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인터뷰] 용혜인 기본소득당 창준위 대표 “기본소득제는 인생의 쉼표”
[공공-인터뷰] 용혜인 기본소득당 창준위 대표 “기본소득제는 인생의 쉼표”
4차 산업혁명 속 일자리 급감..사회변화 대안점
대학시절 불평등 경험이 정치 뛰어들게 한 계기
  • 문병곤 기자
  • 승인 2019.09.19 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뉴스=문병곤 기자] 기본소득이란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소득이다.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1970년대 유럽에서 논의가 시작되어 2000년대에 들어 전 세계적으로 논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제는 더 이상 허공에 뜬 정책이 아니다.

지난 2017년 대선만 해도 문재인 당시 후보는 기본소득제를 아동수당 및 미취업 청년 대상 청년수당 도입 등으로 변형해 제시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현재 경기도에서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진보진영 뿐만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포퓰리즘은 벗어나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는 있지만 2017년 대선을 앞두고 ‘한국형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아동수당에 찬성하기도 했다.

기본소득제에 대한 골자를 인정한 것이다. 보수·진보를 넘나드는 기본소득제라는 키워드는 앞으로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기본소득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요구인 것이다.

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원회 용혜인 대표
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원회 용혜인 대표. <사진=기본소득당 제공>

한 번 상상해 보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부가 매달 60만원을 준다는 상상. 끼니 떼우기가 어려워서 편의점 폐기 음식을 얻어먹는 이들은 따뜻한 밥 한 끼를 매일 세끼 먹을 수 있다.

별다른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도 학업과 취업준비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들은 안정적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고, 어머니들은 생활비 걱정 없이 여행도 떠날 수 있다.

일하지 않더라도 기본소득을 받으며 민주주의 시민으로써 개개인이 역할하는 나라. 최소한의 돈이 없어 자유를 못 누리는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으로써 자유를 주는 나라.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기본소득당이 창당을 준비하며 꿈꾸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2020년 총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9월, <공공뉴스>가 용혜인 기본소득당 창당 준비위원회 대표를 만나 기본소득제에 대해 묻고 왔다.

-창당을 앞두고 많이 바쁘실 것 같다. 준비는 잘되고 있는가.

5개 시·도에서 1000명씩의 당원을 모아야하는데, 인구 차이가 지역별로 큰데도 불구하고 똑같이 1000명을 모아야한다는 점이 어렵긴 하다. 그래도 벌써 전국적으로는 800명 정도가 모였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계신다. 10월 말에는 서울·경기·인천의 시·도당을 빠르게 창당하고, 나머지 지역구는 내년 2월까지 마무리해서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려한다.

-대한민국 정당 최초로 하나의 이슈를 당론으로 잡았다. 왜 기본소득인가?

일단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인식이 가장 컸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 속에서 옛날에는 제조업 중심으로 경제성장도 이뤄진데 반해 이제 전 세계 시가총액 10위의 기업들은 구글, 아마존 이런 플랫폼 기업들이다. 기존의 일자리가 자동화로 대체되면서 급격하게 일자리 수는 줄어들고 있다. 기존의 정치는 이런 점을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회변화의 대안점이 기본소득이라 생각했다.

-직접적으로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 경험이 있나?

2009년에 대학에 들어갔는데 그 쯤에 아버지 사업이 망한 적이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당시 시급이 3,800원이었다. 호텔 식당 알바였는데 주로 7만원 짜리 스테이크를 나르는 일이었다. 내가 14시간 일해도 못 사먹는 7만원 짜리 스테이크를 나르다보니 박탈감, 모멸감 같은 것을 느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느낀 바도 있다. 대학생 시절 평일에는 학교를 다니고 주말에 알바를 해야지만 다음 주 생활이 가능했다. 주말에 개인적 활동은 생각도 못했다. 심지어 안산에서 서울로 가는 교통비인 1800원을 부모님께 못 받아 학교를 못 간 적도 있다. 부모님께는 학교 안가서 좋다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모님들도 나름 열심히 삶을 살아오셨는데,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지, 여러 생각을 했다.

-기본소득은 세대를 떠나서 필요한 제도로 보는 것 같다.

그렇다. 다만 기본 소득을 바라보는 시각은 세대마다 다르게 느끼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지지 혹은 찬성하는 이유가 세대별로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50대 이상 층은 기본소득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모두 ‘나라’를 기준으로 두고 있다. ‘기본소득제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 혹은 ‘나라경제가 살아 난다’ 둘 중 하나다. 하지만 2,30대에선 감각이 다르다. 이들은 국가라는 개념의 효용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세대다. 그러다보니 찬성하는 분들은 ‘국가에서 개인에게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 혹은 ‘나도 사람답게 살아보자’하는 생각이 있다. 반대하는 분들은 ‘그게 가능하겠어?’라는 국가에 대한 의문을 드러낸다.

-아직 창당 준비 중이지만 정책들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창당이 2월 목표인데 바로 총선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총선에 맞춰 총선 정책을 완비하는 것이 목표다. 기성의 정당들이 하는 방식과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기존 정당들은 국가보조금 등으로 정책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이 많다. 그래서 사회 전 영역에 해당하는 포괄적인 정책을 내놓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모든 사항에 대한 정책을 내는 것이 필요한지 스스로 물어보게 했다. 때문에 우리 당의 상황에서 핵심정책에 집중하고 이런 슬로건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재정적 이유 등으로 어려울 수 있지만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계신다. 이런 것들이 잘 꾸려지면 시민단체나 NGO등과 논의해서 정책들을 세부적으로 짜려고 한다.

