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경의 재계ON] 도마 위 오른 ‘DB 상표권’
[이민경의 재계ON] 도마 위 오른 ‘DB 상표권’
㈜DB 지분 보유 계열사 상표권 거래 부당이득 수취 주장 제기
회사 측 입장자료 통해 반박..경개연, 공정위 조사 및 제재 촉구
  • 이민경 기자
  • 승인 2019.09.1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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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뉴스=이민경 기자] DB그룹의 상표권 거래에 따른 특수관계인의 사익편취 의혹과 관련해 경제개혁연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과 장남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 등 총수일가가 사실상 지주회사인 ㈜DB의 지분을 40%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와의 상표권 거래를 통해 부당 이득을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DB그룹은 상표권 거래가 총수일가 사익편취와 무관하다며 반박했지만, 그러나 시민단체가 공정위에 철저한 조사 및 제재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향후 공정위의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DB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DB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상표권 거래 통한 부당 이득?..회사 측 “총수일가 사익편취와 전혀 무관” 

10일 경개연에 따르면, DB그룹의 상표권 거래가 회사기회유용으로 의심된다며 지난 9일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경개연은 “공정위는 철저히 조사하고 위법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 제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경개연은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DB가 그룹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도록 DB손보 등 계열사들이 용인한 것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사업기회 제공행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개연이 DB그룹의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 중 계열사간 상표권 사용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DB손보를 비롯해 DB생명보험·DB하이텍·DB금융투자 등 계열사가 지난해 11월1일부터 2개월간 총 29억3000만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DB에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개연은 이 거래가 회사기회유용에 해당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의심했다.

경개연에 따르면, DB그룹은 ㈜DB가 2017년 6월 ‘DB’ 상표권을 출원하고 이후 각 계열사들이 임시주주총회 등을 열고 상호를 모두 DB로 변경했다.

동부화재의 경우 2017년 10월1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상호를 DB손보로 변경, 이 과정에서 사용하게 된 상표는 같은해 12월 ㈜DB가 출원했다. DB생명 등 다른 계열사들도 모두 ㈜DB가 상표권을 출원했다.

그 결과 DB그룹 계열사들은 ㈜DB에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총 29억3000만원을 지급했으며, 이 중 DB손보가 23억7000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를 연단위로 환산하면 총 175억원 규모(DB손보는 약 142억원)다.

경개연은 DB그룹 주력 계열사로 그룹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DB손보(2018년말 기준 금융회사 매출액의 82%, 그룹 전체매출액의 76% 차지)가 연간 약 150억원 규모의 상표권 사용료를 ㈜DB에 지급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구심을 제기했다.

DB손보는 상호변경 전 상표권을 지급한 내역이 확인되지 않았고, 그룹명 변경 이후 회사의 상표권을 본인이나 그 자회사가 아닌 ㈜DB가 출원하도록 해 그 사용료 대가를 지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

경개연은 “현재 DB손보는 ㈜DB가 수취하는 상표권 사용료의 81%를 부담하고 있다”면서 “DB손보가 직접 상표권을 개발·출원했다면 이러한 불필요한 부담을 줄여 회사에 상당한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에서는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이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상장 30% 이상)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제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귀속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DB는 현재 최대주주인 김남호 DB손보 부사장과 그의 친족이 지분 39.49%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에 해당된다는 게 경개연의 주장이다.

이에 DB그룹은 다음날인 3일 입장자료를 내고 계열사간 DB 상표권 거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DB그룹은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표권을 보유한 동부건설이 PEF(사모펀드)에 매각된 후 상표권 사용료가 청구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DB가 상표권을 개발·출원했다고 설명했다.

DB그룹은 “상표권 관리 주관회사인 ㈜DB는 공정거래법상 DB계열사 기업집단의 대표이자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는 회사”라며 “다른 그룹 혹은 금융지주회사의 사례를 보더라도 지주회사나 지주사격 회사가 그룹 상표권을 개발,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DB그룹은 ‘대기업 그룹명칭이 들어간 상표는 하나의 상표관리 회사 또는 지주회사가 일괄적으로 관리, 출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특허청의 ‘대기업 상표심사지침’도 근거로 들었다.

