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원내대표, 예결위원장에 측근 앉히기 위해 원칙과 민주적 가치 훼손..올바른 지도자 아냐”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 국회예결특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서 황영철 의원이 공개, 비공개를 두고 불만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을 위한 자유한국당 의원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후보로 등록했던 황영철 의원이 경선 거부 의사를 밝히고 퇴장했다.

황 의원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 대해 “한국당이 지켜온 원칙과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날을 세웠다.

황 의원은 이날 국회 본관에서 열린 의총 도중 밖으로 나와 기자들에게 “경선 시작 전에 경선을 수용할 수 없다는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나왔다”며 “출마를 포기해서 예결위원장을 내려놓게 된다”고 밝혔다.

이날 의총이 처음부터 비공개로 진행되자 황 의원은 단상으로 나가 당내 지도부에게 공개 전환을 요청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그는 “1년 전 원 구성 당시 조율과 논의를 통해 의총에서 추인 받았던 사안인데 그럼에도 지금 나 원내대표는 예결위원장에 측근을 맡기기 위해 당이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과 민주적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례는 향후 한국당이 원내 경선을 통해 상임위원회의 여러 합의를 조율할 때 신뢰성을 훼손시키는 대단히 잘못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이런 선례를 만드는 당사자가 될 생각이 없어 경선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한 황 의원은 “당에서는 제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고 곧 의원직을 상실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형이 어떻게 결정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동료의원을 밀어내기 위해 왜곡시켜 출마와 지지 동기를 밝혔다”며 “이는 같은 당 동료에게 할 수 없는 매우 저질스럽고 추악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내년 출마도 포기하고 예결위원장으로서 소신 있게 정치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끝내 무산됐다”고 아쉬워했다.

황 의원은 나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올바른 리더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나 원내대표가 우리 당의 원칙과 동료를 지켜내려 했다면 이런 잡음 없이, 계파 간의 갈등 없이 원구성이 조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그런 걸 하지 못 했고 그런 측면에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황 의원은 이 일을 계기로 탈당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거취와 관련해 “저를 밀어내는 원내지도부를 생각하면 더 이상 이 사람들과 같이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당에는 저를 도와주려 했던 의원들도 계셔서 이분들과 헤어질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황 의원은 당내 막말 의원에 대한 한국당의 미진한 조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세월호 희생을 겪은 가족의 아픔을 우롱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숭고한 가치를 훼손하는 의원들에 대해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며 “그런 조치를 안 내리면 우리는 제대로 된 보수로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이런 조치들을 위해 강력하게 싸워나가겠다”고 했다.

당초 한국당은 김재원 의원과 황 의원이 예결위원장에 도전하면서 경선을 통해 예결위원장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었으나 황 의원이 경선 포기 입장을 밝히면서 김 의원이 경선 없이 예결위원장 후보로 선출됐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해 7월 김성태 전 원내대표 당시 20대 국회 마지막 1년의 예결위원장으로 황 의원을 내정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당시 상임위원장 선출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문제를 제기해 이날 예결위원장 후보를 다시 선출하게 됐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원칙에 따라 결정했다”며 “원칙이 있는 공당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작은 잡음도 있지만 큰 원칙이 있고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