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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스토리
[공공story] 낯선 땅에도 봄은 오는가
#이주여성 가정폭력:불안정한 체류권에 멍드는 신부들→제도개선 통한 인권 사각지대 해소
2019. 07. 10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결혼상담소 소개로 현재의 남편을 만난 이주여성 A씨는 고향에 가족을 두고 한국으로 넘어와 살림을 차린 지 어느덧 3년이 됐다. A씨는 남편 B씨의 자상하고 듬직한 모습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지만, B씨의 사업 실패로 가계가 기울어지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부부 관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남편 B씨는 술만 마시면 A씨에게 욕설을 내뱉더니 급기야 손찌검을 하기 시작했다. 폭행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자 A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B씨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B씨가 신고를 받고 온 경찰에게 번번이 쌍방폭행을 주장했기 때문. B씨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깨진 A씨는 하루 빨리 가족이 있는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하지만 이혼하면 양육권도 뺏기게 되고 바로 출국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국제결혼으로 다문화 가정이 많아지면서 인종차별 등 사회적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문화적·언어적 차이로 서로 더 많은 이해와 양보로 서로 적응해가며 살아야 하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 특히 가정에 불화가 생기면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이 남편이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다. 결혼 이주여성을 위한 신고나 상담, 보호체계는 갖춰져 있으나 가정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법과 교육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트남 이주여성 폭행. <사진=SNS 영상 캡쳐>
베트남 이주여성 폭행. <사진=SNS 영상 캡쳐>

# 결혼이주여성, 韓남편 이혼책임 더 크면 체류자격 연장 가능

한국인 남편에게 폭행당한 베트남 이주여성이 남편과 이혼한 뒤 양육권을 갖고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10일 베트남뉴스통신(VAN)에 따르면, 해당 사건 피해자인 베트남 이주여성 C(30)씨는 9일 자신을 찾아온 한국 주재 베트남대사관 관계자에게 “아이의 미래를 위해 남편과 살려고 한국에 왔는데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며 “남편과 이혼한 뒤 아이 양육권을 갖고 합법적으로 살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힘든 시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베트남에 있는 엄마를 한국에 초청하고 싶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지난달 남편과 혼인신고를 하고 배우자 비자로 한국에 입국했으며 이달 초 1년간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베트남에서 낳은 두 살배기 아들은 남편 D(36)씨의 호적에 등재됐으나 아직 법무부를 통해 국적 취득 절차를 밟기 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D씨는 지난 4일 전남 영암군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C씨를 주먹과 발 등으로 수차례 폭행, 특수상해 및 아동보호법 위반 혐의로 8일 구속됐다.

특히 C씨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폭행 영상은 SNS 등으로 급속히 퍼지며 한국은 물론 베트남에서도 공분을 일으켰다. C씨는 손가락·갈비뼈 등 골절로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고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번 이주여성 폭행 사건과 관련해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이혼의 주된 책임이 배우자에게 있을 경우 이혼한 이주여성의 국내체류 연장을 허가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이날 베트남 국적 여성인 E(23)씨가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체류 기간 연장 불허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주여성들의 상황을 고려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국내 체류연장을 폭넓게 인정해줘야 한다는 게 이번 판결의 취지다.

법원에 따르면, 2015년 12월 한국인 남성 정모(40)씨와 혼인한 E씨는 유산과 고부갈등 등으로 남편과 별거한 뒤 2016년 7월 이혼소송을 내 2017년 1월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E씨는 임신 중에도 시어머니의 압박에 편의점에서 일하다가 유산을 하는 등 결혼생활 내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그해 5월 E씨는 결혼이민 체류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배우자의 전적인 귀책 사유를 발견할 수 없다’며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은 결혼이민 체류자격 연장의 사유로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해 국내에 체류하던 중 배우자의 사망이나 실종, ‘그 밖의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재판에서는 ‘그 밖의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가 이혼 책임이 전적으로 배우자에게 있는 경우인지, 주된 책임이 배우자에게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이에 대해 1·2심은 “남편 정씨에게 혼인 파탄에 관한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E씨에게도 혼인 파탄에 관해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며 체류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를 ‘상대방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인정된 경우’로 좁게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조항이 ‘혼인 파탄의 주된 귀책 사유가 상대방에게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폭넓게 해석했다.

대법원은 “정상적인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 이혼에 이르게 된 것이 오로지 한국인 배우자의 귀책 사유 탓인 경우에만 체류 자격을 연장해 준다면 외국인 배우자로서는 혼인 관계를 적법하게 해소할 권리를 행사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한국인 배우자가 이를 악용해 외국인 배우자를 부당하게 대우할 가능성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외국인 배우자가 체류 자격을 갖췄다고 증명할 책임도 외국인 배우자가 아니라 이를 부정하는 행정청에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한국인 배우자의 부당한 대우로 이혼을 했는데도 추방 위기에 처한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베트남 여성 폭행한 남편 엄벌” 국민·정치권 한목소리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한국과 베트남 양국에서 공분을 사며 파문이 확산되자 민갑룡 경찰청장이 이 사건에 관련해 베트남 공안국 관계자들에게 유감을 표명하면서 엄정한 수사를 약속했다.

민 청장은 8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또 람 베트남 공안부 장관과의 치안총수 회담 모두 발언에서 “최근 한국 내에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다”며 “철저한 수사와 피해자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나타난 문제들을 근원적으로 해소해 비 온 뒤 땅이 굳듯 양국 관계가 더욱 우정어린 관계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또 람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져준 데 감사하다는 뜻을 민 청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번 일이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홍보에 신경을 써달라고 한국 경찰에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의 폭행 영상이 공개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베트남 이주여성을 무차별로 폭행한 남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국민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는 상황.

