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3명 사망 “‘목동 빗물펌프장’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人災)”
산업현장 안전사고 경각심 높은데..조용한 ‘입’ 시민단체는 ‘고발’
올해 건설업계 각종 사건·사고 정치권 예의주시 10월 국감스타 예고?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최근 노동자 3명이 사망한 ‘목동 빗물펌프장’ 사고가 관리·감독 부실에 따른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은 벌써부터 오는 10월 예정된 국회 국정감사 부담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재 경찰은 시공사인 현대건설 압수수색에 나섰고, 시민사회단체는 노동자 안전을 보장할 최소한의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며 박 사장 등 책임자들을 고발 조치했다.

특히 최근 산업현장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과거보다 상당히 높아진 분위기 속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점, 또 박 사장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를 향한 비난 여론은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박 사장은 올해 국감 증인대에 설 가능성도 농후한 상황. 특히 올해는 건설업계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아 정치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박 사장이 경쟁 건설사 수장들을 제치고 ‘국감장 스타’로 떠오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사진=현대건설 홈페이지 캡쳐>

◆“목동 빗물 배수시설 사고는 ‘인재(人災)’”..안전불감증 도마 위

서울 목동 빗물 배수시설(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공사 현장 사망사고를 수사하는 양천경찰서 전담수사팀은 6일 오후 2시께 현대건설과 양천구청,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등 7곳에 수사관 3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작업일지 등 공사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공사는 도시기반시설본부가 주관하고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앞서 지난달 31일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공사 현장에서 갑작스러운 폭우로 노동자 3명이 고립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한 노동자는 현대건설 직원 1명과 협력업체 직원 2명이다.

협력업체 직원 A씨와 같은 회사의 미얀마 국적 직원 B씨는 사고 당일 오전 7시10분께 시설 점검을 위해 펌프장 저류시설로 나려갔다가 배수시설의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6만톤 가량의 물이 쏟아져 변을 당했다.

현대건설 직원 C씨는 A씨 등에게 위험을 알리려고 뒤따라 작업 장소로 향하다가 함께 고립되면서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 5일 현대건설 안전관리 책임자인 현대건설 관계자 2명, 공사 감리단 관계자 1명, 협력업체 관계자 1명 등 총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폭우가 예보된 상황에서도 터널 안 작업을 강행하는 등 현장 관계자들이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정황을 포착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 및 책임 소재를 가리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현장에서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안전사고에 정부에서도 재해 예방에 집중할 것을 강력하게 당부하고 나서고 있지만 쉽사리 고쳐지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이번 사고를 두고 ‘전형적인 인재’라고 입을 모으면서 현대건설의 ‘안전불감증’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분위기.

이런 가운데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최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박 사장과 김수영 양천구청장, 한제현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 등을 직무유기 및 직무유기에 의한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시민단체는 “이번 참사는 서울시와 양천구청, 현대건설이 잘못해서 발행한 전형적 인재”라고 주장했다.

공사 발주자인 서울시가 노동자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가장 큰 책임이 있고, 책임지자체인 양천구청과 시공사 현대건설도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시민단체는 “수사기관은 사고가 나면 하청업체와 소속 노동자에만 책임을 묻고 끝내버린다”면서 “수사전담팀을 꾸린 양천경찰서는 서울시와 현대건설 양천구청 수장과 관련 책임자를 구속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지난 7월31일 서울 양천구 목동운동장 인근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등 방재시설 확충공사’ 현장의 저류시설에서 폭우로 인해 근로자 3명이 고립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뉴시스>

◆박동욱, 명예회복 기회 또 물건너가나?..경찰 조사에 고발까지 ‘첩첩산중’

한편,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 도시정비 시장에서 1조5600억원의 일감을 수주해 1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박 사장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올해 들어 정부 차원에서 건설사 수장들에게 안전경영을 당부하고 10대 건설사들은 재해방지를 약속 했지만, 이번 노동자 사망사고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물론 시민단체의 고발까지 악재가 겹친 까닭이다.

실제로 5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만난 박 사장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수칙 준수 등 자율관리 방안을 담은 ‘안전경영 선언문’을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어김없이 발생한 사망사고로 그간의 다짐은 결국 말 뿐인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초 ‘박동욱 체제’ 출범 당시 현대건설은 이 회사 사장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는 등 박 사장은 임기 초반부터 곳곳에 암초가 많았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난 현재, 그간 쏟아진 각종 우려와 실적 부진이 이어진 과거를 모두 털고 박 사장은 드디어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잡았으나 갑작스러운 사망사고로 인해 좌초될 위기에 놓은 모습.

게다가 매년 10월 치러지는 국감을 앞두고 사고 조사 결과 현대건설의 책임 소재가 명확해질 경우 정치권에서는 박 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 질책을 쏟아낼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는 관측.

결국 취임 2년차에 들어선 박 사장이 명예회복은커녕 국감장에 불려가 망신살만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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