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교묘해진 수법에 사회적 손실 눈덩이→처벌 강화로 ‘돈벌이 수단’ 악용 근절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서울 마포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여의도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 뒤차의 갑작스러운 추돌로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A씨 차량 뒷범퍼가 손상됐고 병원 검사 결과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부염좌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입원할 정도의 몸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해 집으로 돌아왔지만, 가족과 지인들은 합의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무조건 입원을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A씨는 통원치료를 결정했고 일주일 간 병원과 회사를 오가며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입원을 하지 않은 것이 A씨에게는 독이 됐다. 처음엔 괜찮았던 몸이 통원치료를 받던 중 크게 아파오기 시작했고, 사고 후 일주일이 넘어서 입원을 하려고 하니 오히려 ‘나일롱 환자’ 취급을 받은 것. 합의금을 올리기 위한 꼼수도 없었고, 보험회사로부터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에 관심도 없었던 A씨의 정직함이 피해를 낳은 셈. 많은 사람들이 일삼는 거짓말에 제대로 된 보상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까지 피해 입는 것에 화가 날 뿐이었다.

지난 5월21일 전북 전주시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경찰관계자들이 보험금을 허위 수령한 택시 운전자 보험사기단 검거 관련 프리핑을 갖고 수사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의 강력한 단속 의지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기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 조직화되고 있다. 이는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유혹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별한 죄의식 없이 보험금을 과장 청구하는 보험사기가 확산될수록 보험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 때문에 보험사기가 심각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보험사기 피해금 환수를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음주·무면허 숨기거나 고의 교통사고로 보험금 챙긴 운전자들

음주·무면허 운전 중 교통사고를 냈음에도 이를 숨긴 채 보험금을 접수해 5억원 가량을 편취한 일당이 무더기 적발됐다.

3일 서울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A(59)씨 등 10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5월17일 서울 성북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07%인 상태에서 차를 운전하다 도로시설물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보험금 970만원가량을 타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결과 2015년 5월부터 2018년 1월까지 A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음주·무면허 상태에서 운전하던 중 사고를 냈음에도 이를 숨기고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타낸 운전자가 10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106건 중 음주사고는 100건이고 무면허사고는 6건으로, 이들이 보험사를 속이고 얻은 보험금은 총 5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음주·무면허 운전 중 교통사고를 내면 보험으로 자신의 차량 수리비를 보상받지 못할 뿐 아니라 사고 피해에 대한 면책금까지 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음주·무면허 운전 사고임을 숨기거나 사고가 난 뒤 며칠이 지나서야 보험접수를 하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면허 운전자의 경우 이미 취소된 면허번호를 보험사에 알려주더라도 개인정보조회 동의를 거부하면 보험사가 무면허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도 확인됐다.

음주운전자의 경우에도 경찰이 보험사에 단속 여부를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악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음주·무면허 의심자 127명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수사 의뢰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음주 단속·무면허 사실과 교통사고 접수 내용을 비교 분석해 106명의 혐의를 입증하고 이들이 타낸 보험금 전액을 환수 조치했다.

앞서 5월에는 운전자 보험에 중복으로 가입한 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방법으로 보험금 수억원을 챙겨온 전주지역의 한 택시회사 노동조합장과 기사 등 51명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전주지역 모 택시회사 노동조합장 B(47)씨 등 조합 간부 3명을 구속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택시기사와 대리운전 기사를 포함해 48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6년 8월부터 최근까지 가해자와 피해자로 역할을 나눠 30차례 고의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3억9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밝힌 범행 수법을 보면 이들은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전주 시내 한적한 도로로 이동해 앞선 차를 고의로 들이받은 뒤 일반적인 사고로 위장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이 같은 범행에 앞서 1인당 운전자 보험에 2∼3개씩 가입했고 해당 보험 약정에 사고 차량에 탔던 동승자들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반복되는 고의 사고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택시기사가 아닌 지인들을 끌어들였고 범행에 사용할 차량을 가져온 사람에게는 동승자들이 수령한 자동차 합의금에서 50%를 지급해주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유흥업소 앞에서 대기하다가 주취자가 운전대를 잡으면 곧장 뒤따라가 고의로 사고를 내는가 하면, 신호위반 차량을 범행의 표적으로 삼아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주범인 B씨 등 택시회사 노동조합 간부들이 1인당 5000만∼8000만원의 보험금을 챙긴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최근 택시기사들이 운전자 보험을 2~3개씩 가입하고 고의 사고를 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B씨 등 주범 5명의 보험 기록을 분석해 범행 사실을 밝혀냈다.

