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못채운 갑작스런 행보 업계 ‘당혹’..건강이상·오너불화設 등 무성
회사 관계자 “소문은 소문일 뿐..내부에선 이미 전부터 흘러나온 얘기”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박찬종 전 사장이 최근 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현대해상이 6년 만에 이철영 부회장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된 가운데 박 전 사장의 사임 배경에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2013년 2월 이 부회장과 함께 현대해상 공동 대표로 선임된 박 전 사장은 올해 3연임에 성공하면서 2020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됐지만, 그러나 임기 8개월 남기고 돌연 사퇴했다.

일각에서는 고령의 나이로 인한 건강 문제, 오너 불화설, 부진한 실적에 따른 부담 등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각종 추측이 쏟아지면서 궁금증은 더욱 커지는 형국.   

이에 대해 현대해상 측은 <공공뉴스>에 “박 전 사장이 기존에 사임 의사를 내비쳤다”며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으나 여전히 각종 해석이 뒤따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조용일 부사장이 올해 사장으로 승진한 점은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 기업보험 전문가로 꼽히는 조 사장이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급부상하자 박 전 사장이 빠른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오는 분위기다.

박찬종 현대해상 전 사장(왼쪽), 조용일 현대해상 사장 사진=현대해상
박찬종 현대해상 전 사장(왼쪽), 조용일 현대해상 사장 <사진=현대해상>

◆박찬종 사장 돌연 사임..배경 두고 각종 추측 난무

현대해상은 박 전 사장의 사임으로 이철영·박찬종 공동 대표체제에서 이 부회장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고 지난 1일 공시했다.

이 부회장과 박 전 사장은 2013년 각자 대표로 취임해 2016년 3월 나란히 연임된 후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3연임에 성공해 내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된 바 있다.

현대해상에 따르면, 박 전 사장의 사임 이유는 ‘일신상의 사유’다. 그는 지난달 말 회사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임 기간 중 기획관리·인사총무지원·기업보험·최고고객책임자(CCO)부문을 총괄한 박 전 사장의 취임과 재임 이후 현대해상은 꾸준한 호실적을 이어가며 업계 2위 손해보험사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현대해상의 연도별 당기순이익은 2013년 1915억원, 2014년 2333억원, 2015년 2033억원, 2016년 3997억원, 2017년 4728억원 등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이 3735억원으로 전년대비 19.6% 감소하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5335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5.4% 줄었다.  

현대해상의 지난해 실적 부진의 이유로는 자동차보험 및 장기보험 손해율 증가, 자산운용 수익률 감소 등이 꼽힌다. 또 신계약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보장성보험 신계약 증가율이 둔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대해상의 올해 실적도 여의치 않은 상황. 손보업계 전반의 업황이 악화된 가운데 현대해상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1% 하락한 773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는 2분기에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1953년생인 박 전 사장의 올해 나이 67세다. 그동안 보험업계 CEO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경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난해부터 50대 CEO들로 대거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박 전 사장의 올해 3연임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적 부진과 업계의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도 박 전 사장은 살아남았고, 그런 그가 구체적인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최근 퇴진하자 의구심만 증폭되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사장의 사임 배경으로 건강 문제, 오너 일가와의 불화설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차기 CEO 거론되는 조용일 사장, ‘세대교체’ 위한 포석?

이처럼 박 전 사장의 사임을 두고 각종 설(說)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난해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조 사장이 박 전 사장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 부회장이 내년 3월까지 단독 대표를 맡은 뒤 조 사장이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이라는 것.

현대해상은 그동안 CEO 2인 체제를 유지해왔던 탓에 이 같은 관측에도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1958년생인 조 사장은 1984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1988년 현대해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법인영업1부장, 법인영업지원부장을 거쳤으며 기업보험2본부장과 기업보험부문장 등을 지냈다.

특히 조 사장은 2015년 1월 부사장 승진 이후 3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 조 사장 승진 당시 업계에서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위한 현대해상의 사전 포석이라는 풀이를 내놓기도 했다.

연말 인사를 통해 ‘부회장 1인·사장 2인’ 체제가 된 현대해상에 눈길이 쏠렸던 이유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높은 보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보험 분야 전문가라는 점에서 실적 소강상태를 보이는 회사에게 조 사장은 더 없이 필요한 존재.

결국 그동안 현대해상 집안 살림을 도맡으며 좋은 성과를 낸 박 전 사장이지만, 최근들어 이어지는 실적 부진과 세대교체설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고 여기에 회사가 조 사장까지 밀어주면서 임기 도중 사임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한편, 이와 관련 현대해상 관계자는 “(박 전 사장이)일신상의 사유로 사임을 한 것”이라며 “건강에 이상이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총까지는 (이 부회장) 단독 대표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 주총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고 CEO 선임 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알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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