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사태:총체적 부실이 낳은 인재→상시 점검 통한 소동 발생 최소화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인천 붉은 수돗물 원인이 인재라는 소식 모두 들으셨나요?”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20일 이상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구지역 부근에 살고 있는 40대 주부 A씨는 걱정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수돗물 상태가 최악이라는 신고와 민원이 쇄도하고 피부질환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여전히 속출하고 있기 때문. 당초 A씨는 자신의 동네는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그 생각이 곧 안일한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날이 가면 갈수록 해결되기는커녕 점점 피해지역이 확산되면서 깨끗하게 물이 잘 나오는 A씨의 집도 안전지대라는 보장이 사라졌다. 특히나 아직 5개월밖에 안된 아기가 있다 보니 더욱 불안하고 조바심은 커져만 갔다. 

지난 21일 붉은 수돗물이 나온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아파트단지에서 긴급 생수가 지원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1일 붉은 수돗물이 나온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아파트단지에서 긴급 생수가 지원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30일 시작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인천 서구 지역을 넘어 중구 영종도와 강화도까지 확산되면서 1만여 가구와 150여개 학교가 피해를 겪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 

붉은 수돗물 사태와 관련 조속한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시민들은 저마다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이번 사태 대응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 인천→서울→경기도 광주..‘붉은 수돗물’ 파동 어디까지 이어지나

최근 인천과 서울에서 잇따른 수돗물 적수 발생 사고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의 한 빌라 단지에서도 적갈색 수돗물이 공급된다는 민원이 제기돼 당국이 원인조사에 나섰다.

22일 경기 광주시에 따르면, 송정동 A빌라 단지(전체 400여가구) 16가구에서 최근 한 달 사이 적갈색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잇따라 접수됐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흰 천을 대고 10여분 정도 있으면 적갈색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수돗물에 흰 천을 대 보면 천색이 변하고 필터도 하루 만에 색깔이 변한다”며 “관계기관에서 나와 수질검사를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며 써도 된다고 했지만 먹어도 되는 건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주민 상당수는 정수기 필터가 적갈색으로 변했다고 민원을 제기했다”며 “탁도, 잔류 염소 등 5개 수질 항목 검사에서는 일단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수자원공사 한강권역본부에서 59개 수질 항목에 대해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다음 주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과에 따라 대책을 즉시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는 2009년부터 수자원공사에 관내 상수도 관리를 위탁하고 있으며 A빌라 단지 외에 집단 민원이 제기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쏟아져 서울시가 긴급 조사에 들어간 바 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에는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 아파트 등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오염된 수돗물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현장조사 결과 6건의 민원 중 3곳에서 기준보다 높은 탁수가 검사됐다”며 “원인미상의 교란요인으로 노후된 배수관에서 침전물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나 면밀한 검토를 통해 원인을 명확히 밝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준치를 초과한 물은 생활용수로만 사용토록 안내하고 음용수는 충분한 양의 병물 아리수와 물차를 지원하고 있다. 또 해당 지역 주변 수도관을 세척하고 물을 빼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1일 새벽 0시10분께 붉은 수돗물이 나온 아파트를 방문해 “먹는 물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서울시로서는 치욕적인 일”이라며 “노후관로는 긴급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조치를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그간 서울시는 대부분의 낡은 상수도관을 교체했다고 밝혔지만 해당 구역은 교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1984년부터 노후관 교체 사업을 추진해 지난해 연말 기준 전체 상수도관 1만3571km중 1만3396km(정비율 98.7%)를 정비했다. 그러나 재개발지역 등 37km를 제외한 나머지 138km는 오는 2022년까지 정비될 계획이었다.

