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법적 장치 필요..고령화 시대 요양병원 이용자 급증
'안전한 대한민국' 표방한 정부, 현실성 있는 대책 내놔야

24일 오전 경기 김포시 풍무동 5층 건물 4층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과 의료진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이상호 기자] 지난 24일 경기 김포시 요양병원 화재로 2명이 사망하고, 5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최초 불이 난 지점은 보일러실 내 산소발생기. 전기를 끊고 진행하는 전기안전점검을 앞두고 병원 직원들이 중환자용 산소호흡기에 산소를 수동 공급하기 위한 작업을 하던 중 불꽃이 튀면서 화재로 번진 것이다. 보일러실 옆에 위치한 집중치료실에 있던 83·90세 환자는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소방당국은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보일러실의 스프링클러와 자동확산소화설비가 작동하지 않은 점을 조사 중에 있다. 이 요양병원은 지난 2017년 5월부터 2년 동안 매년 진행된 소방 점검에서 ‘스프링클러 불량’ 통보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화염과 연기를 막는 방화벽도 설치되지 않았으며, 지난해 11월 부천소방서 등이 실시한 화재안전 특별조사 때 19건의 지적을 받았다.

김포의 요양병원은 화재로 인한 제연설비도 미비했다. 연기를 차단·배출하기 위해 특별피난계단이나 비상용승강기 전실 등에 설치하는 제연설비는 건축법상 11층 이상, 높이 31m 이상 건물은 의무설치대상이지만 김포 요양병원은 5층 건물의 3·4층에 자리해 법적으로 제연설비를 설치 의무가 없었다.

이번 요양병원 사고가 과거 21명이 숨진 전남 장성효사랑병원, 3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의 악몽이 떠올려지는 이유다. ‘최근 5년간 요양병원 화재안전점검 현황’에 따르면 요양병원 2837곳 중 약 15%에 해당하는 192곳이 전기안전검사에서 1차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요양병원 192곳은 이후 시설 개보수를 통해 2차 검사에서 합격판정을 받았지만, 다중이용시설에 해당하는 요양병원은 전기안전검사를 2년에 단 1회만 실시해 여전히 잠재적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또한 소방청의 ‘요양병원 전기화재사고 현황’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요양병원 전기화재는 12건 발생했으며, 대부분 합선 및 과부하가 화재원인이었다.

10년 새 요양병원의 이용자는 5배나 급증했다. 요양병원의 특성상 입원에 있는 환자들은 거동이 불편해, 화재가 발생하면 다른 시설에 비해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터진 뒤에야 보완책을 찾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번 요양병원 화재를 통해 현실성 있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