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교육자료 교재에 수록된 ‘비즈니스 매너-회식’ 비판
상사와 합석한 술자리 근무 연장?..술자리 직장 내 괴롭힘 등 근로기준법 위반 포함
청렴문화 확산 위한 반부패 청렴 캠페인 진행하더니..‘구시대적 꼰대 문화 조장’ 지적

[공공뉴스=박주연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가운데 모범을 보여야 할 한 공기업 신입사원 교육현장에서 이에 역행하는 ‘회식 예절’ 자료를 배포해 가르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예상된다.

“상사와의 술자리는 근무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예의바른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인데 바로 한국공항공사(사장 손창완)의 얘기다.

지난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한국공항공사 신입사원으로 추정되는 ‘이게 신입사원 교육으로 적절하다고 생각됩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한국공항공사 신입사원으로 추정되는 제보자의 ‘이게 신입사원 교육으로 적절하다고 생각됩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기재됐다. <자료출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한국공항공사의 신입사원으로 추정되는 제보자는 이처럼 ‘술자리의 악습’을 강조하는 회사의 비정상적인 교육을 지적하며 향후 신입사원들을 위해 알리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1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게 신입사원 교육으로 적절하다고 생각됩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입사 1년차가 되면 3일 간 연수원에서 리텐션(retention)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 교육 내용에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작성자가 지적한 내용은 바로 공항공사가 교육자료로 만들어 배포한 교재에 수록된 ‘비즈니스 매너-회식’이었다.

교재의 내용을 살펴보면, <회식자리에서 지켜야 할 사항>으로 ▲술자리를 자기의 자랑이나 평상시 언동의 변명자리로 만들지 않는다. ▲연장자나 상사로부터 술을 받을 때에는 두 손으로 받으며 왼손을 가볍게 잔에 댄다 ▲윗사람이 권하는 술은 꼭 받아서 입술을 축이거나 받는 즉시 마시는 것이 예의이다 ▲마신 후 곧바로 준 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것이 예의다 ▲술을 따를 때는 술병의 글자가 위로 가게 오른 손으로 잡고 왼손으로 받쳐 정중한 자세로 술을 따른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무엇보다 교재에는 ‘술자리 직장 내 괴롭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는 내용들도 기재돼 있어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교재에는 ▲상사와 합석한 술자리는 근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고 예의바른 행동을 보인다 ▲좌장이 일어설 때까지 함께해 끝마무리를 하는 것이 예의다 등의 엄연히 근로기준법에 저촉될 수 있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근로기준법에는 회식은 일터에서 친목을 다지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근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27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법안이 통과되면서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전면 금지토록 하고 있다.

12dlf
한국공항공사 신입사원 교육과 관련,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작성자는 “앞으로는 비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료출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이에 작성자는 “선진화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되어야 할 회식자리가 윗사람들 비위 맞춰주고 근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이 정식 교재에 있고, 또 이렇게 신입사원들을 교육시킨다는 것은 정상적인 교육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작성자는 “회사의 치부를 외부에 알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들어올 신입사원들을 위해 공론화가 되어 앞으로는 이런 비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공항공사는 최근 청렴문화 확산을 위한 반부패 청렴 캠페인을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신입사원들을 상대로 이처럼 시대에 역행하는 구시대적 꼰대 회식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공공뉴스>는 공항공사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며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을 들어볼 수 없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