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탈루자 219명 총 9.2조 보유..전국 동시 세무조사
‘땅굴파기’ 등 통해 기업 자금 빼돌려..수법 갈수록 진화
끝까지 과세, 고의성 확인될 경우 검찰 고발 등 엄중 조치

이준오 국세청 조사국장은 19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탈세혐의 고액자산가 등 219명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이준오 국세청 조사국장은 19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탈세혐의 고액자산가 등 219명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국세청이 탈세 혐의가 있는 고액 자산가와 자금원이 뚜렷하지 않은 미성년·연소자 부자 등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사주일가를 포함한 고액 자산가 중, 악의적이고 교묘한 수법으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훼손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219명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최근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마찰 등 불확실한 경제 여건 속에서도 대부분 국내 기업들이 국가의 혁신성장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 사주 등 고액 자산가는 교묘한 수법으로 세금 부담없이 자신과 일가의 부를 증대·이전시키고 있어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세법망을 피한 땅굴파기(Tunneling)’ 등을 통해 기업의 자금과 사업 기회를 빼돌리고 있었다. 땅굴파기는 눈에 띄지 않게 땅굴을 파는 것처럼 회사의 이익을 사주일가 등 지배주주가 은밀하게 빼돌리는 것을 뜻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고액 자산가의 이익 빼돌리기 수법은 과거 단순한 매출누락·가공원가 계상이나 법인카드 사적사용, 증자·감자·합병·고저가 거래 등 1차적 자본거래에서 벗어나 복잡·다양·교묘한 거래구조를 설계해 외형상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되고 조세회피목적의 거래 형식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익편취 유형으로는 ▲기업자금 유출로 재무구조 부실화 ▲부당 내부거래로 기업 경쟁력 훼손 ▲변칙 상속·증여로 채권자·기타 주주 손해 등이 있다. 이로 인해 무직자·학생·미취학 아동 등 미성년·연소자가 정당한 소득·자금원 없이 고액의 부동산, 주식이나 예금을 보유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국세청은 기업자금 유출, 부당 내부거래 등을 통한 사익편취 혐의가 있는 기업 사주 등 고액 자산가와 부동산 재벌(이익 분여자 측면)뿐만 아니라, 뚜렷한 자금원이 확인되지 않는 ‘미성년·연소자 부자’(이익 수증자 측면)까지 대상으로 한 쌍방향 검증을 실시해 조사대상자를 선정했다. 

국세청 세무조사 대상인 219명 중 고액 자산가·부동산재벌은 72명(기업자금 유출 32명, 부당 내부거래 14명, 변칙 상속증여 26명)이다. 

또한 미성년·연소자 부자는 147명으로 이 중 무직은 16명, 학생 12명, 미취학 아동도 1명 포함됐다. 

사주 장남에게 대여한 자금을 거래처와 허위거래를 통해 계상한 가공부채와 상계하는 수법으로 법인자금을 변칙유출한 사례 자료=국세청
사주 장남에게 대여한 자금을 거래처와 허위거래를 통해 계상한 가공부채와 상계하는 수법으로 법인자금을 변칙유출한 사례. <자료=국세청>

A법인은 사주 장남에게 대여한 거액의 회사자금(가지급금)을 반환 받은 것처럼 조작하기 위해 거래처와 공모해 거짓세금계산서를 수취하고 가공원가 및 가공부채(미지급금)를 계상했다. 사주 장남에 대한 가공부채(가수금)를 계상해 현금이 유입된 것처럼 위장하고 허위로 유입된 현금으로 미지급금을 변제한 것으로 처리, 이후 사주 장남에 대한 가지급금과 가수금을 상계하는 수법으로 법인 자금을 변칙 유출했다.  

B법인은 해외펀드 C를 사주자녀가 지배하는 D법인의 고가발행 유상증자에 참여시키면서, D의 주식을 취득한 해외펀드 C와 풋옵션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D법인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우회적으로 사주 자녀들에게 세금 부담 없이 부당한 이익 제공해 적발됐다. 

부동산임대업자 E씨는 역세권에 위치한 꼬마빌딩을 유아인 손자에게 양도하면서 계약금만 수취한 후 상가임대 보증금 승계 외 별도 잔금지급 없이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법으로 부동산을 편법 증여하고 증여세 신고를 누락했다. 

이번 조사대상자 219명이 보유한 재산은 총 9조2000억원이다. 1000억원 이상 보유자도 32명에 달하며, 1인당 평균 419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미성년·연소자 부자는 1인당  평균 111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자산포트폴리오는 ▲주식(74억원) ▲부동산(30억원) ▲예금 등 기타자산(7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고액자산가·부동산 재벌 72명의 재산은 2012년 3조7000억원에서 2018년 7조5000억원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아울러 미성년·연소자 부자의 재산 역시 2012년 8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6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로 탈세 사실이 확인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끝까지 추적·과세하고, 세법질서에 반하는 고의적·악의적 탈루 행위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중 조치할 계획이다. 

고액 자산가 등 조사현장 사진자료. 회사 내 비밀공간에 숨겨둔 원화·외화 등 비자금 다발. 자료=국세청
[고액 자산가 등 조사현장 사진자료] 회사 내 비밀공간에 숨겨둔 원화·외화 등 비자금 다발. <자료=국세청>

특히 세무대리인 등 세무조력자가 악의적·지능적 탈세 수법 설계에 관여하는 등 포탈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법에 따라 징계하고 조사대상자와 함께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미성년·연소자 보유 고액 주식·부동산·예금의 자금출처 및 흐름을 끝까지 추적해 원천자금의 증여세 탈루를 검증할 예정이다. 

필요 시 부모 등 친·인척의 증여자금 조성 경위 및 사업소득에 대한 소득세 탈루 여부 등도 면밀히 추적·검토해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는 한 치의 양보 없이 대응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익편취 행위를 일삼는 고액 자산가 및 세금 부담 없이 부를 이전받은 미성년·연소자 부자 등의 탈루 행위에 엄정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국세행정 시스템인 NTIS 구축자료, 자체 수집한 현장정보 등을 종합분석하고, 소득·재산·지분변동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관련 정보교환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주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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