‘전남 영암 베트남부인 폭행 강력한 처벌을 원합니다’는 제목으로 청원을 제기한 청원인은 “이주여성을 폭행하는 장면을 봤는데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분노했다.

청원인은 “베트남 여성도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아기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시기인데 저런 행동을 보인 것은 폭행이 습관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며 “대한민국 얼굴에 먹칠을 해도 보통 그 이상”이라고 비판했다.

‘베트남 이주 아내를 폭행한 남편을 엄벌에 처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린 청원인은 “아이 보는 앞에서 어떻게 사람을 저렇게 때릴 수 있나”라면서 “이종격투기 보는 줄 알았다. 두 살배기 아기의 트라우마가 어떨지, 폭행 당하는 엄마를 보고 자란다는 사실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어 “폭력은 브레이크가 없다”며 “가정폭력범 남편을 반드시 엄벌에 처해 가정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경종을 울리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한국 생활 10년 차인 결혼 이주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또 다른 청원인은 ‘결혼이주여성 인권 및 권리를 찾아주십시오’라는 글을 통해 “언어도 좋지만 결혼 이주여성에게 기본권과 인권 교육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결혼이주민들이 한국어를 잘 모르고 한국 법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유사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국민적 분노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가해 남편에 대한 엄벌 촉구는 물론 한국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정치권에서도 베트남 아내 폭력 사건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인 배우자가 원하지 않으면 결혼이주여성은 귀화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제도”라며 “귀화나 체류 연장을 무기로 해서 여성을 통제하는 경우가 이런 가정폭력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폭력과 학대, 인종차별, 성차별, 성폭력으로부터 인권과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 한국인과 결혼한 배우자에게는 안정적인 체류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직접적인 상담과 법률지원 등을 통해 이주여성에 대한 근본적인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행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검토하는 등 가정폭력 관련법을 대폭 개정하겠다”며 “특히 자녀를 앞에 두고 벌어지는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아동학대혐의 추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나 원내대표는 반의사불벌죄 폐지 이유에 대해 “가정폭력에 관해 1년간 재판한 적이 있다”며 “무참하게 상습적으로 매를 맞고 오면서도 피해자들이 ‘우리 남편이 일하지 못하면 먹고 살기가 어렵다’면서 풀어달라고 하는 처벌 불원 의사를 여러 번 봤다. 그러고 1년도 안 돼 또다시 매를 맞고 법원에 나타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자신의 SNS에 “폭력 남편과 같은 한국인이라는 점이 참 부끄럽다”며 “아내 폭행, 아동 학대까지 가중 처벌해 중형에 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이를 밀치고 아이가 보는 앞에서 엄마를 구타한 것은 아동학대”라며 “한국이 인종차별 국가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이주여성 인권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9월20일 대구 남구 봉덕동 남구건강가정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열린 ‘결혼이주여성 추석명절체험’ 행사에 참가한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큰 절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뉴시스>

# 때리고 욕하고 성희롱까지..눈물로 달래는 결혼이주여성

한편, 국내 결혼 이주민 숫자는 약 30만명에 달하고 이들의 약 80%는 여성이지만 대다수는 가사노동, 자녀 양육을 포함한 가정 내 의사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댁 구성원, 배우자로부터 폭력피해가 발생하면 신고를 꺼리고 ‘부부 문제’라며 외부에 드러내기 꺼리는 경우가 많다.

체류 허가, 국적취득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배우자와의 갈등은 이들에게 한국에서의 삶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결혼이주민의 안정적 체류 보장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결혼이주여성 920명 가운데 가정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2.1%에 달했다.

가정폭력 유형은 심한 욕설이 81.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한국 생활 방식 강요(41.3%), 폭력 위협(38%), 생활비 미지급(33.3%), 성행위 강요(27.9%), 부모·모국 모욕(26.4%) 순이었다.

그러나 가정폭력 시 도움 요청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없다’(31.7%)라는 응답이 ‘있다’(27%)라는 답변보다 많았다.

도움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가 25%로 가장 많았으며 ‘누구한테 요청할지 몰라서’(20.7%), ‘아무 효과도 없을 것 같아서’(20.7%) 등으로 조사됐다. 방법을 모르거나 체념하는 수준에 이른 셈이다.

아울러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도 다문화가족의 이혼·별거 사유 가운데 학대·폭력(8.6%)은 성격 차이(52%), 경제적 문제(12.6%) 다음으로 많았다.

특히 학대·폭력을 이혼·별거 사유로 꼽은 응답은 결혼이민자(9.5%), 여성(10.2%), 20대(24.8%) 집단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에 노출돼 있지만 실상은 피해사실을 외부로 알리기 어려운 구조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가정폭력 신고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체류자격이 실질적으로 배우자에게 종속돼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주여성의 체류자격 연장 허가 시 배우자의 신원보증을 요구한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은 이주여성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2011년 폐지됐지만 여전히 신원보증을 요구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욱이 이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할 때는 여전히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보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인 배우자가 국적취득 등을 볼모로 이주여성을 협박하거나 폭력을 행사해도 이주여성이 폭력 신고를 꺼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다문화 가정을 소재 삼는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듯 낯선 한국 땅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린 이들 또한 적잖이 존재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의 현실은 여전히 어두운 실정. 정부가 이주여성상담소를 제도화하고 쉼터 등을 운영하지만 제대로 알려지지도 충분하지도 않다.

또한 쉼터로 옮겨도 몇 달 뒤에는 다시 배우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언어장벽과 체류자격 등의 문제로 피해를 받고 있는 많은 이주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선 이를 예방할 대책과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

다문화 사회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문제’인 만큼 피해자와 아동들이 가해자의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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