-최근 기존 정당에서도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슈를 빼앗길 염려는 없는가?

오히려 기존 당들이 기본소득 이슈를 널리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가운데서 분명히 기본소득당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존 정당에서 이런 정치인들이 많이 나오고 이번 총선에서도 이런 주장을 하는 정치인들이 많이 당선되면 좋겠다.

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원회 용혜인 대표
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원회 용혜인 대표. <사진=기본소득당 제공>

용혜인 대표의 나이는 30이다. 2015년 노동당 전국위원으로 당선되면서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정치인으로써도, 한 당을 만드는 대표로써도 꽤나 젊은 편이다. 용 대표가 정치권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계기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직접 주도했던 ‘가만히 있으라’라는 이름의 침묵시위였다. 당시 검찰은 침묵시위를 주도한 용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용 대표는 이후 노동당의 대표에까지 오르며 젊은 정치인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7월 노동당의 이름을 ‘기본소득당’으로 개명하고자 했던 시도가 파행을 겪으면서 대표직을 사퇴하고 탈당했다. 이후 그는 2030세대를 모아 직접 기본소득당을 창당하려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청년 정치인으로써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그에게 청년 정치에 대해 듣고 싶었다.

-청년 정치인으로써, 특히 대한민국 정치인으로써 힘든 점은 있는가?

27살에 총선에 출마한 적이 있는데 벌써 다음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청년 정치인은 기성 정당에서 필요하다 주장하고는 있다. 하지만 정작 기성정당들은 청년정치인들을 얼굴마담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나 대표같은 자리에 청년 정치인들이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최근에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8개 정당에 속한 청년 정치인들이 모여 간담회를 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보수·진보를 떠나 청년정치인이라는 교집합이 분명히 느꼈다. 기성정당의 정치인들도 30대에 정치생활을 시작한 분들이 많은데 왜 지금 청년들에게 경험 등을 들며 중요직을 주지 않는 지 의문이다. 그래서 이런 점과 좀 맞서 나가고 싶다.

-정치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있는가?

원래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갖고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09년, 광우병 파동이 있었다. 그때 친구들은 서울까지 가며 촛불시위에 참가했다. 당시에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친구들을 석연찮은 눈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학시절 경험 등을 겪으면서 사회가 잘못 설계 되어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세월호도 큰 사건이었다.

-기본소득당을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다짐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기존 진보정당과 이들이 진행하는 운동이 현 시대를 바라보는 시점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4차 산업이 허구라고 보는 분들도 많았고, 여전히 일자리 창출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서 복지제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복지제도는 일자리와 연결된 것들이 많다. 모든 것들이 소득이 기준이 된다. 모두 일을 하는 사람이 대상인 지원금이다. 하지만 지난 IMF 파동 이후 모든 정권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에 성공한 정권이 없다. 계속해서 청년문제는 심각해지고 있고 실업률도 구직 포기자도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20년이나 봤는데, 계속 일자리 창출하자는 기존 정당의 주장은 현 기대를 반영 못한다고 생각했다.

-기본소득당은 여러모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당이라는 인상이다. 어떻게 대중에게 당이 드러나길 원하나.

일단은 창당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원 이슈 정당이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일이 될 것이라 본다. 그리고 기본소득을 이름으로 걸고 있는 정당이 총선에 나와 후보들을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는 전국적으로 무상급식 선거였다. 이것의 찬반이 선거의 구도를 갈랐다. 그래서 2020년 총선을 기본소득이 키워드가 된 선거가 되길 바란다. 이것이 기본소득당의 과제다. 이 과정에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타당과 함께 기본소득이란 이슈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국민이 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 총선서 원내 진출 여부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나라도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핵심으로 하는 기본소득당이 만들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한국사회는 개인이란 것이 존재해본 적이 거의 없었던 사회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직접적으로 느낀 것이 50대 이상 주부들에게 ‘기본소득이 생기면 무엇을 할지’를 물어보면 많은 분들이 ‘여행’이라고 답한다. 자기 명의로 된 신용카드가 없는 주부들이 많고 자기를 위해 돈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주부는 개인으로써 존재한 적이 거의 없다.

예전에는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해 산업 역군들이 노력해왔다. 가령 파독 광부나 간호사 분들처럼 말이다. 이를 통해서 ‘내가 국가에 이바지 했구나’하며 국가라는 개념에 대한 감각이 생기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최근에는 1인가구가 600만에 달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런 시대에서 개인에 대한 새로운 사회계약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들이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에서 개인들 간의 관계를 조율하고 하는 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개인의 자유 확대가 더 중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싶다. 기본소득이 가구단위가 아닌 개인에게 주어져 이런 것들이 나아지길 바란다.

-기본소득당은 시대의 변화에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정치는 시대 인식이 기본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를 바꾸려하는 것이 중점이라 생각한다. 10년 전만해도 보급되지 않았던 스마트폰이 지금은 보편화 된 시대다.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관계 맺어지는 사회에서 변화를 발 빠르게 캐치하고 반응하는 것이 정치세력으로 당연히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기본소득당은 이런 변화의 한 가운데서 좌우를 구분하지 않는 다른 문법으로 정치를 풀어가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기본소득당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먼저 2020 총선에서 원내에 들어가고 싶다. 그리고 2022년 대통령에서 후보를 내보고 싶다. 한국 사회에서 전망을 바라보는 선거는 대선이 유일하다. 나머지 선거는 대부분 그때까지의 정권에 대한 평가와 심판으로 구도가 짜인다. 대통령 선거는 나라의 비전을 제시하는 중요한 선거인 것이다. 그래서 꼭 후보를 내보고 싶다.

문병곤 기자 114@00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