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돋보기] 법원 집행관 수익구조 속 묵인되는 폭력
[공공돋보기] 법원 집행관 수익구조 속 묵인되는 폭력
공무원 아니지만 위탁받아 건당 수수료 챙기는 구조
강제경매 및 철거 폭력적 진행..전문성 문제 지적도
  • 이상호 기자
  • 승인 2019.09.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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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뉴스=이상호 기자] 채무자의 집에 이른바 ‘빨간딱지’를 붙이거나 재개발 사업 지역의 철거 등에 참여해 강제 경매 및 철거 등을 집행하는 집행관은 공무원이 아니다. 이들은 채권자가 법원에 집행을 청구하면, 강제집행 권한을 위임 받아 이 같은 일을 한다.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주요 수익은 채권자가 주는 수수료다.

집행관은 법원의 행정 대리 역할을 하면서 서류송달은 1건에 1000원, 휴일 또는 야간엔 1500원의 낮은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강제집행의 경우 채권자로부터 별도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강제집행에 쓰이는 물품도 채권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지난 2017년 서울 송파구 거여동 송파상운 차고지 부지에서 포크레인을 앞세운 용역들이 강제집행을 진행하자 버스기사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7년 서울 송파구 거여동 송파상운 차고지 부지에서 포크레인을 앞세운 용역들이 강제집행을 진행하자 버스기사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건당 ‘수수료’ 수익구조, 폭력적 강제집행 만든다

올해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집행관의 수익은 지난해 1인당 평균 1억4000만원이었다. 대전지역 집행관이 2억4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대전 지역의 경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부상하고 있어 집행관의 수익이 타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집행관의 수익 구조가 ‘월급’이 아닌 ‘수수료’로 측정되기 때문에 강제집행 과정에서 폭력적 방식을 묵인하기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행의 건수가 집행관들에게는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집행사건은 민사집행법이 제정된 2002년 25만6917건에서 2015년 81만9079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사건이 증가하면서 집행관 1명이 한 해 인도명령 180건, 철거명령 10건가량을 집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재개발이나 철거 현장에서 거주민 혹은 세입자와 용역 등의 충돌이 대표적인 예다.

강제 집행 과정에서 용역은 집행관이 정식 고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철거현장 등에서 시행자(혹은 채권자)는 시행자는 사설용역업체를 고용, 강제집행을 폭력적으로 진행하고 집행관은 이를 묵인한다. 집행관법 제17조2항은 ‘집행관이 원조를 요청할 경우 경찰이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사태에서 구 시장 상인들은 “폭력적인 철거 과정에서 사설 용역 업체 직원들이 들이닥쳐 폭행을 했다”면서 “이를 경찰은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과거 서울 서촌 궁중족발 강제집행 당시 사장인 김모씨가 용역과의 마찰로 손가락 네 개가 절단됐지만, 집행관은 ‘사설 용역이 투입되는 것을 묵인하고 강제집행 과정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2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이와 관련 윤예림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 소속 변호사는 “채권자(재개발사업 시행자)가 고용한 경비업체 직원(용역), 소극적이고 미숙한 (법원) 집행관과 집행보조자 때문에 집행과정에서 위법이 자행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집행 현장에서는 인권침해 상황 등으로 위험 발생 요소가 많고 자해와 분신 등 저항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판결은 차가운 서면에 기록되지만 이를 집행하는 일은 현장에서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입법자와 집행관, 지방자치단체의 진지한 고민이 요구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1988년 상계동 철거와 2009년 용산 참사는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9일 서울 동작구 구 노량진수산시장에 10차 명도집행이 시작되어 상인들과 집행인력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8월9일 서울 동작구 구 노량진수산시장에 10차 명도집행이 시작되어 상인들과 집행인력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전문성은 의문부호..“폐쇄적 선발기준 개선 필요” 

집행관의 전문성도 최근 문제다. 먼저 집행관은 10년 이상 법원주사보(7급, 등기주사보 포함) 또는 검찰주사보(7급, 수사관 포함) 이상의 직에 있던 자 가운데 지방법원장이 임명하게 돼 있다.

대법원 자료를 분석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전국 법원의 집행관 432명 가운데 법원 출신이 319명(73.8%), 검찰 출신이 111명(25.7%)이다. 기타 출신 2명(헌재 1명·법무부 1명)을 제외하고 법원과 검찰 출신이 99.5%를 차지한 것이다.

직급별로는 4급이 331명(76.6%)였다. 고위공무원에 속하는 1~3급은 70명(16.3%)이다. 집행관 임기는 4년이고 연임할 수 없지만 정년은 61세로 일반 공무원 1년이 길다.

백 의원은 “폐쇄적인 집행관 선발기준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 첫번째”라면서 “장기적으로 집행관의 지위를 법원 공무원 내로 완전히 편입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제윤경 의원은 “집행 현장에 대한 전문성 없는 고위직 공무원이 퇴직 후 거액연금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집행관 자리를 이용하고 있다”며 “법원 밖이 아닌 법원 내에 민사집행을 전담하는 부서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관 제도의 정상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원의 의지”라면서 “집행관 업무감사를 강화하고 물의를 일으킨 집행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기자 114@00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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