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앞둔 삼성②] ‘국정농단’ 중심에 선 이재용, 핵심 논쟁은 ‘구속’
[국감 앞둔 삼성②] ‘국정농단’ 중심에 선 이재용, 핵심 논쟁은 ‘구속’
파기환송 된 이재용 관련 재판, 구속 가능성 높은 여론
횡령 금액만 보면 실형 가능성 높지만, 불신 높은 법원
재량권과 양승태 일당의 그림자가 남아 있어 ‘미지수’
  • 이상호·이민경 기자
  • 승인 2019.09.3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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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뉴스=이상호·이민경 기자] 오는 10월2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가 올해도 어김없이 다수의 기업인을 증인과 참고인으로 신청, 치열한 ‘증인 전쟁’을 펼쳤다. 도돌이표 ‘기업인 국감’에 재계에서는 피로감을 호소했고,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20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라는 점에서 ‘결정적 한방’을 노리는 의원들의 ‘망신주기 제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컸다. 그러나 ‘조국 정국’과 기업인 증인채택 자제 기조 아래 핵심 증인과 참고인은 모두 빠진 ‘맹탕 국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형국. 이런 가운데 해마다 국감 증인 신청 리스트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이자 삼성의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도 정무위원회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편법승계 등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에게 국감 시즌인 10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모습. 더욱이 2019년은 이 부회장에게 ‘악재의 해’로 기록되는 모양새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상반기 실적은 곤두박질을 쳤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도 부족하다는 대외적 평가가 나온 까닭.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 부회장의 재구속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삼성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그러나 이 부회장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질 않으면서 오히려 총수가 기업 이미지에 ‘독’으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이 부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일련의 잡음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책임 소지는 거의 명확한 분위기다. 그의 책임 문제가 올해 국감에서도 도마 위에 오를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 삼성 해고노동자 등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이재용 재구속 촉구, 경영권 박탈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 삼성 해고노동자 등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이재용 재구속 촉구, 경영권 박탈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월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생중계된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을 보던 이들의 소리였다.

이날 대법원은 국정농단과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횡령,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부정청탁 관련 제3자 뇌물공여죄,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을 통한 뇌물 혐의 일부를 무죄라고 판단한 것을 뒤집어, 유죄 취지로 다시 판결하라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기존 집행유예보다 높은 형을 받아 다시 구속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법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선고토록 하고 있다. 대법원이 판단한 이 부회장의 총 뇌물공여액은 약 90억원에 달했다.

기뻐하며 박수를 친 이들은 이 부회장의 재구속을 촉구하며 대법원 앞에서 3박4일 간 농성을 해온 민주노총, 민중공동행동 관계자들이었다. 민주노총은 민중공동행동과 함께 지난 2월 이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상고심 재판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이후부터 계속 ‘이재용 재구속 촉구 경영권 박탈 투쟁’을 진행해왔다. 집회, 기자회견, 1인 시위, 문화제 등을 전국적 차원에서 지속하며 해당 재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려 애써왔다.

이들의 큰 목적은 ‘재벌개혁’이다. 그리고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은 그 시작을 ‘이재용의 구속’이라고 판단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뒤 석방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이 구속되면 한국경제가 위기?

