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유채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아들이 ‘스펙’이 없음에도 대기업에 합격했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여야 4당은 황 대표가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을 공개적으로 비호한 데다 거짓말로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을 기만했다며 맹비난했다.

아들 스펙 발언으로 궁지에 몰린 황 대표가 아들의 학점과 토익점수를 정정하며 “스펙 쌓기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들의 학점·토익점수를 사실과 다르게 말한 것이 거짓말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 “낮은 점수를 높게 얘기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반대도 거짓말이라고 해야 하나”라며 “거기까지만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국민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여러분들의 말씀을 잘 경청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20일 숙명여대 특강에서 “내가 아는 청년은 학점이 3점도 안 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로 요즘 말하는 다른 스펙이 하나도 없었다”며 “그럼에도 고등학교 때 고교 영자신문반 편집장, 장애학생 대상 봉사, 대학 조기축구회 조직 등 특성화된 역량을 쌓아 아주 큰 기업 다섯 군데에 최종 합격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고 “그 청년이 우리 아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무스펙’으로 기업에 특혜채용 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자 황 대표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점 3.29, 토익 925점’의 아들 스펙을 공개했다. 고스펙 없이도 충분히 취업할 수 있다는 발언의 취지로 읽어달라고도 강조했다.

이를 두고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모든 정당은 황 대표의 발언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전부터 황 대표 아들의 채용 비리 의혹이 제기돼 온 만큼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다”고 주장했고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황 대표의 청년에 대한 이해가 참담한 수준”이라며 “‘황교안 아들’ 그 자체가 스펙이 되는 세상에 청년을 기만하기로 한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홍성문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스펙’만 출중한 헛똑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비판했고 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은 “절망하는 청년들 앞에서 스펙 없이 취업한 사례 얘기는 약 올리기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황 대표에 대한 여야의 공세가 연일 이어지자 한국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특혜채용 의혹과 함께 조사하자며 맞불을 놓고 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청와대와 민주당, 야3당에 제안한다”며 “황 대표 아들과 문 대통령 아들 문준용의 채용특혜 의혹을 동시에 특검하자. 국정조사도 좋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논란에 불을 붙였다.

황 대표가 아들의 스펙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했지만 ‘거짓말’ 논란이 더해지면서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누리꾼들은 “흙수저의 성공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금수저의 고스펙 이야기였다” “희망을 주려고 낮은 스펙 예시를 들었나본데, 조작된 수치를 가지고 말하는 것은 희망을 준 게 아니라 희망고문일 뿐이다” “높게 말하든 낮게 말하든 거짓은 거짓이지” “저런 자리에서 아들 자랑하는 것은 공감 능력 제로” 등 댓글을 달며 황 대표가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닌지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 모두를 고르게 살펴야 하는 정치 지도자로서 현실 인식과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격 미달’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청년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마음으로부터 존중하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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