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회의서 “성장 위해 ‘롯데=좋은 일 하는 기업’ 공감 얻어야”
오너가 국적·병역문제 ‘정체성’ 시끌..‘日기업’ 그림자 속 불매운동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사회적으로 인정과 공감을 얻지 못하는 기업은 지속할 수 없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미래 전략 키워드로 ‘공감(共感)’을 제시했지만, 그러나 정작 그룹 오너일가는 우리 국민 정서에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빈축을 사는 모양새다.

신 회장 등 오너일가의 ‘일본 국적’은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고 정체성에 대한 논란도 여전한 까닭.

특히 최근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반일 감정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 회장 일가의 국적과 롯데그룹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더욱 싸늘하다.

더욱이 재계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아들인 시게미쓰 사토시(한국명 신유열)가 신 회장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유열씨가 한국과 이렇다 할 접점이 없다는 점에서 ‘일본기업’이라는 꼬리표는 후대에도 끊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

신 회장은 그동안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수차례 강조하면서 이미지 구축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 왔다. 하지만 상황이 공감 보다는 냉소적 분위기로 흐르면서 롯데그룹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드리운 모습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동빈 “지속 위해 ‘좋은 일 하는 기업’이란 공감 얻어야”

2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열린 하반기 사장단 회의(Value Creation Meeting·VCM)에서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사업군별로 모여 주요 계열사가 중장기 전략을 공유하고 이에 대해 논의하는 방식으로 VCM을 진행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이달 16일부터 20일까지 식품, 유통, 화학, 호텔 부문 회의를 차례로 개최했다.

올해는 ‘내부 기업설명회(Internal IR)’라는 부제로 참석자들이 투자자의 관점에서 각사의 발표를 듣고 가상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신 회장과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부회장), 사업부문(BU)장, 금융사를 포함한 58개사의 대표이사 및 임원 약 140여 명이 참석해 지난 4일간의 VCM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신 회장은 닷새간의 VCM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고객, 임직원, 협력업체, 사회공동체로부터 우리가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오늘날처럼 수많은 제품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기에 특징 없는 제품과 서비스는 외면 받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단순히 대형브랜드·유명브랜드를 보유한 것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설명이다.

신 회장은 “매출 극대화 등 정량적 목표 설정이 오히려 그룹의 안정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돼 사회와 공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최근 빠른 기술 진보에 따라 안정적이던 사업이 단기일 내에 부진 사업이 될 수도 있다”며 “투자 진행시 수익성에 대한 철저한 검토뿐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Environment·Social·Governance) 요소도 반드시 고려돼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권한이양을 통해 기동력 있는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우수한 젊은 인재 확보·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점도 피력했다.

아울러 신 회장은 “롯데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리먼 사태 등을 오히려 기회 삼아 더 큰 성장을 이뤄온 만큼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쳐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각 사의 전략이 투자자, 고객, 직원, 사회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남은 하반기에도 이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8일 세종시 어진동 유니클로 앞에서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정권 규탄과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8일 세종시 어진동 유니클로 앞에서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정권 규탄과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日기업’ 꼬리표에 불매운동 직격탄..유니클로 등 매출 ↓

신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간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 혁신에 방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기업문화의 근본을 되돌아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의미.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좋은 기업’ 강조가 최근 급속도로 냉각된 한일 관계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소재 수출규제 등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라 일본 제품 불매운동 움직임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그룹에도 그 불똥이 튄 데 따른 것이라는 풀이다. 