또한 DB손보의 상표권 사용료 부담이 큰 것과 관련해서는 매출비중에 따른 과도기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특수관계인에 대한 사익편취행위로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

DB그룹 계열사의 상표권 거래 현황(단위:백만원) 표=경제개혁연대
DB그룹 계열사의 상표권 거래 현황(단위:백만원) <표=경제개혁연대>

◆경개연, 공정위에 조사 요청 및 위법 확인시 엄중 제재 촉구

경개연은 기존 동부그룹의 상표권을 보유한 동부건설이 매각됨에 따라 그룹의 새로운 상표권을 개발·출원하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나온 결정임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이 ㈜DB가 상표권 등록권자가 돼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DB는 2015년 8월부터 동부건설을 대신해 그룹의 대표회사로 공정위 공시업무를 맡아오고 있지만, 실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니다. 또 그룹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DB손보 등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단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현재 DB그룹은 동일인과 특수관계인이 ㈜DB(43.81%)와 DB손보(23.23%) 등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면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금융은 DB손보, 비금융은 ㈜DB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경개연은 “공정거래법상 대표회사인 ㈜DB가 편의상 다른 계열사들을 대신해 그룹의 새로운 상표권을 개발·출원하는 업무를 맡는 것은 가능하다”며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룹과 계열사의 편익을 위한 목적으로 한정돼야 하는 바 ㈜DB가 상표권 출원을 근거로 계열사로부터 사용료를 수취하는 것은 그룹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처했던 상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경개연은 DB그룹의 주장이 납득되지 않는 구체적인 이유로 ㈜DB를 제외한 DB손보 등 다른 계열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 ㈜DB에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은 동부건설 매각으로 PEF에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즉, 기존에 부담하지 않던 상표권 사용료를 새로 부담하는 것으로 공히 손실에 해당된다는 것.

DB손보 등 계열사들 입장에서는 상표권을 각자 직접 출원하거나 편의상 ㈜DB를 통해 출원한 경우 각자 상표권 등록자가 되는 방안이 손실을 차단하는 가장 바람직한 결정이다.

또한 특허청이 2014년 11월 발표한 ‘대기업 상표심사지침’을 언급하면서 “(해당 지침은)그룹 명칭이 들어간 상표는 하나의 상표관리회사 또는 지주회사가 일괄적으로 관리하면서 출원하라는 지침일 뿐”이라고 말했다.

경개연은 “해당 상표권을 출원한 상표관리회사 또는 지주회사만이 등록권자가 돼 상표권을 소유하면서 다른 계열사로부터 사용료를 수취하라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더 나아가 업종이 확연히 다른 계열사들이 있다면 해당 계열사들의 상표권 또한 외부에서 식별이 가능하므로 상표권을 따로 출원할 수 있다는 것이 특허청의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사진=공공뉴스DB>
<사진=공공뉴스DB>

◆“계열사들의 상표권 권리포기..특수관계인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결국 비금융계열사인 ㈜DB의 상표와 금융계열사인 DB손보의 상표는 식별이 곤란한 상표가 아니므로, 반드시 모든 상표 출원을 ㈜DB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

더욱이 상표권 출원 후 등록권자의 변경도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DB가 모든 상표권의 등록권자가 되도록 한 것은 결국 DB그룹 계열사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경개연은 비판했다.

경개연은 삼성그룹을 예로 들면서 “DB그룹과 같이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대기업집단이 경우 공시업무를 수행하는 대표회사가 있기는 하지만 이 회사들이 그룹의 모든 상표권을 갖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공정거래법상 대표회사는 삼성전자이지만 삼성그룹의 상표권은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13개 회사가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DB손보 등 계열사들이 그룹명 변경 이후 회사 상표권에 대한 등록권자가 되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고 이를 ㈜DB에게 이전시킨 것을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게 경개연의 판단이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에프아이에스는 지난해 6월1일 DB그룹 계열로 편입됐으며, ㈜DB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DB 최대주주는 16.83%를 보유 중인 김 부사장이며 김 회장 11.20%, 김 회장의 딸 김주원씨가 9.19% 등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민경 기자 114@00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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