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돋보기] 가을, 공포로 다가온 ‘평화의 상징’ 비둘기
[공공돋보기] 가을, 공포로 다가온 ‘평화의 상징’ 비둘기
도심 장악한 ‘유해 야생 동물’ 비둘기, 개체 수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을 시작과 함께 아파트 등 비상..비둘기 방지망 등 나눠주며 대응책 강구
  • 정규민 기자
  • 승인 2019.09.04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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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뉴스=정규민 기자] 비둘기는 과거 평화의 상징으로 알려졌지만 현대인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특히 비둘기가 날개를 퍼덕이면 바쁜 걸음을 옮기던 사람들은 모두 주변을 벗어나는 등 길거리 1순위 경계 대상이다.

비둘기는 지난 2009년 유해 야생 동물로 지정됐다. 유해 야생 동물은 ‘국민 재산과 생활에 피해를 주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조류 중엔 참새와 까치 등이 대표적인 유해 야생 동물로 지정된 바 있다.

평화의 상징 비둘기는 도심을 장악한 유해 동물이 됐다. 사진=뉴시스
평화의 상징 비둘기는 도심을 장악한 유해 동물이 됐다. <사진=뉴시스>

◆개체 수 확인 불가..도시의 공포 ‘비둘기’

‘유해 야생 동물’ 비둘기 중 한 종류인 멧비둘기는 먼 과거부터 국내에서 생존해왔던 종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는 과거와는 다른 종, 집비둘기다.

서울 내 비둘기의 개체 수는 정확히 확인 되지 않았다. 정부는 서울 내에 약 4만 마리, 경기도 내에 100만 마리가 존재한다고 예측하지만 전문가들은 10만 마리가 넘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비둘기는 우리나라에서 자주 볼 수 없던 종이다. 비둘기가 퍼진 계기는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평화의 상징’ 비둘기를 날리는 행사를 진행하면서다.

서울, 빽빽한 도심은 평화를 꿈꾸며 날아간 비둘기가 생존하기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줬다.

비둘기는 바위나 절벽을 선호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도시에 서식하게 되면서 절벽과 유사한 빌딩, 아파트 등에 적응했다. 이에 더해 포식자가 존재하지 않는 도심은 비둘기의 폭발적인 개체 수 증가를 만들어 냈다.

천적이 없는 개체 수 증가는 잡식성과 맞물리며 ‘닭둘기’라는 오명도 얻었다.

집비둘기는 특성상 함께 둥지를 틀고 모여 사는 사회성 종이다. 이를 통해 먹이 등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살아간다.

이와 같은 사회적 습성은 길에 떨어진 쓰레기나 사람이 먹던 기름진 음식을 먹으며 비대한 몸집의 원인이 됐다. 일명 ‘닭둘기’의 탄생이다.

먹을 것을 쉽게 다량 구할 수 있게 된 비둘기들은 활발한 번식 활동을 이어갔다. 자연 상태의 비둘기는 1년에 1~2회 짝짓기를 한다.

하지만 도시의 비둘기는 먹이를 쉽게 구하다 보니 남는 시간엔 번식 활동을 벌여 1년에 7회 이상 짝짓기를 통해 번식을 극대화했다. 도시의 비둘기 개체 수를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다.

절벽에서 생활하는 습성을 가진 비둘기는 아파트에 둥지를 트는 등 진화를 거쳤다. 사진=뉴시스
절벽에서 생활하는 습성을 가진 비둘기는 아파트에 둥지를 트는 등 진화를 거쳤다. <사진=뉴시스>

◆아파트 실외기 등에 둥지 만들고 문화재 훼손까지

최근 아파트 관리실은 비상상태다. 에어컨 외부 실외기 가동이 멈추는 가을부터 봄까지 ‘비둘기 방지망’을 설치해야하기 때문.

가을철이 되면 아파트 실외기에 비둘기가 둥지를 틀었다는 신고가 심심찮게 접수된다. 아파트 주민들은 물청소를 하자니 다른 집에 피해가 갈까 걱정돼 관리실에 신고를 하지만 관리실도 손을 쓸 수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먹이를 주지 마시오’, ‘방지망을 설치하시오’라는 응답만을 할 뿐 구체적인 대처는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비싼 돈을 내고 비둘기 퇴치 전문 업체를 불러 청소를 맡긴다. 이 업체들은 청소 후 친환경 조류 퇴치약품 등을 뿌려 추후 문제를 방지한다.

비둘기의 배변이 산성화이기 때문에 문화재나 건물이 훼손된다는 민원도 접수된다. 미관상 이유가 가장 크다. 비둘기가 많이 모인 종로 탑골공원에선 유리 보호막이 씌워진 국보 2호 언각사지 10층 석탑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먹이 제한 등의 조치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윤경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 박사는 “시작이 그랬듯 사람들이 비둘기를 비롯해 행사 축제라며 외래 동물들을 풀어놓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행동이 초래할 결과를 고민하지도 않고 방생을 지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이 생태계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동물을 방생함으로서 초래될 영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해결도 이런 문제 인식에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민 기자 114@00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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