롯데그룹은 지배구조상 일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데다, 현재 불매운동 표적이 돼 직격타를 맞고 있는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와 아사히 맥주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롯데쇼핑이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

특히 이달 1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패스트리테일링 결산 설명회에서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관련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한국 불매운동 오래 못 간다”고 말해 우리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한국 소비자 무시 논란이 확산되면서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운동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됐고,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는 사과가 담긴 입장문을 16일 발표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사이에서는 사과문이 미흡하다고 볼멘 소리가 나오면서 논란의 불씨만 키운 형국이 됐다. 이 여파로 유니클로의 이달 매출이 30%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패스트리테일링과 에프알엘코리아는 이날 두 번째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유니클로 측은 “최근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실적 발표 중 있었던 임원의 설명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한국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을 불쾌하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유니클로 측은 “당시 임원은 질문에 대해 매출에 일정 부분 영향이 있다. 영향이 당연히 없을 수는 없지만 저희로서는 정치 상황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어떤 국가의 고객님도 모두 저희의 소중한 고객님이므로 각 나라의 고객님들의 생활에 잘 맞는 라이프웨어를 제공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자 한다”면서 “한국에서도 오랜 기간 사랑해주고 계신 만큼, 그 영향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일정 부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설명으로 전하고자 했던 바는 ‘현재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진지하게 계속해나가는 것밖에 없다. 한국에서도 오랜 기간 사랑해주고 계신 만큼 그 영향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란다’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유니클로 측은 “다시 한번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한국 많은 고객님들께 불쾌한 감정을 느끼시게 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아울러 생활용품 브랜드 무지(MUJI)를 운영하는 무인양품도 일본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각각 60%, 40% 지분을 보유 중이며, 롯데아사히주류는 롯데칠성음료가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다.

무인양품은 과거 원전사고 지역인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제품 논란이 일었을 당시 “후쿠시마 제품임을 고객들에게 알릴 의무가 없다”는 발언을 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무인양품은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매출이 일주일여 간 15%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롯데그룹은 일본기업과 국내에서 합작이나 지분투자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

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롯데그룹에 달려온 ‘일본기업’ 꼬리표가 또 다시 부각되자 신 회장이 ‘좋은기업’ 이미지 구축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유력 후계자’ 장남 신유열, 국적·병역의무 ‘정체성’ 논란

한편, 신 회장의 노력에도 롯데그룹은 일본 그림자를 쉽게 벗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롯데그룹 후계자로 점쳐지는 신 회장의 장남 유열씨 등 오너일가가 일본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까닭이다.

신 회장은 1996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유열씨를 비롯해 슬하에 둔 1남2녀 자녀는 모두 일본 국적이다.

유열씨는 일본 황족과 귀족이 들어가는 학교로 유명한 가쿠슈인을 거쳐 게이오대학을 졸업했다. 2008년부터 2013년 8월까지 노무라증권을 다녔고, 2013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2015년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또한 2015년 노무라증권 입사 동기였던 시게미쓰 아야와 미국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특히 결혼식 이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피로연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정재계 유명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재계 일부에서는 유열씨가 일본에서 후계자 수업에 들어간 것으로 내다봤다. 신 회장 역시 1985년 결혼식 피로연에서 공식 데뷔한 후 몇 년 뒤 경영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실제로 유열씨는 결혼 이듬해인 2016년 3월 롯데의 일본 면세점 개점 행사에 부인과 함께 참석,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유열씨가 신 회장의 뒤를 이어 롯데그룹 경영권을 쥐게 될 경우 우리나라 국민들의 반발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반일 기조가 격화되고 있는 분위기도 그렇지만 재외동포 병역문제도 사회적 논란 거리로 자리잡으면서 유열씨의 국적 문제와 병영 관련 이슈 등이 민감하게 작용할 우려가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부친인 신 회장도 당시 병역법상 병역 의무를 규정한 40세가 지나자마자 바로 이중 국적 문제를 해소하고 경영에 참여한 가운데 유열씨도 병역 의무가 없는 38세 이후 한국으로 귀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벌써부터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발(發) 악재로 유탄을 맞고 있는 롯데그룹에 오너일가의 애매한 정체성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신 회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는 형국.  

신 회장은 사회적 공감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지만, 롯데그룹이 ‘좋은기업’ ‘한국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 한국 사회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그림자를 먼저 지우고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는) 사업적으로는 크게 연관성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영향은 있을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그룹 향후 승계 등과 관련해서는 “현재로서는 고려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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