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회장, 여비서 성추행 이어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 피소
구조조정 후 ‘동부→DB’ 사명 변경..창립 50주년 쇄신 고삐에 찬물
자질론 부각에 부친 이슈까지..‘2세 경영’ 향후 행보 가시밭길 예고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DB그룹(옛 동부그룹)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이 잇따라 불미스런 성추문 사건에 휘말리면서 뭇매를 맞고 있다.

이미 한 차례 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피소된 김 전 회장은 “개인사로 인해 회사에 짐이 될 수 없다”며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러나 또 다시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추가 피소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그룹은 몸살을 앓고 있는 형국.

특히 과거 경영 악화로 극심한 구조조정을 겪은 그룹은 ‘DB’로 사명까지 변경하고 쇄신을 위한 고삐를 당겨왔으나 잊을 만 하면 불거지는 창업주의 일탈로 이미지 회복 노력은 물거품이 된 분위기다. 

더욱이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된 김 전 회장의 장남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이 여전히 ‘자질론’에 대한 물음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 불명예 퇴진한 부친도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으로, 김 부사장의 앞날에 험로가 예고된 모습이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사진=공공뉴스DB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사진=공공뉴스DB>

◆김준기 전 회장, 여비서 이어 이번엔 가사도우미 성추문

16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A씨는 지난해 1월 김 전 회장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2016년부터 약 1년 간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김 전 회장의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접수하고 피해자 조사를 마쳤다. 하지만 2017년 7월 치료차 미국으로 출국한 김 전 회장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전날(15일) JTBC ‘뉴스룸’ A씨가 피해 당시 직접 녹음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김 전 회장이 A씨에게 “나 안 늙었지” “나이 먹었으면 부드럽게 굴 줄 알아야 한다” “가만히 있어라” 등 말을 한 정황이 담겼다.

이에 대해 A씨는 “두 번 정도 당하고 난 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누구에게 말도 못하니 그때부터 녹음기를 가지고 다녔다”고 설명했다.

또한 A씨는 김 전 회장이 주로 음란물을 시청하고 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 측은 강압에 의한 성폭행이 아닌 ‘합의된 관계’라고 A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합의금을 줬음에도 불구, A씨가 추가로 거액을 요구하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해고 당할 시점에 생활비로 2200만원을 받은 게 전부”라고 반박했고, 오히려 김 전 회장이 성폭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입막음을 시도했다며 경찰에 계좌 내역을 제출했다고 JTBC는 전했다.

성폭행이나 성추행 문제는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A씨의 주장처럼 김 전 회장의 성폭행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에 응당한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부터 현재까지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김 전 회장의 성추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큰 공분이 쏟아지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앞서 2017년에도 여비서 상습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바 있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의 여비서 성추행 건과 가사도우미 성폭행 건을 모두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경찰은 외교부와 공조해 김 전 회장 여권 무효화 조치를 신청했으며,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DB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DB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창립 50년’ DB그룹, ‘동부’ 버린 DNA 재무장 외침 ‘와르르’ 

김 전 회장은 DB그룹의 전신인 옛 동부그룹을 세운 창업 1세대로, 그는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여론이 악화되자 48년 동안 맡았던 회장직을 그해 내려놨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제 개인의 문제로 인해 회사에 짐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그룹 회장직과 계열회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동부그룹은 1970년 중동 건설경기 붐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10년 만에 30대 그룹에 진입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유동성 문제로 주력 계열사들을 매각했다. 이 여파로 2000년 재계 순위 15위였던 동부그룹의 사세는 점점 쪼그라들었다. 

김 전 회장은 그룹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내부 분위기 쇄신을 위해 그룹명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해오던 중 성추문 사건이 불거지면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그룹 측은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회장에 선임하고 내부의 혼란 수습에 나섰다. 이와 함께 ‘동부’라는 브랜드를 버리고 ‘DB’로 사명도 바꿨다.

특히 이 회장은 올해 DB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3대 경영 과제로 ▲도전과 혁신의 DNA 재무장 ▲스피드 업을 통한 경쟁력 강화 ▲역량 개발 및 창의적 조직문화 확산을 제시했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김 전 회장이 1969년 창업한 이래 지난 반세기동안 후발기업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예기치 못한 불운한 구조조정으로 많은 계열사가 그룹을 떠나는 등 수많은 아픔과 좌절을 딛고 기업가 정신과 열정으로 오늘의 DB그룹을 이룩했다”며 “이러한 정신과 의지를 이어 받아 도전과 혁신의 DNA를 다시 살려서 100년 기업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자”고 당부했다.

그러나 오너일가, 심지어 창업주의 성추문 이슈가 이 같은 그룹 재건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 <사진=공공뉴스DB>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 <사진=공공뉴스DB>

◆父에 발목 잡힌 2세 김남호..향후 행보도 ‘안갯속’

한편, 김 전 회장이 퇴진하면서 DB그룹의 ‘2세 경영’도 본격화 된 상황.

김 전 회장의 장남 김 부사장이 계열사 지분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커졌고, 실제로 김 부사장은 DB손보 상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 자리까지 초고속으로 오르면서 이 같은 분위기도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김 부사장이 그룹의 핵심 금융계열사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그의 경영 능력을 두고는 뒷말이 끊이질 않았다.

금융감독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손보의 2018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207억원, 당기순이익은 53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상당히 줄어든 수준으로, 2017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678억원, 6691억원이었다.

올해 3월 기준, 김 부사장은 DB손보의 지분 8.3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전 회장이 보유한 6.55%보다 높은 지분율을 보유 중이다.

또한 DB손보는 DB생명(99.83%), DB캐피탈(87.10%), DB금융투자(25.08%)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 DB(16.83%) 역시 김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고 여타 계열사들의 지분들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 부사장의 그룹 내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자질론이 부각된 데다 여기에 부친을 둘러싼 잡음까지 더해지면서 김 부사장의 향후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DB그룹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인해 지난해 손보업계 전체 이익률이 2017년에 비해 30% 넘게 하락한 상황에서도 역대 두 번째, 업계 2위의 실적을 기록한 DB손보의 실적이 나빠졌다는 지적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사장은 DB금융연구소에서 금융그룹 전체의 중장기 발전전략 업무를 맡고 있어서 회사 경영을 총괄하거나 영업을 담당하는 직위에 있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김 부사장의 능력이 부족해 실적이 전년에 비해 나빠졌다는 지적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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