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총장, 60분간 과거사 조사 입장·질의응답..박 장관은 보이콧 자초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부실수사와 인권침해 등 과거 검찰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과거 검찰 치부를 드러내고 지난달 활동을 종료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의 조사결과에 대한 입장을 내놓는 자리에서다.

취재진 앞에 선 문 총장이 질문에 가감 없이 답하면서 지난 12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소위 ‘나홀로 브리핑과’는 상당히 대조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과거사 관련 입장발표를 한 후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총장은 25일 10시30분 대검찰청 검찰역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과거사위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큰 고통을 당하신 피해자분들과 그 가족분들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국민의 인권이 유린된 사건의 실체가 축소·은폐되거나 가혹 행위에 따른 허위자백, 조작된 증거를 제때 걸러내지 못해 국민 기본권 보호의 책무를 소홀히 했다”며 부실 수사와 인권 유린에 대한 지적을 받아들였다.

또한 문 총장은 과거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과거사위의 지적도 받아들여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정치적 사건에서 중립성을 엄격히 지켜내지 못하거나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지 못해 사법적 판단이 끝난 후에도 논란이 지속되게 한 점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향후 권한을 남용하거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와 절차를 개선해 나가고 형사사법 절차에서 민주적 원칙이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 12월 출범한 과거사위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2013년) ▲PD수첩 사건(2008년) ▲배우 고(故) 장자연씨 성접대 의혹(2009년) ▲용산참사(2009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1991년) 등 17개 과거사 사건을 재조사했다.

조사결과 용산참사 사건과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 8건과 관련해 검찰의 부실수사나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 등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문 총장은 2017년 취임 후부터 꾸준히 과거사 사건에 관심을 보이며 유감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박종철 열사의 부친인 고(故) 박정기씨를 찾아가 사과했다. 또 같은 해 11월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만나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도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 공동체인 ‘한울삶’을 방문해 “지난 검찰의 잘못된 부분에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대국민 사과 후 이어진 일문일답에서 문 총장은 개별 과거사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총장은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해 “조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적·물적 증거를 다 조사한 결과 범죄를 구성하지 못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 이후) 의혹이 남은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역사적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은 다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검찰이 두 차례나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했는데도 진실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부끄럽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이 관련 증거를 면밀히 살피지 않은 과오가 있었다며 사과했다.

그는 “이 사건은 실체 접근을 위해 검사가 증거를 면밀히 살피고 증거의 연결성을 따져봤어야 했는데 그걸 하지 않은 크나 큰 과오가 있다”며 “안타깝고 부끄럽게 생각하고 형사책임 부분은 고소가 돼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산참사 사건에 대해선 “수사 초기부터 기록을 공개했어야 하는 사건이었는데 기록공개가 법률상 제한돼 있어서 공개하지 못했다”라며 “사실 처음에 기록을 다 공개했으면 이렇게까지 의혹이 부풀려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확립되지 않으면 이런 문제들이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공정성보다 더 중요하다”며 “직선을 통해 선출된 분이 (검찰을 통제)하면 민주적일까, 중립적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선 “내부적으로는 일을 수행하는 사람한테는 기록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고 외부적으로는 합의제 형식의 (검찰) 통제 기구가 있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검찰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 활동 종료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장관의 브리핑은 발표만하고 질문을 받지 않는다고 해, 출입기자들이 참석치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기자간담회는 1시간가량 진행됐다. 문 총장은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은 뒤 기자들과 선 상태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거부하고 브리핑을 진행한 박 장관 모습과 대조를 이뤘다.

박 장관은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과거사위 진상조사 활동 종료에 대한 브리핑을 열었다. 문제는 법무부가 브리핑을 한시간여 앞두고 질의응답을 하지 않겠다고 출입기자단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발생했다.

출입기자단은 법무부의 이 같은 일방적인 통보에 반발하며 ‘브리핑 보이콧’을 결정하자 법무부 대변인은 자신이 대신 질의응답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기자단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박 장관은 끝내 질문을 거절했고 결국 빈 회의실에서 홀로 입장문을 낭독했다.

법무부는 박 장관의 질의응답 불가에 대해 “브리핑에 충분한 내용이 담겼고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질의를 받고 응답하는 것이 부족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진상조사 결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입장 발표만으로 상황을 매듭지으려고 한 법무부 장관의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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