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인터뷰] ‘기본소득제’로 휴머니즘 가치 외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공-인터뷰] ‘기본소득제’로 휴머니즘 가치 외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본소득제, 단순하고 효과적으로 국민 복지 보장해줄 것”
“재원 해결 어렵지 않아..결국 중요한 건 국민 공감대 형성”
  • 문병곤 기자
  • 승인 2019.09.25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뉴스=문병곤 기자] 기본소득제 이슈가 국내에서 떠오르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17년이다.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논의하면서 기본소득제 이슈는 급부상했다.

실제 당시 민주당 TV토론회에서 기본소득제라는 키워드는 ‘사드’와 ‘대연정’ 다음으로 많이 등장했다. 시기적 특수성이 있는 두 키워드와는 달리 기본소득제가 정책 이슈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기본소득이 대선을 주도했다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민들의 정책 지지도 역시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했다. 2017년 2월 치러진 대선 후보들의 정책 선호도 조사 결과 기본소득제는 16.3%의 지지율을 얻어 2위에 올랐다. 유권자 정책 성향 조사에서도 ‘기본소득을 국가가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7%가 긍정적으로 응답하기도 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보수 성향의 응답자 65% 이상이 기본소득을 찬성했다는 것. 허무맹랑한 소리로 여겨졌던 기본소득제가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정치 키워드로 대한민국 정치권에 등장한 순간이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성북갑)은 기본소득제 전파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성북갑)은 기본소득제 전파와 여론 형성에 힘쓰고 있다. <사진=유승희 의원실 제공>

“기본소득제는 정치철학이자 휴머니즘이다” 자칭 타칭 ‘기본소득제 전도사’로 알려진 유승희 민주당 의원(서울 성북 갑)의 말이다.

개개인의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인간은 기본적인 삶을 누려야 한다는 유 의원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경제불평등 문제에 고민해왔다고 말한다. 구로공단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며 직접 체감한 고민이었다.

다양한 사회 활동으로 경제불평등 해소에 노력을 해오던 그는 1995년 광명시의원으로 당선,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이후 국회의원 3선을 거치며 광폭 행보를 이어오던 그는,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기본소득위원장을 맡으며 기본소득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공평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정치적 논제에 대해 기본소득제로 답하고 있는 유 의원을 <공공뉴스>가 만나봤다.

-기본소득은 왜 필요한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인구 5000만이 넘는 국가 중 7번째로 30·50 클럽에 가입했다. 세계 최빈국에서 출발한 대한민국이 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 사실은 분명 자부할만한 성취다. 하지만 서민들은 삶이 좋아졌다고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빈부격차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90년대에는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35%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2000년대 이후 가파르게 증가했다. 불평등·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가 있다. 500만 순수 일용직 근로자의 평균 연 소득은 968만원이다. 이 중 절반은 300만원 이하를 받는다. 반면, 소득 상위 2만 여명 (0.1%)의 평균 연 소득은 약 15억 원으로, 순수 일용직 근로자 소득의 150배가 넘는다.

사람마다 모두 사정은 다르지만, 생계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최소한의 소득을 단순하고 효과적으로 보장해주는 방법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데, 이것이 기본소득의 역할이다.

선별복지 형태로 지원할 경우, 정부가 지원 대상을 가려내기 위해 지출하는 행정비용이 과다하다. 제도가 있는지 몰라서 신청을 못하는 경우도 있고,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선별복지가 오히려 사각지대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선별 지급 경우 스스로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야 한다. 수급자의 자괴감과 부정적 낙인 효과까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이러한 문제가 사라진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선거캠프에 기본소득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으로서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고민했었다. 그리고 기본소득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 후 토론회·인터뷰 등을 통해 기본소득을 소개하고 찬반토론을 거쳐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 3월 민주당에서 ‘포용적 사회안전망 강화특위’ 위원장도 맡았다.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국민들께 기본소득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기본소득의 적정금액은 얼마로 보며, 그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있는지

기본소득은 사람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소득이다. 그 금액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올 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포용성장과 기본소득 강의를 하면서 “정부가 학생들에게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얼마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당시 대다수의 학생들은 월 100만원이 좋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은 생소한 개념이고 재원 확보 가능성을 고려할 때, 월 10~30만원 규모로 시작해서 점차 확대하는 방안이 적정하다고 본다. 기본소득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는 아동수당의 경우 월 10만원이고, 어르신들께 지급되는 기초연금이 월 최대 25~30만원인 점을 고려해도 월 10~30만원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기본소득이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면 실현 불가능하다. 만약 월 30만원 씩 모든 국민에게 지급한다면, 약 180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이 경우 어떻게 180조원 재원을 확보할 지에 대해 의문이 생길 것이라 본다.

