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조국, 스스로 내려와서 검찰 수사 받으라”
“이제는 민생 봐야할 때”..한국당 향한 비판 이어져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 등 대정부 항의 차원으로 청와대 앞에서 삭발하면서 한국당의 삭발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은 이를 통해 문재인 정권과 여당에 대한 강경한 투쟁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제2,3 야당들이 한국당의 이러한 강경 노선에 대해 확실히 선을 그으면서 삭발 릴레이가 별다른 성과 없이 내부 결속다지기에만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한국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 또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언주發 한국당 ‘삭발 릴레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 중단과 조국 파면 촉구를 내걸고 삭발 투쟁식을 가졌다.

황 대표는 삭발식에서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 장관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고 대정부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그는 “제1야당의 대표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 대통령과 정권에 항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참으로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더 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마시라”며 “그리고 조국에게 마지막 통첩을 보낸다.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서 검찰 수사를 받으라!”고 외쳤다.

황 대표의 삭발로 불붙은 릴레이의 시작에는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있었다. 한국당의 삭발 릴레이지만 무소속 의원이 도화선이 됐다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이 의원은 지난 10일 오전 국회 앞에서 “문 대통령의 아집과 오만함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타살됐다”고 선언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 의원의 갑작스런 삭발식은 한국당 내에도 적지 않은 여파를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에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거들면서 그 여파는 커져갔다.

홍 전 대표는 이 의원의 삭발식에 대해 ‘아름다운 삭발’이라고 칭하며, 한국당 지도부에 대한 맹비난을 쏟아냈다.

홍 전 대표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얼마나 아름다운 삭발인가. 야당 의원들은 이 의원의 결기 반만 닮았으면 좋으련만”이라며 “조국 대전에 참패하고도 침묵하고 쇼에만 여념없는 야당의 모습은 참으로 보기가 딱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전 게시물에서도 “맹탕 야당이 맹탕 면죄부 청문회를 열어줘 맹탕인 조국을 법무장관 시켜 주는구나”라며 “야당의 보여주기식 패션 정치에 분노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판에도 야당 지지율이 정체 되거나 폭락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가 한국당 지도부에 대한 맹비난을 이어가자 한국당 지도부는 리더십의 구심력을 잃지 않으려는 듯 강경한 행보를 밟기 시작했다.

박인숙 의원과 김숙향 한국당 당협위원장은 이 의원이 삭발한 바로 다음날인 11일 국회 본청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박 의원은 삭발식에서 “범죄 피의자를 법무장관에 앉히면서 '개혁'을 입에 담는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문재인 정부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삭발을 한다. 이 작은 몸부림을 통해 우리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은 밀알이 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박 의원과 김 위원장의 삭발식에 김도읍 대표 비서실장, 김성태 전 원내대표,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함께 참석해 삭발식에 참여한 두 의원을 격려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두 의원들의 삭발에 대해 두둔하면서도 자신이 직접 이러한 강경책에 참여하겠다는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다.

나 대표은 “제도권 내 저항을 넘어선 저항의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조국 장관 임명은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일로, 삭발은 이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나 대표는 10일 장외투쟁을 진행하는 자리에서 태극기를 든 한 시민이 “다 같이 삭발합시다. 국민이 지금 잠을 못 자고 있는데”라고 외치자 별 다른 반응을 하지 않기도 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 밑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을 한 박인숙 의원(오른쪽), 김숙향 동작갑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야권연대·무당층’ 한국당의 노림수

한국당 지도부가 과감한 삭발 릴레이를 진행하고 있는 데에는 야권연대와 무당층 흡수라는 노림수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황 대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잇따라 만나 야권연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세를 불려서 문재인 정권에 맞서자는 것으로 그 중심에 한국당이 서겠다는 의도였다.

또한 최근 무당층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도 한국당의 강경노선에 일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 같은 추세에 대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사활을 건 투쟁을 통해 무당층을 한국당이 반드시 흡수할 것“이라며 다짐을 하기도 했다.

이어 “이제 드디어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접고 지지를 철회하는 것”이라며 “여기서 한국당이 개혁 혁신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 촉구하며 삭발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싸울수록 고립되는 한국당

하지만 이 같은 한국당의 강경노선에 대해 바른미래당을 비롯한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확실히 선을 그었다. 무당층 흡수와 관련해 야권연대 대신 ‘제3지대’ 형성이 더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손학규 대표는 “우리 당은 다른 정당과 연대하지 않는다”며 “조국 반대를 이유로 보수 통합을 외칠 때가 아니다”라며 온건 노선을 택했다.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의원들로 이루어진 대안정치 연대 소속의 박지원 의원은 삭발한 황교안 대표를 향해 “충정은 이해하지만 (삭발)하지 않으셨으면 한다”며 “21세기 국민들은 구태 정치보다는 새로운 정치를 바란다.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 장소인 국회에서 조국 사태, 민생 경제, 청년 실업, 외교, 대북 문제 등을 추궁하고 대안을 제시하자”고 제안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제 조국 장관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국회는 국회의 일을 해야 한다”며 “대결 정치에 몰두하는 것의 반의 반 만이라도 민생입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한국당을 꼬집었다.

제 2,3 야당의 호응이 없게 되면서 한국당의 삭발 릴레이는 단순한 내부 결속 다지기에만 머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무당층을 흡수하겠다는 한국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가 전략 구상에 미흡했고, 한 박자씩 늦어지는 결단들이 끌려 다니는 인상을 주었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강경한 싸움을 진행할수록 고립되는 형국이다. 다른 야당들과는 물론이고 국민 여론과도 멀어지고 있다.

한국당의 삭발 릴레이가 공허한 이유는 그 목적이 ‘자기 배 불리기’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당의 세력을 늘리기 위해 국민을 찾는 대신 진짜 민생을 듣기위해 한국당이 노력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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