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모빌리티 시대 핵심 이동수단 부상→국민안전 위한 제도 보완 목소리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길을 걷다 보면 부모 없이 전동킥보드 혹은 외발 휠 등 전기 모터를 이용하는 이동수단을 타고 가는 아이들이 꽤 많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헬멧 등 안전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채 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모습을 본 A씨는 ‘위험하니 자녀에게 사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 B군은 A씨에게 전동킥보드를 사달라고 요구했다. 주변 친구들이 모두 타고 다닌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전동킥보드는 운전자가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 주행하더라도 차량 등 상대방이 발견하지 못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한 만큼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A씨는 결국 안전장비를 갖추고 이용하겠다는 아들의 약속을 받아냈지만 마음 한켠에 불안함은 가시질 않았다.

지난 26일 서울 금천구의 한 건물에서 충전 중인 전동킥보드의 배터리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제공=소방당국>
지난 26일 서울 금천구의 한 건물에서 충전 중인 전동킥보드의 배터리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제공=소방당국>

최근 전동킥보드나 전동스케이트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택시 타기에는 애매하고 걷기에는 먼 거리를 이용할 때 전동킥보드가 시민의 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한국교통연구원은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2022년 20만대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대책마련이 시급한 관련 법규나 제도는 이용자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 전동킥보드의 주행안전기준이 없는 데다 안전 관련 규정마저 부재한 가운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관련 법을 서둘러 손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전동킥보드 배터리 충전 시 ‘화재 주의보’

서울 금천구의 한 건물에서 충전 중인 전동킥보드 리튬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8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3시22분께 서울 금천구 소재 한 건물 지하 2층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킥보드의 리튬배터리가 폭발했다.

폭발 시 발생한 불꽃으로 주변에 불이 붙었지만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전동킥보드 1대가 모두 소실되고 다른 전동킥보드 6대가 일부 불에 타는 등 100만원 가량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과부하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리튬배터리는 휴대전화,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전기스쿠터, 드론, 무선자동차, 완구용 자동차, 디지털 카메라 등 생활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다양한 전기·전자제품에 사용된다.

리튬배터리 화재가 위험한 이유는 밀폐된 배터리 내에서 가연성 가스가 폭발적으로 연소하기 때문에 초기 진화가 쉽지 않고 발화 지점이 주로 집안 침대 매트리스 위로 주변에 가연물이 많아 순식간에 주변으로 연소 확대된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면서 전동킥보드 배터리 충전 중 폭발·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실제 소방청 집계 결과 2016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전동킥보드로 인한 화재가 17건이 발생해 2명이 숨졌고 320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화재 원인은 ▲전기적 요인 14건(82.4%) ▲교통사고 1건(5.9%) ▲미상 2건(11.8%) 순이었다. 전기적인 요인의 대부분은 ‘충전 중’ 화재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추석 연휴 첫날인 12일 2명이 사망한 광주광역시 광산구 아파트 화재는 현관문 쪽 거실에서 전동킥보드를 충전하던 중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화재로 유일한 탈출구인 현관문이 막혀 50대 부부가 피난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또한 6월12일에도 대구 중구 고시원 방안에서 전동킥보드를 충전하다 과열되면서 불이나 자체적으로 진화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따라 소방청은 전동킥보드 사용 시 과충전 보호장치 등 안전장치가 장착된 인증제품을 사용할 것으로 권고했다.

충전기 연결 시 접촉된 방향에 맞게 정확히 연결하고 충전이 완료되면 과충전이 되지 않도록 코드를 빼야 한다.

아울러 광주 화재 사례처럼 화재가 출입구에서 발생하면 거주자는 피난할 수 없기 때문에 현관문이나 비상구 근처에서 충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충전 시에는 자리를 비우거나 잠을 자는 시간대에 충전을 하지 않고 주변에 불에 탈 수 있는 가연물이 없는 안전한 곳에서 충전할 것을 당부했다.

