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tory] 진짜 같은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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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논란:개인의 자유 vs 존엄성 훼손→규제방안 마련 통한 건강한 성윤리관 정착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9.0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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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지난 6월 대법원이 여성의 신체를 본떠 만든 성인용품 ‘리얼돌’(Real Doll)의 수입을 허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리얼돌이 성적 욕구 충족을 위한 대안이라는 주장과 여성을 상품화하는 도구라고 주장하는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 특히 여성계를 중심으로 리얼돌 사용이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부추겨 성범죄가 증가할 수 있다는 강한 반발이 터져 나오며 리얼돌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6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물론 성(性)을 억누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규칙적인 성생활은 스트레스 해소 도움과 육체적으로 활력을 주며 상대방과 친밀감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인간의 성욕은 죄가 아니다. 다만, 인형과 사람의 존재가 결코 같을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리얼돌이 훼손된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리얼돌이 훼손된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성적 욕구 충족을 위한 대안으로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본떠 만든 성인용품 ‘리얼돌’. 대법원이 최근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여성의 인격권’과 ‘개인의 자유’ 두 가치가 충돌하면서 리얼돌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리얼돌 전반에 대해 어떤 규제 조항이나 법률이 없기 때문에 허용 범위는 물론 인권 보호방안 등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버려지고 절단되고..‘리얼돌’ 사진 공포 확산

최근 여성 형상의 리얼돌이 등하굣길에 버려진 사진이 SNS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한 트위터 이용자는 “길을 걷다가 버려진 리얼돌을 발견해 매우 놀랐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비키니 수영복 혹은 속옷 차림의 리얼돌이 생활 쓰레기와 함께 버려진 모습을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논란이 된 사진 속 리얼돌은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의 한 공동주택 앞에서 발견됐다. 불과 도보 3분 거리의 하단중학교에 다니는 중학생 2명이 이를 찍어 트위터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길 가다가 버려진 리얼돌을 보면 깜짝 놀랄 듯” “리얼돌이 길거리에 방치된다면 이를 본 행인이 불편함과 공포를 느낄 것 같다” “마치 죽은 시체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몸통이 조각조각 절단된 리얼돌이 욕조에 담긴 사진이 게재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게시자는 “싸구려 리얼돌을 사서 처분하려고 하는데 그대로 버리면 안 된다고 한다”며 “목욕탕에서 2시간 동안 분리해서 봉투에 넣어 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인하고 증거인멸 하려는 기분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본 일부 네티즌들은 끔찍한 범죄가 떠오른다며 무섭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리얼돌 업체에 따르면, 리얼돌은 폐기 시 살 부분인 실리콘은 도려내 일반 쓰레기로 버리고 안에 있는 철제 프레임은 고철로 분류해 버려야 한다.

하지만 리얼돌이 사람의 형상과 비슷하게, 리얼하게 만들어진 인형이다 보니 폐기 및 배출할 때 미관상 불편함을 줄 수 있다.

리얼돌이 훼손 혹은 유기된 모습은 아동과 청소년의 정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폐기 절차에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업체에서 원하는 얼굴과 키, 사이즈 등 ‘맞춤형 리얼돌’을 주문제작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었다.

리얼돌은 인형 피부의 재질, 크기 등에 따라 200만~300만원 대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리얼돌 성상품화, 기대와 우려 사이 온도차

국내에서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은 2017년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받은 한 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A사는 일본 업체로부터 리얼돌을 수입하면서 2017년 5월 인천세관에 수입신고를 했다. 하지만 인천세관은 같은해 7월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사는 ‘개인의 성적 결정권 행사에 간섭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인천세관을 상대로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한 마디로 리얼돌 수입을 허용해 달라는 소송이었다.

1심 재판부는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의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며 수입통과 보류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역시 2심 판결을 옳다고 봤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6월27일 A사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1·2심의 상반되는 판단은 리얼돌을 둘러싼 두 시선을 대변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므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자 리얼돌 수입 허용에 대한 불만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옮겨붙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7월 올라온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현재 26만명을 넘어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청원인은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뿐더러 판매되기 시작하면 성범죄도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리얼돌은 다른 성인기구와 다르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그대로 떠와 만든 마네킹과 비슷한 성인기구”라며 “머리 스타일뿐만 아니라 점의 위치, 심지어 원하는 얼굴로 커스텀제작도 할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선 실제로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과 음란사진을 합성해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리얼돌도 안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본인도 모르게 본인의 얼굴이 리얼돌이 된다면 정신적 충격은 누가 책임져 주느냐”고 반발했다.

