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시절 인보사 경제성평가 연구용역 수행..허가 취소 고의 지연 의혹 제기
윤소하 의원 “수습 책임자로 부적절” vs 이 처장 “문제 있으면 사퇴할 것”
시민단체, 자진사퇴 촉구 ‘한목소리’..정부 차원의 조사 통한 진상규명 요구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의경 식약처장이 과거 인보사 연구용역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 처장이 교수 시절 인보사의 건강보험 등재 연구용역을 수행했고, 이 같은 이해관계로 인해 인보사 품목 허가 취소를 고의로 지연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

이에 이 처장은 “인보사의 경제성평가 연구에 대해 국민 앞에서 떳떳하다”며 인보사 사태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퇴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그러나 이 처장의 무고함 호소에도 시민단체들은 이 처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정부 차원의 조사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의 불씨는 쉽사리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인보사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인보사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1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처장이 과거 성균관대학교 교수 시절 인보사 보험급여 등재를 위한 경제성평가 연구용역을 수행했다”며 “코오롱 측이 의뢰한 용역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이 인보사 사태를 수습하는 책임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경제성평가 연구는 건강보험 급여 등재 신청 시 해당 의약품이 기존 치료제에 비해 임상적, 경제적 가치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제출하는 자료다.

윤 의원이 공개한 인보사 경제성평가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인보사는 중증도 골관절염 증상과 진행을 억제시키는 약제로 대체 가능한 약제는 없다’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이 처장은 과거 인보사에 대한 경제성평가 연구용역을 진행한 사실을 인정하며 “이 연구는 인보사 사태 이전인 2017년 12월 수행한 것으로 신약의 보험급여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중요한 연구”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객관적으로 수행했다”며 “이번 인보사 사태와 무관하며 추후의 의혹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추후 문제가 있으면 사퇴 의향도 있다”고 강조했다.

인보사는 2017년 7월 국내 최초 유전자 치료제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 초 치료제 주성분 중 하나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세포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이달 3일 최종적으로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이 확정됐다. 

한편, 이 처장이 취임 전 인보사의 경제성평가 연구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시민단체는 이 처장의 퇴진을 강력히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 처장은 인보사가 국민건강보험으로 보장해줄 만큼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치료제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의 지원금을 받고 코오롱 측에 서서 연구를 수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해상충 문제가 너무도 분명한 이 처장이 현재 식약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우선 사안인 인보사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당국의 수장이라는 것은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도 이 처장이 인보사 사태가 벌어진 직후 지금까지도 국민에게 이러한 중요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 그 자질과 도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해당사자 중 하나인 이 처장이 인보사 대응을 여태껏 지휘해 왔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라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업무 수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명백한 이해상충에 해당하므로 이 처장은 인보사 사태 진실 구명의 지휘자가 아니라 수사 대상의 하나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스스로 식약처장 자리에서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또한 시민단체는 식약처의 인보사 허가 취소에 대한 늑장 대응이 이 처장과 코오롱 측의 밀접한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의심했다.

그 근거로 ▲3월22일 처음 인보사 사태를 보고 받고도 29일까지 판매 중지를 늦춘 점 ▲세포가 뒤바뀐 사실을 코오롱이 인정하고도 무려 두 달간 허가취소를 하지 않은 점 ▲환자 사후관리를 가해자인 코오롱에게 직접 맡긴 점 ▲끊임없는 의혹에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점 등을 들었다.

이들은 “모두 이해할 수 없는 무능이거나 친기업적 태도쯤으로 여겨졌지만, 더 분명히 코오롱 측의 입장을 고려한 판단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처장은 취임 당시부터 JW중외제약과 유유제약 사외이사 경력으로 구설수에 올랐다는 점 등도 언급하면서 “제약회사를 견제하고 규제해 국민 건강을 지킬 인물로는 절대 부적합하다는 시민사회의 문제 제기가 강했다”고 질타했다.

시민단체는 “이제 현직 식약처장의 이해상충까지 드러난 이상 국민은 더는 ‘이의경 식약처’를 신뢰할 수 없다”며 “보건복지부와 검찰, 국회가 나서서 인보사 사태로 피해 입은 환자들과 국민 편에 서서 제대로 된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이 처장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자리에서 즉시 물어나야 한다”며 “또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스스로 진상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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