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축산 방역 구멍 뚫린 대한민국→국민적 관심 및 신중한 소비 필요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마침내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경기도 파주에 이어 연천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돼지고기는 한국인이 자주 먹는 음식인 만큼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실제 ASF가 발생한 중국의 경우 돼지고기 가격이 40% 이상 오른 바 있다. 현재 ASF에 걸린 돼지고기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국산 돼지고기를 안심하고 소비해도 되지만 소비자 불안감 확산으로 돼지고기 소비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벌써부터 손님 발길이 줄어든 식당도 속출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이미 유통된 돼지는 이상이 없지만 ASF가 발생한 이후 손님이 줄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더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전국에 내려진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해제된 19일, 양돈농장에서 돼지를 실은 차량이 충북 청주의 한 도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6시30분을 기해 전국 양돈농장과 도축장, 사료공장 등 축산 관련 시설에 48시간 동안 발동했던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해제했다. <사진=뉴시스>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전국에 내려진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해제된 지난 19일, 양돈농장에서 돼지를 실은 차량이 충북 청주의 한 도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6시30분을 기해 전국 양돈농장과 도축장, 사료공장 등 축산 관련 시설에 48시간 동안 발동했던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해제했다. <사진=뉴시스>

ASF가 국내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소비자는 물론 유통·외식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에 정부는 ASF 확산과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역수단을 동원해 방역조치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

정부가 ASF에 대해 긴박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전염력이 강하고 이병률과 폐사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ASF는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개발돼 있지 않아 살처분외 다른 대처 방법이 없어 양돈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틀 만에 돼지 이동중지명령 해제

국내 처음으로 경기도 파주에서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인 ASF가 발병된 가운데 발생 이틀만인 지난 19일 전국적으로 내려졌던 돼지 일시이동중지 조치가 해제됐다.

정부는 17일 파주에서 ASF 확진 사례가 나오자 당일 오전 6시30분부터 48시간 동안 전국 돼지농장을 비롯해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 차량 등을 대상으로 전국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발령한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19일 오전 6시30분을 기해 ASF 발생 후 내렸던 가축 전국 일시이동중지명령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이날부터 전국 도매시장에서 돼지 거래가 재개돼 물량 부족에 따라 일시적으로 오른 돼지고기 가격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ASF 첫 발생 이후 17~18일 이틀간 도매가격은 올랐지만 소비자가격은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19개 시도와 45개 전통시장, 대형마트 등에서 조사한 삼겹살 소비자가격은 16일 100g당 2013원에서 17일 2029원, 18일 2044원으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대형마트 등이 1∼2주 정도의 자체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지난달 말 현재 국내 돼지 사육 두수는 1227만 마리로 수급에도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ASF 발생에 따라 소비자의 불안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ASF는 인체감염이 없어서 사람에게는 무해하며 유통 전 모든 돼지고기를 철저히 검사해 안전한 돼지고기만 시중에 공급하므로 안심하고 소비해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도 파주에 이어 연천군에서도 ASF가 발생한 가운데 ASF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 농가의 돼지는 야생멧돼지를 통해 전염됐을 가능성은 낮다는 환경부 판단이 나왔다.

환경부 비상대응반이 17일 파주 농가 주변 현황을 긴급 점검한 결과 야생멧돼지 전염에 의한 발병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파악된 것.

해당 지역은 신도시 인근 평야지대로 주변 구릉지는 소규모로 단절돼 있어 멧돼지 서식 가능성이 낮고 마을 이장도 해당 지역에 멧돼지 활동이 없었던 것으로 전했다.

또한 임진강 하구 한강 합류지점과 10km 이상 떨어져 있어 한강을 거슬러 북한 멧돼지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현실성이 낮다.

일각에서는 멧돼지 외 야생동물에 의한 전파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멧돼지 외 동물에 의한 전파는 우리나라 멧돼지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는 물렁진드기에 의한 전파 외에는 사례가 없다. 또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없는 상태에서 육식동물에 의한 2차 감염 가능성을 상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환경부는 ASF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야생멧돼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발생 농가 주변 20km² 정도를 관리지역으로 설정하고 멧돼지 폐사체 및 이상 개체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발생 농가와 인접 구릉지 1km²에 대해서는 출입을 금지하도록 해당 지자체에 요청했다.

또한 경기 북부와 인천의 7개 시·군(고양시, 파주시, 양주시, 동두천시, 연천군, 김포시, 강화군)에 대해 멧돼지 총기 포획을 중지하도록 했다.