먼저 각종 근로소득 공제에 따른 조세감면 혜택을 폐지하면 약 60조원의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 또 기본소득으로 불필요해진 복지프로그램 중 아동수당 폐지로 4조원, 기초연금 폐지로 14조원, 근로·자녀 장려금 폐지로 5조원, 계층별 사회보장사업 폐지 시 57조원 등 총 80조원이 재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나머지 부족한 40조원의 재원은 증세로 채워야 한다. 부유세(국토보유세 포함)·탄소세·천연자원·주파수·지적재산권·빅데이터 등 공유자산에 대한 과세 등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모든 국민에게 월 3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안은 사실 큰 증세부담 없이 지금이라도 시행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결국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다.

지난 2018년 12월18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포용성장과 기본소득 토론회’에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유승희 의원 블로그
지난 2018년 12월18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포용성장과 기본소득 토론회’에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유승희 의원 블로그>

-일자리가 점점 적어지고 있는 추세다. 기본소득제도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보는가?

기본적으로 일자리 창출은 경제성장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하지 않으면 더 이상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 경제 불평등 수준은 더 이상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강화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

선별복지는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부담을 늘려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고소득층의 부담을 늘려 저소득층은 물론이고 중산층까지도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기본소득 도입 자체가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양극화가 해소되고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것이다.

또한 기본소득의 가장 큰 의미는 단순히 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에 여유를 준다는 점이다. 사람은 위험 부담을 이겨내고 자신이 좋아하거나 잠재성이 큰 일에 도전하면서 자유를 얻는다. 기본소득을 통해 많은 이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잠재력 있는 일에 도전하게 되면 일자리는 자연히 창출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본소득은 시장경제가 보상해 주지 못하지만,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에 국가가 보상을 준다는 의미가 있다. 가령 가사노동, 돌봄노동, 자원봉사, 협동조합·사회적 기업에서의 노동, 종교 단체에서의 봉사활동 등이다. 기본소득을 통해 사회적 가치가 있는 다양한 일자리도 생길 것으로 본다.

-소득 양극화 해소에 있어 부의 대물림 차단, 부유세 도입 등을 강조해왔는데, 우리 사회가 이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것이라 보는지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정부가 추진하는 기초생활을 넘어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포용국가 비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전형적인 저부담·저복지 구조다. 2017년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0%로 OECD 평균 25%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국민부담률 역시 27%로 OECD 평균 35%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반면,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은 11%로, OECD 평균 20%의 절반에 불과하다.

포용성장을 위해서는 사회복지 지출을 두 배 이상 확대해서 복지 수준을 OECD 평균 정도로 끌어 올려야 한다. 물론 그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 먼저 중부담·중복지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야 한다. 문제는 늘어나는 세금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하는 것인데, 부자 증세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보도를 보니, 우리 국민 67%가 부유세 도입을 찬성한다고 나왔다. 국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수가 부를 독점하고 세습하는 사회는 결코 번영할 수 없다. 변화가 필요하다. 부유세를 “부자니까 세금 더 내라”하는 식으로 징벌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 문제의식의 출발점은 우리사회의 불평등·양극화가 더는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졌다는 사실이다.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청년기본소득은 ‘포퓰리즘, 현금복지 남발’이라고 반대 논리가 여전한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금 우리 청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공정한 출발선이다. 청년기본소득은 그것을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정책이다. 그것을 포퓰리즘, 현금복지 남발이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과거에는 힘들지만 잘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지고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40년대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보다 잘 살 확률이 90%를 넘었지만, 80년대를 지나면서 그 확률이 50%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 미리 주어진 조건이 청년의 삶과 행복을 결정하고 있어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 어려운 시대가 돼버렸다.

불평등·양극화 등 자신의 힘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느끼는 절망감이 그 어떤 세대의 청년 시기보다 높은 게 지금의 청년들이다. 청년기본소득이 그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서울, 경기도 등에서 청년기본소득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정책실험을 거쳐 빠른 시일 내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청년기본소득이 도입되고, 청년들에게 공정한 출발선이 제공되길 기대한다.

-서울 성북갑 지역위원장이시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게 된다면 기본소득이란 키워드를 계속 이끌고 갈 것인지, 지역위원장으로서 기본소득제 마련에 어떻게 보탬이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는 기본소득이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주자고 하면 다양한 질문이 쏟아진다. 사회주의 아닌가? 세금 폭탄 아닌가? 누가 일 하려고 할까? 술과 도박에 빠져 나라 경제가 제대로 굴러 갈까? 잘 사는 사람에게는 왜 주는가? 가난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등이다.

하지만 이미 기본소득은 전 세계적으로 진지한 정책대안이 되고 있다. 성북갑 지역위원장으로서 기본소득에 여전히 회의적인 사람들의 그릇된 사고를 불식시키고, 변화 속에서 차이를 만들어 내는 다양한 활동을 해나갈 것이다. 기본소득 보장을 위한 정책 및 제도적 장치 등에 대해 공론화의 장을 마련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기본소득은 시민과 정치인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자발적인 시민운동과 국민운동이 필요하다. 변화는 결국 작은 실천이 모여 이뤄낸다.

성북갑 지역을 시작으로 더 많은 사람이 기본소득을 상상할 수 있도록, 그 상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과 제안을 해나갈 생각이다. 기본소득이 새로운 시대정신이 되는 성북갑,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한다.

문병곤 기자 114@00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