특히 청원인은 리얼돌로 인해 성범죄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리얼돌을 사용해서 욕구를 풀면 성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냐”며 “오히려 움직임 없는 리얼돌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살아있는 여성에게 성범죄를 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자극적인 성인동영상을 보고 거기에 만족 못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수많은 뉴스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청원인은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리얼돌이 남성의 모습을 본딴 것이 주였으면 남자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게 아니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며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했지만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이런 가운데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법원의 리얼돌 수입 허가 판결은 여성의 존엄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서 부대표는 최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리얼돌은 단순히 여성을 재현해서 만든 것뿐만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존재가 남성의 성욕을 풀기 위한 존재로 치환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여성들이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인격권 침해라고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요즘에는 SNS에서 리얼돌에 대해서 강간 인형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사람과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지고 촉감이라든지 외형, 재현이 그렇게 이뤄진 이후에 동의 여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방적인 성행위가 이뤄진다는 지점에서 그와 같은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리얼돌이 성범죄를 막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남성의 성욕은 분출돼야만 하기 때문에 성욕을 해소할 어떤 방법이 있다면 성폭력이나 성범죄가 줄어들 것이다’라는 주장”이라며 “오히려 성매매를 합법화한 지역의 성폭력이 증가한다는 전혀 반대되는 결과가 나온다”고 반박했다.

서 부대표는 “많은 분들이 가장 우려했던 지점 중에 하나가 지인이라든지 혹은 연예인 얼굴. 특정한 얼굴로 조형이 가능하다는 지점”이라며 “내가 실제로 그런 일방적인 그런 강간이라든지 성추행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도 내 얼굴을 가진, 같은 위치에 점이 있고 상처가 있는 그 인형이 자위기구로 사용되는 게 불쾌하고 폭력적이라는 감각을 청원을 통해서 여성들이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리얼돌 사용이 법원 판결에서도 명시됐듯 개인의 사적 영역인 데다 꼭 필요한 이들도 존재한다는 반론도 있다. 중증장애인이나 성적으로 소외된 이들에겐 리얼돌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성인용품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리얼돌 제품. <사진=뉴시스>
한 성인용품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리얼돌 제품. <사진=뉴시스>

# 아동 본뜬 ‘리얼돌’까지?..규제방안 마련 시급

한편, 리얼돌의 모습에 대한 입법 미비로 아동을 본뜬 리얼돌까지 수입·판매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일각에서는 아동 형상을 한 리얼돌에 대해 부분적으로 규제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아동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성적 착취를 금지하기 위한 것. 또 아동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아동에 대한 성범죄 노출 빈도를 높일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달 8일 성적 만족감을 위해 영유아 또는 아동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아동신체형상성기구(이하 ‘아동 리얼돌’)를 제작하거나 수입, 판매 및 소지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동 리얼돌’을 제작하거나 수입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영리 목적으로 판매하거나 전시, 광고를 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공급 외에도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아동 리얼돌’을 소지한 사람 역시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실제 영국이나 캐나다와 같이 리얼돌을 허용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아동 리얼돌’의 제작, 판매 등을 금지하고 있다.

정 의원은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존중하지만 아동에 대해서는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며 “성적 대상화와 성 착취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과 입법 활동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관련 법안에 대한 의식이 고취되고 처벌도 엄중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문제는 얼굴, 가슴 등 주요 신체 부위를 주문자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주는 ‘맞춤형 리얼돌’을 주문제작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얼굴 부분은 분명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리얼돌의 합법 여부와는 별개로 자신의 얼굴이 남의 성욕 해소용으로 쓰이는 걸 유쾌하게 여길 사람은 없을 것이며 이는 분명 선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문제다.

아울러 리얼돌에 대한 어떠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허용된다면 잘못된 성윤리관이 생겨나고 새로운 연애관, 비결혼의 증가와 함께 더욱 출산률의 저조 등 더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리얼돌 문제가 젠더 갈등으로까지 번지면서 논란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건강한 성문화를 위해 많은 고민과 함께 노력하는 사회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연 기자 114@00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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