이번 민원지역을 포함한 인근지역의 노후 상수도관은 당초 2020년에 개량할 계획이었으나 적수 발생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예비비를 사용해 최대한 시기를 당겨 교체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인천시의 붉은 수돗물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서울시에도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1일 의원총회에서 “제가 며칠 전 전국의 다른 지방자치 단체에서도 불안감을 호소한다고 했는데 현실로 나타났다”며 “문래동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나왔고 한강 수영장 수도꼭지를 열어도 색깔있는 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붉은 수돗물 사태를 구약성경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나일강이 피로 붉게 물드는 재앙’에 비유하며 “붉은 수돗물 현장에 나가 환경노동위원회 위원과 당 정책위원회 위원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말씀을 듣고 원인이 규명되도록 챙기겠다”고도 했다.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이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천 지역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에 대한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결과 적수사태는 수돗물 공급체계의 무리한 전환(수계전환)에 의해 촉발됐고 초동 배수조치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은 붉은 수돗물 민원발생 지역을 나타내는 지도. <사진=뉴시스>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이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천 지역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에 대한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결과 적수사태는 수돗물 공급체계의 무리한 전환(수계전환)에 의해 촉발됐고 초동 배수조치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은 붉은 수돗물 민원발생 지역을 나타내는 지도. <사진=뉴시스>

# 정부·인천시, 붉은 수돗물 사태 해결에 총력

붉은 수돗물 사태가 지속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붉은 수돗물 사태로 대체급식을 실시하던 인천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집단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인천시교육청과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20일 인천 서구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 13명이 설사와 복통 등 식중독 의심증세를 보였다. 이들은 전날인 19일 점심에 대체급식으로 나온 빵, 음료, 우유 등을 먹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학교는 17∼18일 생수로 조리한 급식을 하다가 19일 하루만 대체급식을 했다. 식중독 의심 환자가 발생하자 전날부터 급식을 중단하고 단축 수업에 들어간 상태다.

학교 측 신고를 받은 보건당국은 식중독 증상을 호소하는 학생과 보존식에서 검체를 채취해 노로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28일까지 급식을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인천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이어진 붉은 수돗물 사태로 21일 오전 기준 서구, 중구 영종도, 강화도 지역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 159곳이 급식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104곳은 생수를 이용해 급식을 조리하고 있으며 43곳은 급수차를 지원받아 급식하고 있다. 외부 위탁 급식이 9곳, 대체급식은 3곳이다.

앞서 이달 11일에도 붉은 수돗물 사태로 대체급식을 했던 서구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 13명이 설사와 복통 증세를 호소해 보건당국이 역학 조사를 벌였다.

붉은 수돗물 사태로 주민생활의 불편은 물론 상황의 심각성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성이 커지자 정부와 인천시는 붉은 수돗물 문제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환경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가 합심해 현장지원에 최대한의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정부와 인천시는 21일 인천시청에서 합동브리핑을 통해 복구와 응급지원, 현장소통, 재발방지 등 전 분야에 대한 향후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인천시와 환경부·한국수자원공사 합동으로 ‘정상화 지원반’을 인천시청에서 운영하고 수자원공사 등의 전문인력을 최대한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정상화 지원반은 주민 식수 불편과 학교 급식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식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자원공사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병입 수돗물을 최대한 지원하고 급식 재개를 위한 급수차(현재 46대)도 지속 지원할 계획이다.

급식 안전과 관련해 식약처는 24일까지 피해 지역학교의 대체급식 공급업체와 식재료 납품업체 등 55곳에 대한 위생 점검을 완료할 예정이다.

학교급식소 납품업체 점검을 통해 유통기한 경과제품 사용 여부, 식재료 세척·소독 준수 여부, 냉장·냉동식품 등의 보관기준 적정성 여부 등을 확인한다.

또한 환경부 주관으로 ‘수돗물 안심 지원단’을 구성, 민원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정확한 실태 조사와 수질 분석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매일 공개할 예정이다. 인천시와 합동으로 복구상황과 지원상황, 생수 및 학교급식 지원상황 등에 대한 일일 브리핑도 시행하기로 했다.

수돗물 사고로 인한 피해보상은 원칙적으로 인천시가 부담하되, 인천시 재정 부담을 고려해 행안부와 교육부가 각각 재난안전특별교부세 15억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행안부는 15억원을, 교육부는 20억원을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에 지급한 바 있다.