대법원의 판단에 이들은 기뻐했지만 “안도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2심 재판부가 또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재판부는 뇌물죄 유무죄 판단에 있어 대법원의 판단을 수용하더라도, 형량에 있어선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행 형법 제53조는 판사가 정상 참작해 법률상 명시된 형을 절반까지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등법원이 이 부회장의 형량을 5년이라고 판결하고도, 재량권을 발휘해 2년 6개월에서 3년 이하의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재용 부회장 등 국정농단 사건 대법 판결 비평 긴급 좌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 ‘사실상 집행유예는 어렵게 된 거 아니냐’는 질문도 있고, 거꾸로 ‘집행유예가 완전 불가능하게 된 것은 아니지 않냐’는 질문도 있다. 둘 다 맞는 말”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재계나 언론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그게 검증된 얘기인가?”라며 “현대사회에서 대기업은 전문경영인이 참여해서 체계적으로 운영되는데, 총수 개인이 구속됐다고 경영이 마비되거나 혼란이 온다는 건 SK 최태원 회장의 구속사건이나 CJ, 태광 등 여러 그룹 총수의 구속사례 등에 비추어 보아도 근거 있는 주장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재벌 대기업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경기회복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삼성에 우호적인 언론들도 이러한 경제논리를 내세워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 원리이고, 사법부가 공정하게 재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법신뢰의 근간을 이루는 내용”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도그마(재벌총수가 구속되면 재벌그룹과 한국경제가 어려워진다)에 몰입된 판결을 남발하면, 사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법원의 판결에 승복하지 않는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 역시 “이재용과 삼성의 실적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이재용이 구속돼 있던 시절 삼성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었으며, 이재용이 석방된 지금 삼성의 실적은 곤두박질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이재용의 구속과 경영권 박탈은, 삼성을 ‘이재용 승계’라는 질곡으로부터 해방하여, 제대로 운영될 계기로 기능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된 뒤 1년간 삼성전자 영업 이익은 2016년도 29조에서 2017년 53조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듬해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삼성전자 주가는 1년 6개월 동안 10%나 하락했다. 경영자가 감옥에 가면 기업 주가가 급등하고, 풀려나면 급락한 점은 삼성전자가 오너리스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현재 고법과 대법원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현재 고법과 대법원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판단, 이재용에게 사실상 유리할 수도

문제는 재벌 개혁의 신호탄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재용 구속’과 관련해 대법원의 판단이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재산국외도피죄’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산국외도피죄는 5~10억 원이면 징역 5년 이상, 50억 원 이상의 경우 무기 또는 최소 10년형이 내려진다.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 측은 “대법원은 ‘재산 국외도피 의사가 없었다’며 이재용의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 면죄부를 주었다”며 “‘재산국외도피죄’는 법령을 위반해 국내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거나, 국내로 반입해야 하는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처분 후 도피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로, 이재용과 삼성이 뇌물을 코레스포츠에 신고 없이 불법 송금했기 때문에 당연히 성립함에도 이에 대한 2심의 부당한 무죄 판결이 인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는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해 절도를 저지른 절도범에게 ‘절도죄’만 묻고, “절도의 의사만 있었을 뿐 주거침입의 의사는 없었다”며 ‘주거침입죄’에 무죄를 선고한 것과 같은, 상식을 벗어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대법원이 한편에서는 촛불 민의의 눈치를 보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최저 형량을 가진 ‘재산국외도피죄’를 제외하는 꼼수를 통해 이재용의 집행유예 상태를 유지할 여지를 고법에 남겨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삼성의 변호사’라고도 불린 대법관들과 고등법원 판사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실제 조희대·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파기환송 판단 당시 다수 의견으로 모아진 이 부회장의 뇌물죄 유죄 판단에 동의하지 않았다.

조희대·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특검이 주장하는 현안들 중 일부는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사후적으로 일부 확인되며,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의 합리화 등과 같은 여러 효과들 중 하나일 뿐”이라며 “이러한 사정만으로 승계작업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청탁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직무집행의 ‘대가’라는 점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의 법조인은 “이번 사건의 경우 박 전 대통령 요구에 이 부회장이 수동적으로 응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법원은 재벌 범죄의 ‘양형기준’에 있어 ‘가중요소’보다는 ‘감경요소’를 상대적으로 비중있게 적용해왔다. 이 부회장 사건 하급심 재판만 봐도 그렇다. ‘압박에 의한 수동적 뇌물’이라는 등의 논리들이 등장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면서 “더욱이 양승태의 잔당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고법의 판단이 어떻게 될지 섣부르게 판단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상호·이민경 기자 114@00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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