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앞두고 몸값 올리기만 급급..재개발 안전성 보장되나 ‘자격론’ 수면 위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대우건설이 ‘재개발 대어’로 꼽히는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 회사 내부적으로 축제의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는 가운데 그러나 일각에서는 불안한 시선도 쏟아진다.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4위의 대형 건설사지만 그동안 잇단 노동자 사망사고와 부실시공 및 하자보수 미흡, 재건축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잡음 등 각종 문제가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른 까닭.

하지만 수주 물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김형 사장은 곧 있을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대형 수주전에 의욕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다만, 김 사장이 수주 성과에만 급급할 뿐 수많은 사건사고 속 정작 노동자와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경영행보로 이미 ‘자질론’까지 불거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수주가 과연 동아줄이 되어 줄 지는 미지수다.

최근 국내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이 규모가 큰 해외 건설장 등에서 잇따라 대형사고를 치면서 큰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산재사망사고 1위를 기록한 대우건설이 과연 이처럼 큰 사업을 책임질 자격이 있느냐는 볼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 <사진=대우건설, 뉴시스>
김형 대우건설 사장 <사진=대우건설, 뉴시스>

◆‘무효표 논란’ 고척4구역 사업권 확보..푸르지오 입지 견고

대우건설은 서울 구로구 고척동 148-1번지 일원을 정비하는 ‘고척제4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시공자로 선정됐다고 5일 밝혔다.

고척4구역 재개발 사업은 4만2207.9㎡ 부지에 총 983가구, 지하 5층~지상 25층 아파트 10개동과 부대복리시설을 건축하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1964억원 규모다.

전체 983가구 가운데 조합분(266가구)과 임대주택(148가구)을 제외한 569가구는 일반에 분양 될 예정이다.

이처럼 대우건설은 고척4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확보했다며 한껏 들뜬 분위기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또 조합장의 시공사 선정 부결안건 번복과 관련해 이해관계자 간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합은 지난달 28일 이 사업장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개최하고 투표를 진행했다. 당시 122표를 얻은 대우건설은 경쟁사인 현대엔지니어링(118표)의 득표보다 앞섰지만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자 선정은 불발됐다.

이후 대우건설은 개표 과정에서 ‘볼펜 기표’가 병기돼 있다는 이유로 사회자가 임의로 처리한 무효표 4장에 대한 문제를 조합 측에 제기했다. 그리고 조합 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대우건설 측에 발송했다.

이에 대우건설과 수주경쟁을 벌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조합장이 법적 근거없는 업무추진을 선언해 조합원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조합 측에 ‘임직원 일동’ 명의의 입장문을 보내 “총회에서 부결이 확정된 사안을 반복해 처리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면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새 입찰 진행과 조합원 총회를 개회하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송과 함께 사업을 진행시킴으로써 사업 지연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소송을 통해 사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서도 대우건설은 이번 수주를 통해 지난 3월 새롭게 단장한 ‘푸르지오’ 브랜드의 입지가 견고해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올해 4월과 7월 연달아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다.

대우건설은 고척4구역 수주에 앞서 서울 강북권 내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 장위6구역의 시공사로도 선정된 바 있다. 당시 조합원 655명 중 491명이 참여한 총회에서 대우건설은 352표를 얻어 사업권을 차지했다.

또한 대우건설은 고척4구역 시공사 선정에 대해 “푸르지오만의 특화설계 및 사업조건을 뚝심 있게 홍보했다”며 “조합원들이 원하는 내용을 입찰 조건에 담아 진정성 있게 전달한 것이 이번 수주의 가장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새로운 푸르지오를 적용한 특화설계를 통해 사업성이 우수한 사업을 선별 수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척4구역 조감도 <사진=대우건설>
고척4구역 조감도 <사진=대우건설>

◆사망사고에 부실시공·하자 논란까지..문어발식 수주 부작용 ‘지적’

하지만 대우건설의 잇단 재개발 사업 수주 성공에 일부에서는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산재사망 1위 건설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대우건설에 올해 연초부터 현장 노동자 사망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안전 불감증 논란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대우건설 공사 현장에서 총 3건의 사고가 발생, 노동자 4명이 연이어 숨지자 건설현장 52개소에 대해 기획 감독을 진행했다. 그 결과 40곳(78.4%)에서 모두 131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확인했다.

고용부는 노동자 추락 예방 조치 등이 소홀한 13곳(55건)에 대해서는 책임자 등을 사법처리하기로 결정했으며, 안전보건 교육 등이 미흡한 34곳(76건)은 모두 6558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게다가 각종 부실시공 등 지적도 잇따랐다. 경기도 파주 운정 센트럴 푸르지오 주민들은 최근 대우건설의 부실시공을 문제 삼으며 하자 보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4월에는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 입주민들이 대우건설 본사 앞에서 부실시공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밖에도 구리갈매 푸르지오, 청주 사천푸르지오 등 대우건설이 시공한 전국의 푸르지오 아파트에서 침수, 누수, 마감 부실, 엘리베이터, 조경 등 곳곳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 입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결국 대우건설의 ‘문어발식 수주’가 부작용을 낳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

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 시기를 올해 안으로 앞당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가치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김 사장이 무리한 사업 수주 속 가장 중요한 노동자와 입주민의 안전은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물론 ‘구원투수’라는 타이틀을 얻고 있는 김 사장 입장에서는 실적을 잡지 않으면 질책이 따른다는 점에서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정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성과보다는 기본적인 안전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