인천시는 주민단체를 포함한 ‘민관합동정상화위원회’(가칭)를 구성해 객관성 있는 보상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도 인천시 피해보상 과정을 점검하고 노후상수도 사업을 우선 지원하는 방안 등을 추가로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환경부는 이번 사고와 같은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7월 중에 대응 체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사고 원인 조사와 후속 조치 과정 등 전 과정을 담은 백서를 발간해 배포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하루빨리 피해지역 주민들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 17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수돗물 피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 주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 17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수돗물 피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 주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 수돗물 “마신다” 37.2% vs “안마신다” 55.0%

한편, 국민 절반 이상은 현재 수돗물을 음용수로 사용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현재의 수돗물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신감이 다수에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9일 수돗물 음용 실태와 계획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현재 미음용’이라는 응답이 55.0%로 ‘현재 음용’이라는 응답(37.2%)보다 오차범위(±4.4%포인트) 밖인 17.8%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향후 음용 계획에서도 ‘향후 미음용’이라는 응답이 53.2%로, ‘향후 음용’ 한다는 응답(39.0%)보다 14.2%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음용 실태를 보면, ‘현재 미음용’ 응답이 경기·인천(현재 미음용 62.8% vs 현재 음용 31.7%)과 서울(59.5% vs 36.4%), 대구·경북(54.9% vs 28.8%), 대전·세종·충청(51.1% vs 39.8%), 남성(60.0% vs 32.8%), 여성(50.2% vs 41.6%), 30대(64.3% vs 27.7%), 20대(62.4% vs 31.6%), 50대(62.0% vs 30.9%), 40대(55.5% vs 40.4%), 학생(62.3% vs 36.1%), 노동직(59.4% vs 34.9%), 사무직(58.7% vs 36.8%), 자영업(54.9% vs 35.7%)에서 다수였다.

‘현재 음용’ 응답은 광주·전라(현재 미음용 39.9% vs 현재 음용 47.1%)와 60대 이상(38.7% vs 49.4%)에서 우세했다. 부산·울산·경남(44.9% vs 46.9%)과 가정주부(44.0% vs 47.2%)에서는 양측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향후 음용 계획에 대해선 ‘향후 미음용’ 응답이 경기·인천(향후 미음용 58.6% vs 향후 음용 35.9%)과 서울(57.1% vs 38.7%), 부산·울산·경남(50.1% vs 41.7%), 대전·세종·충청(49.9% vs 40.9%), 대구·경북(46.8% vs 36.9%), 남성(55.0% vs 37.7%), 여성(51.5% vs 40.3%), 20대(64.0% vs 30.0%), 30대(63.8% vs 28.2%), 40대(57.4% vs 38.5%), 50대(52.8% vs 40.1%), 학생(70.6% vs 27.9%), 사무직(58.0% vs 37.5%), 노동직(55.1% vs 39.3%), 자영업(53.8% vs 36.9%)에서 절반을 넘었다.

‘향후 음용’ 응답은 60대 이상(향후 미음용 36.7% vs 향후 음용 51.4%)에서 절반 이상이었다. 광주·전라(42.3% vs 44.7%)와 가정주부(45.3% vs 45.9%)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번 조사는 tbs 의뢰로 19일 진행됐다. 전국 19세 이상 성인 8947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501명이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적수 사태로 인해 학생들의 급식이 중단되는 일까지 발생하자 학부모들의 분노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주민들은 식수난은 물론 피부질환까지 호소하면서 사실상 재난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

특히 인천의 붉은 수돗물 사태가 명백하게 인재로 판명된 가운데 다른 지자체에서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제2의 붉은 수돗물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수돗물의 정기적이고 상시적인 수질검사, 검사항목 확대, 민원 대응 메뉴얼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여론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번 붉은 수돗물 사태는 노후 인프라 방치가 재난으로 이어져 국민의 생활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줬다. 

정부는 그동안 어떠한 사태가 발생한 후 인명이나 재산피해가 커진 뒤 소동을 벌이고 수습에 나서는 이른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책으로 뭇매를 맞아왔다.

국민 신뢰도를 회복하고 국민이 건강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도 사건이 발생하기 전 미리 점검하고 사소한 오점도 다시 한 번 바라볼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