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관련 객관적·과학적 검증 無·조직적 증거인멸 판단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 8명 구속..26명 불구속 기소

권순정 중앙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2차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순정 중앙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2차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인체 유해 성분이 함유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및 판매해 수많은 사상자를 낸 SK케미칼, 애경산업 등 업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8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지난 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 최초 발생한 이후로는 8년 만이다.    

검찰은 대기업 등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유통·판매한 책임자와 사건 무마에 관여한 관계당국 공무원 등 총 34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흡입독성이 있는 화학물질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유통·판매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정부 내부 정보를 누설한 환경부 서기관 최모씨 등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은 홍 전 대표 등 4명과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5명, 김모 전 필러물산 대표 등 2명, 이마트 전직 임원 2명, GS리테일 전 팀장 1명, 퓨엔코 전직 임원 2명 등 총 16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다.

SK케미칼, 애경산업 등 업체들은 각각 인체에 유해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가습기살균제전국참사네트워크 등은 지난해 11월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전·현직 임원들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 이에 따라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됐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은 2011년 처음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서울 시내에서 산모 7~8명이 폐가 굳는 원인 미상의 질환의로 입원한 뒤 일부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

이후 2012년 수사가 진행됐지만 검찰은 피해자들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중지했고, 2016년 1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이 발족하면서 수사는 본격화됐다.

그 결과 검찰은 신현우 전 옥시 대표 등을 구속기소하는 등 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관계자 21명을 업무상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PHMG 등 원료로 제조한 가습기살균제의 흡입 독성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검사하지 않고 제품을 출시해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PHMG가 사용되는지 몰랐다고 항변한 SK케미칼은 1차 수사에서 기소를 면했다. 

사진=공공뉴스DB
<사진=공공뉴스DB>

지난해 말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이 과정에서 1994년 처음으로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했을 당시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 연구노트 등을 압수해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에서 개발 당시부터 안전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 등을 확인했다.

SK케미칼은 2000년 가습기메이트 사업을 인수해 2002년부터 애경산업과 공동으로 제조·판매했으나, 안전성에 관한 검증 조치는 진행되지 않았다.

검찰은 SK케미칼이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를 숨기거나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SK케미칼이 건강 유해성을 문의하는 소비자 클레임을 부실하게 처리해 인명피해에 이르게 한 혐의도 있다.

애경산업은 가습기살균제 수사가 본격화되자 연구소 직원 컴퓨터를 교체하거나 이메일 삭제, 보고서를 숨기는 등 증거를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환경부 서기관 최씨는 애경산업으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 등을 받은 후 2017년부터 국정감사 자료 등을 제공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검찰 수사에 대비해 애경산업 측에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 관련 업체들이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과학적 검증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원료를 공급하는 과정에서도 독성 정보 등에 대한 정확한 제공 및 확인이 없었으며,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향후 가습기살균제 관련 재판을 전담하는 ‘특별공판팀’을 구성, 공소유지를 철저히 할 것”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고 피해를 회복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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