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올해 3월 출항을 시작한 쌍용자동차 ‘예병태호(號)’가 상반기 신차 효과 호조에도 불구, 위기감은 여전한 모습이다.

쌍용차가 수출부진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이달 4차례에 걸쳐 공장 가동을 중단시킨 가운데 회사 주력 모델인 ‘티볼리’ 결함 문제까지 발생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까닭.

일각에서는 올해 흑자 전환을 달성하겠다는 예병태 사장의 당찬 포부도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예병태 쌍용자동차 사장. <사진제공=쌍용자동차>

◆쌍용차, 티볼리 가속 지연 원인은 ‘노킹센서’..무상점검 조치 예정

쌍용차는 ‘베리 뉴 티볼리(Very New TIVOLI)’ 가솔린 모델의 일부 차량에서 발생되고 있는 고객 불편사항에 대해 원인 규명을 마쳤으며 곧 무상점검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출시된 베리 뉴 티볼리 가솔린 모델 일부 차량에서 정차 후 출발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간헐적으로 가속이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쌍용차가 긴급 분석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급격히 더워진 날씨 속 주행·정지가 반복되는 일부 환경에서 엔진 노킹센서(소리와 진동, 압력변화를 감지해 점화시기를 조절하는 부품)가 민감하게 작동, 엔진제어유닛(ECU)이 엔진 출력을 강제로 조정하면서 발생된 현상으로 밝혀졌다.

쌍용차는 이 같은 현상을 ECU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센서 신호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관련 업체와 개선된 소프트웨어 개발 등 필요한 준비를 오는 8월2일까지 마칠 계획이며 해당 차종 소유자에게 별도 안내할 예정이다.

이번 무상점검 대상 고객은 전화 및 인터넷으로 예약 후 편리한 시간에 서비스 네트워크를 방문하면 점검을 받을 수 있으며 점검 결과 이상이 발견되면 무상수리 조치를 받게 된다.

또한 쌍용차는 무상점검 조치 이전이라도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즉시 실행 가능한 방법을 함께 검토하고 있으며 고객들에게 깊은 사과의 뜻을 표하며 조속하고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티볼리 고객 중 가속 지연 현상이 발생했거나 해당 문제에 대한 안내를 원할 경우 쌍용차 고객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지난 2일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출고센타에 출고를 앞둔 자동차들이 가득 차 있다. <사진=뉴시스>

◆시름 앓는 쌍용차, 판매 부진·재고 급증에 생산 중단

쌍용차가 지난 6월 출시된 베리 뉴 티볼리 가솔린 모델의 결함을 빠르게 인정하고 조치를 취한 것은 소비자 신뢰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당연한 일.

하지만 주력 모델, 그것도 출시 한 달밖에 안 된 신형 티볼리에서 고객 불만이 터져나온 것은 상당히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쌍용차가 최근들어 겪고 있는 악재는 이 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급증함에 따라 역대 처음으로 노사 간 합의를 거쳐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노조 파업 등이 아닌 임의적인 생산 중단은 이번이 사상 첫 사례다.

이달 1일 쌍용차는 노사 합의에 따른 적정재고 유지를 위한 생산물량 조정을 위해 평택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생산중단 일자는 이달 5일과 8일, 12일, 15일 등 총 4일이었다.

쌍용차는 회사 귀책으로 휴업하면 급여의 70%를 지급하기 때문에 평택공장 생산직 직원들은 휴업일인 나흘간의 임금은 30% 줄어든다.

쌍용차 관계자는 생산 중단 배경에 대해 “노사 합의로 재고 조정을 위해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올해 들어 내수 부진에 따른 판매 감소로 2시간씩 휴식하는 계획 정지도 시행했지만 재고량이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쌍용차의 올해 월간 판매량이 1만2000대 수준이었지만 지난달에는 1만375만대로 1만대를 겨우 넘겼다.

쌍용차 내부적으로는 4500대를 적정 재고량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4월부터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재고량은 5000대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쌍용차는 올 초 ‘렉스턴 스포츠 칸’, 2월엔 신형 ‘코란도’를 출시하고 6월엔 쌍용차 최초의 1.5 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베리 뉴 티볼리’를 선보이는 등 올해에만 3개 차종의 신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그러나 지난 6월 판매는 경기 부진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해 내수는 전년 동월 대비 15.1%, 수출은 25.5%가 감소함에 따라 전체적으로 17.5%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모델별 내수 실적을 살펴보면 코란도는 3월에 2202대가 팔렸지만 4월부터 판매가 둔화돼 5월에는 1585대, 6월에는 1114대까지 판매량이 줄었다.

아울러 쌍용차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티볼리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음에도 내수 판매가 2940대에 그쳐 5월(3977대)보다 26.1% 급감했다.

쌍용자동차 홈페이지 갈무리

◆“작지만 강한 회사로 만들겠다”던 예병태 사장, 흑자 달성 멀어지나

한편, 쌍용차가 차량 결함 문제와 판매 부진 등에 시달리면서 올해 3월 말 신임 사장으로 부임한 예 사장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2011년 마힌드라에 인수된 후 2016년을 제외하고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쌍용차는 무엇보다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

예 사장도 3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 프레스 데이에서 “자동차 업계 상황이 좋지 않아 쉽지는 않겠지만 적자 규모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가능하면 흑자 전환을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도 직원들 사이에서 심기일전을 하자는 분위기는 만드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임기 시작부터 쏟아지는 잡음에 예 사장의 첫 사업 목표인 ‘흑자 전환’도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

물론 쌍용차는 ‘예병태 체제’에서 올 상반기 5개 완성차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이는 신차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결과로, 가장 높은 내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수 성장세에도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하는 등 수출 시장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쌍용차의 적자 행진은 수출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시장에서는 올 4분기 쌍용차의 흑자 전환 가능성을 예상했으나 현대·기아자동차가 하반기 신차 출시를 예고하면서 변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 또 녹록치 않은 국내외 시장 상황도 쌍용차 손익분기점 달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예 사장이 취임 직후 줄곧 강조하고 있는 ‘작지만 강한 회사’는 흑자 달성 목표를 위한 핵심 전략. 그러나 이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찮다.

취임 4개월,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깨가 한층 무거워진 예 사장이 회사 적자 탈출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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