B씨 등은 수사 초기에 “일부러 사고를 내지 않았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다가 결국 범행 일체를 털어놨다.

지난 2016년 11월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가 군 특수부대 전역자 주축 후유장해보험 사기사건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지능범죄수사대는 이 사건과 관련해 병원 브로커로부터 건당 30~50만원을 받고 허위내용의 영구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한 의사 3명, 피보험자 알선 브로커 3명, 허위진단서로 보험금을 편취한 피보험자 84명 등 90명을 추가 입건하고 그 중 의사와 브로커 2명을 구속했다. <사진=뉴시스>

# 보험사기 갈수록 대형화..지난해 적발액 7982억원 ‘역대 최고’

이처럼 보험제도를 악용해 고의로 사고를 일으키는 보험사기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8000억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보험사기가 조직화,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다.

금감원이 발표한 ‘2018년 보험사기 적발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7982억원으로 전년 대비 680억원(9.3%)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보험사기 적발 인원은 7만9179명으로 8만명에 육박했다. 전년 대비로는 적발 인원이 4356명(5.2%) 감소했지만 1인당 평균 적발금액은 전년 870만원에서 1010만원으로 큰폭으로 늘었다.

손해보험 적발금액은 7238억원으로 전체 보험사기의 90.7%를 차지했고 생명보험은 744억원으로 9.3% 수준이었다.

장기손해보험은 전체 보험사기의 44.6%인 3561억으로 전년 대비 515억원 증가(16.9%)해 처음으로 자동차보험사기 적발금액을 추월했다.

장기손해보험 사기 비중은 2015년 37.1%에 불과했으나 ▲2016년 38.2% ▲2017년 41.7% ▲2018년 44.6% 등 매년 증가 추세다.

보험사기 과반 이상을 점유하던 자동차보험의 사기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전체 보험사기의 41.6%(3321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보험사기 혐의자 중 30∼50대 연령층이 66.8%를 이루며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60대 이상 고령층 혐의자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40대 이하는 자동차 보험사기 비중이 73.5%로 가장 높았고 50대 이상은 병원관련 보험사기 비중이 40.9%로 높은 편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적발인원의 68.8%를 차지했으면 여성은 31.2%였다. 남성은 자동차 관련 보험사기 비중이 74.3%로 높았고 여성은 허위입원 등 병원 관련 보험사기가 46.9%를 차지했다.

직업별로는 보험업 모집종사자와 정비업소 종사자의 보험사기가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등 보험사기형태가 조직화·전문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보험업 모집종사자와 정비업소 종사자의 보험사기는 2016년 각각 1019명과 907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250명과 1116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 및 각 보험회사는 ‘보험사기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해 실제 적발로 연결된 우수 제보는 신고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생‧손보협회 및 보험회사는 보험사기 적발에 기여한 우수 제보 등에 대해 23억9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이는 전년 대비 15.5% 늘어난 수치다.

금감원은 수사기관 및 건보공단·심평원 등 유관기관과 업무공조를 통해 보험사기 취약부문에 대한 기획조사 실시와 보험사기인지시스템(IFAS) 지능화 등을 통해 보험사기가 근절될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11월12일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페이스북 메신저 등 SNS를 통해 속칭 ‘마네킹’으로 불리는 동승자를 모집해 고의 교통사고를 내고 11억대 보험금을 챙긴 보험사기 모집총책 A(23)씨 등 18명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모집책 B(23)씨 등 28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부산경찰청>

# 똑똑해진 보험사기, 처벌법 강화 한목소리

한편, 보험사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기승을 부리자 처벌법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는 보험사기 처벌 수준을 상향 조정하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보험업 모집종사자와 정비업소, 의료기관 관련 종사자가 보험 사기죄를 범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문 지식을 갖춘 업계 종사자가 연루된 보험사기는 적발이 어렵고 보험금 누수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큰 만큼 처벌 수위를 높인 것이다. 현행법은 보험사기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당 김석기 의원은 보험사기범 벌금형을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을 내놨다.

아울러 김한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공공기관 등에 대한 자료 제공 요청권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손해나 피해를 부풀리는 허위·과다 보험금 청구과장 행태는 죄의식 없이 가담하고 가볍게 인식하는 경향이다.

더욱이 최근 의료인과 손해사정사 등 보험업계 관계자들이 가담하는 조직적인 보험범죄가 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가중처벌 등 엄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요구되고 있다.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보험사의 손해율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상승과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보험사기가 만연한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강력한 대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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