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등 단체, 개인정보 수집·매매 및 심각한 사생활 침해 우려
“안전장치 마련 선행돼야..정무위 논의 즉시 중단하고 철회하라”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14일 정부가 발의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신용정보법’)을 심사할 예정인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신용정보법 개정안 논의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울YMCA,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등 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무위는 신용정보법 논의를 즉시 중단하고 철회하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정부·여당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용정보산업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비롯한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이른바 ‘데이터 경제 3법’을 발의한 바 있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에는 ▲민간 기업의 개인정보 판매 및 공유 허용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유 확대 ▲동의 없이 공개된 개인정보 수집 이용 ▲신용조회회사에 대한 영리 목적의 빅데이터 업무 경영 허용 ▲신용정보집중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의 빅데이터 분석 목적의 제공 등 개인정보 활용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이들 단체는 신용정보는 개인정보 원칙에 따라 처리돼야 하지만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법 내용과 모순되거나, 그 범위를 뛰어넘는다고 지적했다.

개인신용정보의 이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동의 없이 신용정보 수집과 처리 권한까지 부여되고 있다는 것.

단체는 “특히 신용평가를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쇼핑 정보 등을 동의 없이 수집·이용할 수 있도록 해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점은 반복되어 지적된 점”이라며 “이는 그간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됐던 개인정보 매매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목적 외로 이용하고, 개인정보 매매까지 허용해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유발될 수 있다”며 “또 현행 개인정보 원칙과 충돌되어 사회적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체는 “홈플러스 개인정보 판매사건 등은 개인정보 판매행위가 일상화될 경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며 “하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된 규제도 사후조치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14년 발생한 세계적인 수준의 개인신용정보의 대량 유출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많은 안전장치와 규제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결국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신용정보법 개정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닫아놨던 보호 조치들이 제한 없이 풀리는 것이 된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

단체는 “이러한 보호 장치 없는 규제 완화는 ‘페이스북-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정보유출 사건’을 계기로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해가는 글로벌 추세에도 역행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페이스북-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정보유출은 지난해 8700만명의 페이스북 가입자의 프로필을 동의 없이 수집해 정치적 선거에 이용한 사건이다.

신용정보는 경제생활에서 가장 민감한 정보이며, 개인의 경제적 불평등과 직결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신용평가체계와 개인신용정보 활용의 근본 틀을 바꾸면서 시민 개개인에게 위험성을 전가하고 기업은 그 위험성으로부터 이윤을 얻게 된다면, 이러한 위험은 이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단체는 우려했다.

때문에 이에 앞서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 법률과 감독기구를 일원화하고,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같은 법적·제도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소비자단체들은 정부의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반대한다. 개정안은 개인정보 체계와 신용평가제도의 근본 틀을 바꾸고, 개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면서 “국회 정무위는 신용정보법 개정안 논의를 즉시 중단하고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 단체와 달리 은행연합회를 비롯해 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신용정보협회·신용정보원·금융보안원 등 8개 금융기관은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목소리를 높였다.

8개 기관은 성명서를 통해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금융회사들이 안정적인 법‧제도적 기반하에 데이터를 분석‧이용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미래 핵심산업인 AI(인공지능), 플랫폼 산업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데이터경제 활성화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아우르는 법안”이라며 “만약 이번 회기에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금융회사가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 준비한 다양한 데이터 기반 혁신서비스는 빛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의 시행도 계속 미뤄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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