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지분 4.3% 매입, 향후 10%까지 늘릴 계획도 언급
경영권 분쟁 중인 조원태 ‘백기사’ 관측..사실상 우위 선점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지난 2017년 6월23일 미국 L.A.에 위치한 윌셔 그랜드 센터에서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 운영을 통한 양사간 협력 강화 내용을 담은 협정을 체결했다. 사진은 당시 조원태(오른쪽 세번째부터) 대한항공 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 스티브 시어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 및 글로벌 세일즈 전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진그룹>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지난 2017년 6월23일 미국 L.A.에 위치한 윌셔 그랜드 센터에서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 운영을 통한 양사간 협력 강화 내용을 담은 협정을 체결했다. 사진은 당시 조원태(오른쪽 세번째부터) 대한항공 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 스티브 시어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 및 글로벌 세일즈 전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진그룹>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한진가(家)와 KCGI(강성부 펀드)의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업계에서는 고(故) 조양호 전 회장 시절부터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델타항공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는 평가.

최근 KCGI가 한진칼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한진그룹 오너가와 경쟁하고 있지만, 델타항공의 이번 지분 매입으로 조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델타항공은 20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양국 규제당국의 승인이 이뤄지면 지분율을 1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태평양지역 항공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두 회사가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며 이번 지분 매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투자는 양사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델타항공은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 KCGI에 이어 한진칼의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등 한진가가 28.94%, KCGI가 15.98%, 국민연금이 4.11%를 보유 중이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2000년 글로벌 항공동맹 ‘스카이팀’을 창설하고, 지난해 5월 조인트벤처(JV)를 출범하는 등 수 십 년간 동맹 관계를 강화해왔다.

이런 이유로 업계 일각에서는 델타항공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조 회장의 백기사로 나섰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동안 KCGI는 공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면서 조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해 왔다.

특히 조 회장(2.34%)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한진칼 전무(2.30%) 등이 26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마련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경우 그룹 경영권을 KCGI에게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델타항공이 조 회장의 우군으로 깜짝 등장하면서 경영권 방어가 한결 수월해지고, KCGI와의 지분 경쟁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한진가 보유 지분과 델타항공 지분을 더하면 지분율은 33.24%로 높아진다. 여기에 델타항공이 10%까지 지분율을 확대한다면 38.94%로, 이는 KCGI가 보유한 지분율의 2배가 넘는다.

국민연금이 KCGI 편에 선다 해도 절반 가량의 소액주주를 우군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조 회장이 KCGI의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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