
최근 KCGI가 한진칼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한진그룹 오너가와 경쟁하고 있지만, 델타항공의 이번 지분 매입으로 조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델타항공은 20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양국 규제당국의 승인이 이뤄지면 지분율을 1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태평양지역 항공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두 회사가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며 이번 지분 매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투자는 양사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델타항공은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 KCGI에 이어 한진칼의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등 한진가가 28.94%, KCGI가 15.98%, 국민연금이 4.11%를 보유 중이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2000년 글로벌 항공동맹 ‘스카이팀’을 창설하고, 지난해 5월 조인트벤처(JV)를 출범하는 등 수 십 년간 동맹 관계를 강화해왔다.
이런 이유로 업계 일각에서는 델타항공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조 회장의 백기사로 나섰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동안 KCGI는 공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면서 조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해 왔다.
특히 조 회장(2.34%)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한진칼 전무(2.30%) 등이 26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마련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경우 그룹 경영권을 KCGI에게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델타항공이 조 회장의 우군으로 깜짝 등장하면서 경영권 방어가 한결 수월해지고, KCGI와의 지분 경쟁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한진가 보유 지분과 델타항공 지분을 더하면 지분율은 33.24%로 높아진다. 여기에 델타항공이 10%까지 지분율을 확대한다면 38.94%로, 이는 KCGI가 보유한 지분율의 2배가 넘는다.
국민연금이 KCGI 편에 선다 해도 절반 가량의 소액주주를 우군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조 회장이 KCGI의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