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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스토리
[공공story] 잘못된 의리에 병드는 사회
#음주운전 방조:동승자 “말렸다” 한마디면 처벌 無→법·제도 보완 및 ‘잠재적 공범’ 경각심 필요
김승남 기자 (114@00news.co.kr)  2019. 07. 14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입사한 지 5개월 된 신입사원 A씨는 직장 상사와 지방 출장 중 술을 마시게 됐다. 다음날 다시 회사로 들어가야 했기에 소주 두 잔만 마신 A씨와 달리 직장 상사는 소주 2병 가량을 마셨다. 술을 마신 장소에서 숙박을 예약해둔 곳까지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고, 겨우 한두 잔 마시고 대리기사를 부르기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 A씨 일행은 ‘설마 단속에 걸리기야 하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은 것이 화근이 됐다. 100m가량 이동한 지점에서 음주단속을 하고 있었고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7%로 측정됐다. 이는 법 개정 전 면허정지에 해당했지만, 제2 윤창호법에 따라 A씨는 면허 취소처분을 받게 됐다. 또 동승자인 직장 상사는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더 큰 문제는 A씨 업무의 대부분이 외근 및 출장으로, 면허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었다. 정말 어렵게 구한 직장이기에 놓치거나 잘리지 않으려 열심히 근무했던 A씨에겐 매우 절망적인 상황. A씨는 면허가 취소되면 직장 생활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결국 사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배우 오승윤. <사진제공=티앤아이컬쳐스>
배우 오승윤. <사진제공=티앤아이컬쳐스>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연간 1조원을 넘고 선량한 타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등 그 폐해가 매우 심각하다. 음주운전은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는 잠재적 살인 행위라는 점에서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는 순간 살인자나 다름없는 존재다.

음주운전 경각심 강화를 위한 ‘윤창호법’이 시행됐지만 동승자에게는 여전히 관대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음주운전 방조죄까지 만들어졌지만 동승자의 혐의를 입증할 길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은 사례가 거의 없어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현재 국회에는 음주운전을 말리지 않고 차량에 동승한 소극적 방조범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로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음주운전 방조’ 오승윤, 방송 하차에 편집까지 후폭풍ing

배우 오승윤(28)이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멜로가 체질’과 ‘호구의 연애’ 측이 하차와 편집을 결정했다.

지난 12일 JTBC 새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 측은 “제작진은 최근 음주운전 방조로 입건된 오승윤씨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승윤의 하차에 따라 오는 26일 첫 방송이 예정돼 있던 ‘멜로가 체질’은 다음달 9일로 일정이 연기됐다.

드라마 제작진 측은 “1회부터 14회까지 오승윤이 이미 촬영한 분량은 재촬영과 재정비를 거친다”며 “방송을 기다리는 시청자분들께 예고했던 일정보다 방송을 연기하게 돼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MBC TV 예능 ‘호구의 연애’ 제작진 또한 14일 방송분부터 오승윤의 출연 장면을 최대한 삭제하기로 했다.

’호구의 연애‘ 제작진은 같은 날 공식 입장을 내고 “오승윤 출연과 관련해 시청자들이 불편을 느낄 것을 공감한다”며 “이번 주 방송부터 오승윤의 기존 촬영분량 중 타 출연자들의 감정선 등 방송 내용 흐름상 불가피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편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슈가 생기기 전 이미 촬영이 진행된 상태에서 전면 편집은 다른 출연자들과 전체 프로그램 흐름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일부 장면들이 방송될 수 있다는 점 깊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승윤은 지난달 26일 새벽 인천시 서구 청라동 한 도로에서 자신의 BMW 승용차에 동승한 여성 A(22)씨의 음주운전을 알고도 방조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A씨는 음주 단속활동을 벌이던 경찰에게 적발됐으며 당시 A씨의 형중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수치인 0.101%였다.

