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수십년간 국내 가스레인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면서 성장한 ‘린나이코리아’에 최근 국민들이 ‘충격’이라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촉발된 반일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NO JAPAN’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본격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토종 브랜드로 오해받던 린나이코리아가 사실은 일본기업이라는 것이 공공연하게 알려진 까닭.

현재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린나이코리아가 일본 기업인지 정말 몰랐다” “다른 제품 써야겠다” 등 반응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 일각에서는 일본 냄새가 나지 않는 브랜드 전략에 속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린나이코리아는 올해 창립 45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CI(Corporation Identity)를 변경하고 변화와 도전을 강조했지만, 그러나 소비자들의 배신감이 높아지면서 회사의 의지는 시작도 하지 못하고 좌초될 위기에 놓인 모습이다.

린나이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린나이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日기업 제품 불매운동 본격화..리스트 오른 린나이 ‘시선 집중’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이하 한소연)는 지난 9일부터 80여개 단위 협동조합과 3만여명의 조합원이 함께 일본 기업 및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 중이다.

앞서 이달 초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반도체 등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이 같은 조치를 두고 일본 측은 ‘안전 보장상의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보복성 조치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이번 수출규제 조치는 우리 국민들의 반일 감정에 불을 지폈고, 불매운동 움직임으로 번진 것.

한소연은 일본의 치졸한 경제 보복 행태에 대해 ‘일본 안 가기’, ‘일본 제품 안 팔기’, ‘일본 상품 안 사기’의 불매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또 일본 여행도 자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배홍 한소연 협력위원은 “과거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해도 부족한 일본이 오히려 치졸하게 경제보복 조치를 하는 행위는 용납하기 어렵다”면서 “소비조합원을 시작으로 전국 소비자의 힘을 모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생활실천운동을 전개해 IMF 금모으기 운동과 같은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소연이 발표한 불매운동 리스트에는 흔히 알려진 도요타, 혼다, 유니클로, ABC마트 등 자동차와 유통기업 그리고 니콘, 기림, 닛산, 파나소닉, 모리나가, 가네보 등 전범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기업과 브랜드가 대부분이지만, 린나이코리아를 두고는 일부 소비자들이 “몰랐다”라는 반응을 보여 더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분위기.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린나이코리아는 일본 린나이코퍼레이션(97.37%)과 린나이홀딩스(2.3%)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계 기업이다.

린나이코리아는 1974년 1월22일 일본 린나이와 합작사 형태로 출범했지만, 린나이코리아는 2009년 경영 악화를 이유로 일본 본사인 린나이코퍼레이션에 지분 대부분을 매각했다.

린나이는 해외 여러 시장에 진출했지만, 한국에서 특히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1970년대 일본 가스레인지를 국내에 처음 들여온 린나이코리아는 가스레인지 시장에서 20년 연속 ‘브랜드 파워 1위’를 차지하는 등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뢰도가 높다.

또한 경동나비엔, 귀뚜라미와 함께 국내 보일러 시장을 이끄는 기업으로 가정용 보일러 부문에서도 12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린나이코리아가 일본 기업인 줄 몰랐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캡쳐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린나이코리아가 일본 기업인 줄 몰랐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캡쳐>

◆실적 부진 속 겹악재..45년 만에 ‘새출발’ 의지도 삐끗

그러나 주방가전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던 린나이코리아는 가스레인지 등 주요 제품의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최근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고, 보일러 업계에서도 10%대 점유율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태.

린나이코리아의 매출액은 2016년 3395억원, 2017년 3501억원, 2018년 3251억원 등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2016년 130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2017년 76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지난해는 10억원까지 떨어졌다. 순이익 역시 2016년 109억원, 2017년 50억원, 2018년 24억원으로 줄면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 속 일본 기업으로 주목까지 받으면서 린나이코리아는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

뿐만 아니라 2017년 린나이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내 회사 위치 소개란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논란이 일었던 점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회사를 향한 비난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분위기다.

브랜드 네임 뒤에 ‘코리아’를 붙여 한국 정서에 친숙하게 다가왔고,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꼼수’ 아니냐는 지적도 들린다.

이에 대해 <공공뉴스>는 린나이코리아 측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메일 및 유선으로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며 더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다.

다만, 회사 측은 “향후 입장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린나이코리아는 창립 45주년만에 처음으로 CI를 변경했다. 새로운 CI는 린나이 브랜드를 새롭게 재점검하고 다음을 향해서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제품과 제작물에 적용했을 때 고급스러움과 따뜻함을 강조하기 위해 곡선 디자인과 소문자 로고를 적용했다는 설명.

린나이코리아는 기존 이미지는 안전, 신뢰성, 고품질 등 윤리경영에 관련된 브랜드 이미지였다. 이 같은 기존 강점을 유지하면서 ‘프리미엄’과 ‘따뜻함’을 더한 기업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린나이코리아는 “이번 CI 교체는 새로운 도전과 브랜드 정체성 확립을 위한 출발점”이라며 “소비자가 린나이 제품을 통해 편안하고 질 높은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변화와 도전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냉각되고 국민들이 똘똘 뭉쳐 일본 기업에 대한 규탄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린나이코리아의 새로운 도약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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