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들이 정씨에게 보고하지 않고 몰래 빼돌린 횡령 금액"
검찰, 한보 해외 은닉자금 추적..전담팀 편성해 수사 시작

피 생활 중 해외에서 붙잡힌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정 씨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 자금 322억원을 횡령하고 국외로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피 생활 중 해외에서 붙잡힌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정 씨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 자금 322억원을 횡령하고 국외로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회사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54)씨가 해외 도피 21년 만에 법정에 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윤종섭)는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재산국외 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 첫 공판을 진행한다. 그는 세 차례 열린 공판준비기일에 모두 불출석했지만, 이날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 정식 재판인 만큼 법정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씨 측 변호인은 현재 “공범들이 정씨에게 보고하지 않고 몰래 빼돌린 횡령 금액”이라면서도 “나머지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대체로 인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재판은 횡령 과정에서 정씨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부분을 중심으로 심리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씨는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 회사자금 2680만달러를 스위스의 차명 계좌를 통해 횡령하고 재산을 국외에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국세 253억원도 체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와 해외 도피 과정에서 필요했던 서류를 위조한 공문서위조 혐의도 받는다.

이 같은 혐의를 받았던 정씨는 지난 1998년 6월 수사 과정에서 잠적,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2008년 9월 그를 재판에 넘겼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추적 끝에 정씨를 파나마에서 검거했다.

정씨는 타인의 신상 정보를 이용해 캐나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등 신분을 세탁해서 도피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정씨 일가의 은닉 재산을 찾는 부분에도 힘을 실을 예정이다. 최근 검찰은 역외탈세, 유령법인 재산은닉을 조사하는 ‘해외 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의 새 단장은 예세민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으로 결정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정씨와 해외 도피 및 유전 사업을 함께했던 중·고교 동창과 사업 관계자들을 꾸준히 소환 조사하며 정 전 회장 일가의 은닉재산을 추적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예 부장이 합동조사단장으로 부임하면서 베일에 싸여 있던 한보그룹 일가의 불법재산이 확인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이를 추징, 국고로 환수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