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모자 피살 용의자 변사체로 발견, ‘간병 살인’ 추측 이어져
고령화 사회 진입 이후 비슷한 사례 다수..국가적 관심 필요 지적

[공공뉴스=정규민 기자] 이른바 ‘강서구 모자 피살’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50대 남성이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 남성은 해당 사건 피해자들의 가족으로, 80대 노모와 지체 장애인 형을 살해하고 달아난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한 노모의 둘째 아들이다.  

질병 혹은 장애로 인해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환자 가족들의 돌봄 및 부담은 예상보다 훨씬 무겁다. 최근에는 고령화 사회가 본격화되면서 노인 부양 문제도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간병 살인’이 아니냐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는 상황.

노모와 장애인 형을 돌보던 둘째 아들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범죄를 저지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라는 주장으로,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쳐 있는 간병 가족들을 국가가 사회복지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서구 모자 피살’ 사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던 둘째 아들이 한강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사진=뉴시스
‘강서구 모자 피살’ 사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던 둘째 아들이 한강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사진=뉴시스>

◆‘강서구 모자 피살’ 사건 유력 용의자 둘째 子, 결국 변사체로 발견

80대 노모와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50대 아들 피살 사건과 관련,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둘째 아들 A씨가 변사체로 발견됐다.  

3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용의자였던 A씨는 이날 오전 10시께 강동구 광나루한강공원 근처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지난 1일 강서구 가양동 한 아파트에서 80대 여성 B씨와 50대 남성 C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C씨는 B씨의 첫째 아들이며 지체 장애를 앓고 있었다.

발견 당시 피해자들의 시신에선 둔기에 의한 외상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를 진행했으며, 숨진 모자의 둘째 아들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행방을 쫓았다.

경찰은 CCTV 등을 활용해 A씨의 행방을 쫓았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며 “유서가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A씨가 처지를 비관한 ‘간병 살인’을 저지르고 본인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숨진 모자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A씨는 평소 노모와 형을 돌봐온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을 부양 또는 간병하는 이들은 몸과 마음이 상당히 지칠 수밖에 없는 상태.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경제적인 부담까지 가중돼 이들을 돌보는 가족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진다.

아무리 피를 나눈 가족이라 한들 그 고통이 절감되는 것도 아니다. 주변에서 ‘노모를 살해한 아들’, ’아픈 아내를 살해한 남편’ 등 뉴스가 잊을만 하면 들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간병 살인’ 가해자 및 피해자 대다수 노인..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

실제로 올해 7월 부산에서는 아내를 살해한 D씨(79)가 경찰에 체포했다.

D씨는 부산진구 양정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방안에 누워있던 아내 E씨(79)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당초 D씨는 “아내가 노환으로 숨졌다”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검안 과정에서 아내 E씨의 목 부위에 압박이 가해진 흔적을 발견됐다.

이에 경찰이 추궁하자 결국 범행을 자백, D씨는 “암 말기인 아내의 간호가 힘이 들었고, 자식들에게 미안해 아내를 숨지게 했다”고 털어놨다.

D씨는 20년 전부터 심장 질환을 앓아온 아내를 간호했으며, 아내 E씨는 올 4월 말기 암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4월에는 부산 고등법원이 극심한 생활고에 15년간 부양한 노모를 살해한 40대 남성의 항소심을 받아들여 징역 8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피의자는 2003년 아버지가 사망하자 15년간 노모를 홀로 부양해왔다. 그러던 중 생활비 지출 등 카드빚이 늘어나고 대출금 연체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됐다.

그의 선택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죽으면 여러 질병을 앓는 어머니를 돌볼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어머니를 살해했다. 그는 원심에서 징역 10년은 판결 받았지만 항소심을 통해 징역 8년으로 감형 받았다.

재판부는 “모친을 살해한 행위는 반인륜적인 범행이자 중대 행위로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다만 여러 질병을 앓던 모친을 부양하다 생활고에 자살을 결심한 뒤 더는 부양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지른 점, 범행 후 수차례 자살을 시도해 실패한 점, 가족들이 자신의 탓이라며 선처를 호소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간병 살인이 끊이질 않고 발생함에 따라 노인, 장애인 및 환자 복지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환자를 돌보는 간병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더해 가족 중 환자나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이들 가족들의 정신적인 피폐함은 가속화된다.

전문가들은 아픈 가족을 돌보는 간병인들의 정신적인 피폐함을 돌봐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특히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경우,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탈북 모자 아사 사건 등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간병 살인’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절규가 아닐지 되짚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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