멧돼지 총기 포획 시 멧돼지의 이동성이 증가해 바이러스 확산을 촉진시킬 수 있음에 따라 취해진 조치다. 다만 해당 지역에서 멧돼지 이동성 증가와 관련 없는 포획틀, 포획장을 이용한 멧돼지 포획은 가능하다.

유럽연합(EU) 식품안전청 보고서에는 ASF 방역에 있어 멧돼지 개체군의 이동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환경부는 ASF 예방 차원에서 북한 접경지역과 전국 양돈농가 주변 지역에 대해 멧돼지 포획 강화조치를 5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경기 북부와 김포 이외 지역에 대해서는 기존 조치의 유지와 함께 멧돼지 이동을 증가시키지 않는 포획 강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아울러 파주시내 동물원 등 포유류 전시·사육시설에 대한 방역상태를 점검·강화하도록 조치했다.

송형근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은 “현재로서는 발생농가에서 야생멧돼지로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혹시나 있을지 모를 야생멧돼지 발생에 대비해 야생멧돼지 폐사체 발생 확인과 검사 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 연천군의 한 돼지 농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방역 관계자가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 연천군의 한 돼지 농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방역 관계자가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아프리카돼지열병 신속 대응” 한목소리 낸 여야

국내에서 ASF가 두 차례 발병하면서 정부가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발생 원인과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아 초기 방역과 추가 확산 방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현실에서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드러났다”면서 국내에서 발병한 ASF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총력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서 의원은 “정치권도 거국적으로 ASF를 막아내는 데에 동참해야한다”며 “철저한 확산방지와 함께 무엇보다 발병원인의 정확한 규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축질병 발생은 매년 되풀이 되는 전형적인 일이기 때문에 조치의 절반은 선제적인 예방뿐”이라고 덧붙였다.

서 의원은 “폐가축소각처리시설의 확충과 함께 전문성 확보, 선제적 예방 및 신속한 대응을 위한 방역청 신설이 시급하다”며 “백신개발을 위한 R&D예산 확충과 함께 방역종사자들의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서 의원을 비롯해 여야는 파주 소재 양돈농장에서 ASF가 발생한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ASF의 확산 시 양돈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바이러스 조기 차단을 위해 정부가 전력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변인은 “축산농가 및 축산시설 관계자들은 정부의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기 바란다”며 “(다만) ASF는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을뿐더러 감염 돼지고기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으니 국민은 안심하고 국산 돼지고기를 소비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ASF의 높은 위험성을 감안하면 그간 정부의 방역활동이 제대로 됐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더 이상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수준에서 방역활동이 확산방지에 충분한 것인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철저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양돈농가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재정적·세제적 지원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양돈농가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지원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출하금지 등 방역 조치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입는 양돈농가에 적절한 재정 및 세제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의 발 빠른 대처와 더불어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양돈농가가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정부는 역학조사와 정확한 원인 파악을 바탕으로 ASF에 대한 초동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더는 살처분 되는 돼지가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실을 찾아 ASF현황과 방역상황을 점검하는 사이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뒷쪽은 ASF 발생농장과 거점소독시설 위치가 표시된 경기 파주와 연천 지역 지도. <사진=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실을 찾아 ASF현황과 방역상황을 점검하는 사이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뒷쪽은 ASF 발생농장과 거점소독시설 위치가 표시된 경기 파주와 연천 지역 지도. <사진=뉴시스>

# ASF 발생지역, 병역의무 이행 일자 연기 가능

한편, ASF가 발생한 경기 파주·연천 지역에서 병역의무이행 통지서를 받은 이들이 입영을 연기할 수 있게 됐다.

병무청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 및 연천 지역의 현역병 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등 병역의무이행 통지서를 받은 사람들은 본인이 원할 경우 복무를 늦출 수 있다.

연기 대상은 본인이나 가족이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ASF 피해가 발생했거나 관련된 방역 활동 등을 직접 수행하거나 지원 활동하는 경우다.

연기 신청은 병무민원상담소나 전국에 있는 지방병무청 고객지원과에 전화 또는 병무청 홈페이지 민원포털 및 병무청 앱 민원서비스에서 하면 된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입영 연기 조치로 ASF 확산 방지와 방역 활동 등에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ASF가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돼지 살처분 작업에 힘을 쏟는 등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철저한 방역점검을 실시하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ASF가 인체 감염 위험성이 없음에도 돼지고기 섭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 더욱이 ASF가 확산되면 양돈산업의 붕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미 방역이 뚫린 상황에서 ASF로부터 양돈농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모든 감염경로를 면밀히 검토해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다. 방역당국을 비롯해 양돈농가, 관련 산업 종사자 등 국민 모두의 적극적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같은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애초 방역벽을 더욱 높이는 선제적 조치가 필수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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