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블랙홀’에 묻힌 검증 필요한 후보자들..이제는 큰 그림 봐야 할 때

[공공뉴스=문병곤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이 확정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8·9개각’ 인사에 대한 청문회의 윤곽이 잡혔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가 조 후보자에 치중됐다는 인상은 지울 수가 없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쟁점이 모두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여야 교섭단체 3당의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자유한국당 김도읍,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은 국회에서 조 후보자 청문회를 다음 달 2일~3일 이틀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법사위 간사회동에 참석한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오신환,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자유한국당 김도읍 간사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법사위 간사회동에 참석한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오신환,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자유한국당 김도읍 간사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정부터 형식까지 난항 또 난항..진통 심한 청문회

일정 확정이 이처럼 늦어진 것은 조 후보자에 대한 ‘뜨거운 관심’ 때문이었다.

앞서 정부는 14일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의견이 엇갈린 것은 여당과 야당이었다. 여당은 인사청문회법을 언급하며 8월 중을 말했지만 야당은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많다며 9월 초를 주장했다.

이는 9월 추석 밥상머리 민심에 조 후보자를 끼워 넣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일정 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도 논의는 난항을 겪었다. 민주당이 ‘국민청문회’를 제안한 가운데, 이틀이냐 사흘이냐는 문제도 합의가 되지 않은 것. 결국 여야는 서로 한 발씩 양보하 듯 이틀 청문회로 합의를 보게 됐다.

하지만 증인·참고인 채택 과정 또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최근 가장 큰 논란이었던 ‘조국 딸’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여당은 “해당 증인은 야당의 정치 공세에 이용될 뿐”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일단, 진통 끝에 합의된 청문회 일정은 다음과 같다.

▲29일 오전 10시에는 김현수 농림수산부 식품부 장관 후보자 ▲29일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30일 오전 10시에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30일 오전 10시에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9월 2~3일에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9월 2일 10시에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등이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기, 입시비리..‘조국 블랙홀’에 묻힌 나머지 후보자들

문제는 조국 외 다른 후보자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나머지 후보 중에서도 청문회에서 다뤄야 할 의혹이 있는 후보들은 이미 있다.

이정옥 여가부 후보자는 아파트 갭 투자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후보자는 2017년 12월 서울 목동에 한 아파트를 8억 7000만 원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후보자는 3개월여 후인 2월 23일 해당 아파트를 전세로 관리하기 시작했는데 7억5000만 원을 전세보증금 채무로 신고했다. 해당 아파트는 현재 시세가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이 후보자가 갭 투자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은퇴 후 실제 거주할 목적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이 후보자의 딸이 고등학교 3학년 당시 미국 고등학교 재학 경험을 기반으로 발간한 책의 서문에 11대 인도 대통령 압둘 칼람과 한 대기업 사장의 추천사가 담겨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입시비리 의혹을 피할 수는 없게 됐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다운계약서’를 통한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한 후보자는 배우자가 지난 2003년 경기도 군포시에 산 아파트 한 채에 대해 매입가를 6900만 원으로 신고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의 실제 구입금액은 2억7500만 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아울러 한 후보자가 후보자로 지명되기 석 달 전인 지난 5월10일 애니메이션을 기획·제작·판매하는 전문 업체의 비상장 주식을 갖고 있으며, 주식을 취득한 이후 배우자 박 모 씨가 해당 회사의 사외이사로 취임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 측은 “후보자의 고교 동창인 업체 대표가 주식 취득과 사외이사를 맡아달라 권유했다”며 “문제가 된다면 주식을 처분하고 배우자도 이사직에서 사퇴시키겠다”라고 답했다.

해당 후보자들 외에도 최기영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106억 원대의 재산형성 과정과 제자 1명과 함께 연구한 논문이 부실 학회로 의심받는 ‘국제 학술·연구·산업연합’(IARIA)이 2013년 3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돼서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이 건은 전적으로 본인의 불찰임을 명확히 해 두고 싶다”며 “연구주제의 특이성에 비추어 해당 학술대회는 적절해 보였으나, 부실 학회에서 운영하는 학술대회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점은 지도교수인 나의 잘못”이라고 답한 바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 하던 중 ‘검찰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사진=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 하던 중 ‘검찰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사진=뉴시스>

◆조국의 몰락은 문재인 정부의 타격?..시야를 넓혀야 할 때

더불어민주당은 조 후보자가 의혹들에 대해 별도의 언론이 질문하는 ‘국민청문회’를 열겠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이 조 후보자에게 의혹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분노마저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언론마저도 조 후보자에 몰두하고 있다. 한 언론은 이러한 세태에 대해 ‘조국을 향한 광란의 시대’라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문제는 이로인해 오히려 다른 후보자들에 대해 검증해야 할 의혹이 묻힐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야당은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조 후보자에게 문 대통령의 ‘정신적 후계자’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있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의 몰락은 곧 문재인 정부의 타격을 뜻한다. 정부에게 주도권을 내어주고 있는 야권의 입장에선 절호의 기회인 것.

비슷한 이유로 여당이 조국 감싸기에 몰두해 다른 후보자들의 의혹을 흘려보낸다면 이는 곧 문 정부의 잠재적 위험성을 초래하는 일이다. 이는 마치 시한폭탄을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소리다.

곧 청문회 일정이 시작된다. 조 후보자에게만 집중된 눈은 이제 더 넓은 곳을 향해 바라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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