이에 오승윤의 소속사인 티앤아이컬쳐스는 11일 입장문을 통해 “오승윤이 지난달 26일 인천시 서구에서 동승하고 있던 여성 A씨의 음주운전을 방조했다”며 “이로 인해 오승윤은 인천 서부경찰서에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오승윤은 ‘비록 말리려고 시도하긴 했지만 끝까지 A씨의 음주운전을 막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제 잘못’이라며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성실히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입장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오승윤은 경찰 조사를 받고 이에 따라 나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할 예정”이라며 “불미스러운 일로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오승윤은 ‘호구의 연애’에 출연하면서 윤선영과 러브라인을 형성 중이었다. 오승윤 소속사 측은 “여성 동승자는 여자친구가 아닌 지인”이라고 해명했지만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최근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사회적으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승윤의 음주운전 방조 혐의가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누리꾼들은 “이 같은 사실을 감추고 드라마와 예능에 출연한 것은 양심적이지 못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배우 故 한지성. <사진=한지성 인스타그램, 인천소방본부>
배우 故 한지성. <사진=한지성 인스타그램, 인천소방본부>

# ‘고속도로 사망’ 故한지성 남편, 음주운전 방조죄 입건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윤창호법이 시행되면서 단속과 처벌 기준이 강화됐지만 음주운전 범죄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여기에는 음주운전 방조범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이달 10일 고속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웠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배우 고 한지성(28)씨의 남편이 음주운전을 방조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한씨의 남편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B씨는 한씨가 사고 당시 음주운전을 한 것을 알고도 이를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한씨는 5월6일 오전 3시52분께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서 벤츠 C200차량을 운행하다 2차로에 정차한 후 밖으로 나왔다.

그는 소변이 마렵다는 B씨의 요청으로 차량을 정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밖에 있던 한씨는 택시에 치인 뒤 2차로 올란도 승용차에 치여 결국 숨졌다.

이 과정에서 한씨가 고속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온 이유와 차에 함께 탔던 B씨의 행동과 진술 등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으면서 사고에 대한 의문점을 남긴 바 있다.

당시 경찰 조사에서 B씨는 “소변이 급해 차를 세우고 옆 화단에서 볼일을 본 뒤 돌아와 보니 사고가 나 있었다”고 진술했으며 한씨가 화단 쪽 갓길이나 가장자리인 3차로가 아닌 고속도로 한 가운데인 2차로에 차량을 세운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과수 부검결과 한씨 사인이 차량 충격으로 온몸에 다발성 손상이 있다는 1차 구두소견을 전달받았다.

또한 한씨는 사고 당시 면허 취소 수준(0.1% 이상)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측정됐다. 다만 피의사실 공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공개할 수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B씨는 한씨의 음주여부에 대해서는 “사고 당일 영종도에서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며 “(한씨가 술을 마시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한씨가 술에 취한 상태였던 점과 당시 승용차 조수석에 B씨가 타고 있었던 점을 들어 B씨가 한씨의 음주운전을 알고 있었지만 말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B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동승자 처벌 어려운 ‘음주운전 방조죄’ 유명무실

한편, 음주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2016년 음주운전 방조죄까지 만들어졌지만 정작 효과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2016년 4월 음주운전 동승자와 술 판매업주까지 음주운전의 방조범으로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음주운전 단속 및 처벌강화 방침’을 발표했지만 연간 음주운전 적발건수는 1만여건을 웃도는 반면 음주운전 방조죄 입건 건수는 100여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음주운전 방조죄 입건자 수는 157건이었다. 같은 해 음주운전사고 적발 건수가 1만9517건인 점을 감안하면 방조죄 입건자 수는 1%가 채 되지 않는다.

현재 음주운전 동승자의 단순 음주운전 방조 혐의가 입증되면 1년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적극적으로 음주운전을 독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음주운전 방조죄는 음주운전을 독려하거나 운전자가 술을 마신 사실을 알면서도 차 열쇠를 주는 등의 ‘적극적인 행위’에 한해서만 적용돼 말리는 시늉만 하는 소극적인 방조부터는 사실상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정확한 증거 확보와 고의성 입증 여부도 쉽지 않다는 것.

단순 동승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안은 이미 마련돼 있다. 지난해 9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교통상 편의를 제공받을 목적으로 음주운전 차량에 탑승한 동승자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한다.

이는 적극적으로 음주운전 행위를 교사·방조하지 않더라도 처벌하자는 것이다. 다만 강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탑승한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동승자 처벌 강화 법안이 제출됐지만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실정이다.

윤창호 법이 시행된 이후 경찰에서 지속적인 단속을 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음주운전을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음주운전 피해자들은 운전자뿐만 아니라 동승자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형량 등 처벌 수위와는 별개로 처벌 가능 기준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것.

일각에서는 음주운전자 옆에 동승만 해도 처벌받는다는 법 조항만 있다면 음주운전이 근절되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살인을 하겠다고 나선 음주운전자를 말리지 않고 함께 동행했다면 동승자 역시 공범에 해당한다. 음주운전은 살인이고 방조죄 역시 중한 범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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