소방청은 “전동킥보드 구매 시 반드시 인증 제품인지를 확인하고 사용 중에는 정기적으로 구매처 또는 수리점을 방문해서 전동킥보드와 충전기를 점검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인터넷 사이트 ‘보배드림’에 게시된 ‘도와주세요 한남대교 킥보드 횡단으로 인한 사고를 목격했습니다’ 영상 캡처. 동그라미 속 킥보드 운전자가 오토바이 운전자와 충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7일 인터넷 사이트 ‘보배드림’에 게시된 ‘도와주세요 한남대교 킥보드 횡단으로 인한 사고를 목격했습니다’ 영상 캡처. 동그라미 속 킥보드 운전자가 오토바이 운전자와 충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전동킥보드 사고 3년간 5배 급증..87%는 안전모 ‘깜빡’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활성화로 전동킥보드 사용량이 늘자 관련 교통사고가 5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원인의 대부분은 인도주행, 교차로 서행 미준수, 횡단 중 킥보드 탑승,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다.

이에 이용자는 반드시 안전모를 착용하고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한편 안전한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개선과 안전관리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2018년)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와 차량 간 교통사고는 총 488건이었다. 이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상해를 당했다.

사고 건수는 2016년 49건에서 2017년 181건, 2018년 258건으로 3년간 5배로 늘어나는 등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1~5월에만 이미 12건이 발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많은 사고가 났다.

지역별로 보면 공유서비스가 활성화된 서울과 경기에서 사고가 잦았다. 사고 발생 비율은 서울과 경기가 각각 26%로 가장 많았고 인천(8.8%), 충남(5.9%), 부산(5.3%) 등이 뒤를 이었다.

사고가 났을 당시 전동킥보드의 이용자 87.4%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전동킥보드를 탈 때는 꼭 안전모를 써야 한다.

그러나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안전모 착용은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일임되고 있는 실정. 사용 전 안전모 착용 체크나 안전모 제공 서비스 등이 전무해 사고 시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동킥보드는 구조상 자전거와 비교해 바퀴가 크고 이용자의 무게중심이 높다. 급정거하거나 교통사고가 났을 때 이용자가 쉽게 넘어져 머리와 얼굴 쪽을 다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안전모를 꼭 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전동킥보드와 차량 간의 사고는 전동킥보드의 역주행, 신호위반, 횡단 중 킥보드 탑승 등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교통법규 미준수에 따른 사고발생 빈도가 높았다.

연구소가 사고 영상 127건을 분석한 결과 인도를 주행하다가 이면도로 접속 구간이나 주차장 진출입로를 횡단할 때 발생한 사고와 신호등이 없는 이면도로 교차로에서 서행하지 않은 채 통행하다 발생한 충돌사고가 각각 2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인도나 자전거 도로를 통행할 수 없다.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전동킥보드 사고예방을 위해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안전모 착용, 교차로 진입 시 서행, 인도주행 금지, 횡단보도 통행 시 탑승 금지 등 올바른 이용 문화 정착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안전관리 강화 활동과 제도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새로운 교통수단의 도입 초기에 올바른 전동킥보드 이용 문화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교통법규 준수와 안전운행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9년 공유의 날’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전동 킥보드 공유서비스인 ‘킥고잉’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6월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9년 공유의 날’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전동 킥보드 공유서비스인 ‘킥고잉’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개인형 교통수단 제도적 기반 마련, ‘도시교통정비촉진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한편, 최근 전동킥보드, 전동휠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의 이용 및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형 교통수단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도시교통정비촉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일 “도시교통수단에 개인형 교통수단을 포함해 교통수요관리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개인형 교통수단의 정의조항을 신설, 개인형 교통수단을 도시교통 수요관리 수단으로 추가하는 등 개인형 교통수단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으로 대표발의한 ‘도시교통정비촉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최근 도시교통 혼잡, 자동차 과밀화로 자동차의 도시 내 이동력이 감소하면서 전동휠,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교통수단의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개인형 교통수단의 시장규모는 2017년 현재 7∼8만대 수준에서 2022년에는 20∼3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등 현행법상 규율되는 자동차 및 원동기장치자전거 외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보급속도에 따르지 못하는 제도적 정비 미비로 2014년 40건이던 개인형 교통수단 사고가 2015년 77건, 2018년 225건으로 폭증하는 등 개인형 교통수단에 대한 관리가 시급해졌다는 지적이다.

송 의원은 “이동편의를 위해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전동킥보드, 전동휠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적지 않은 사고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 통과로 개인형 교통수단이 도시교통수요관리 수단으로 관리되는 등 제도적 정비가 가능해져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게 개인형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는 스마트 모빌리티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진입장벽을 낮춘 것은 물론 새로운 이동수단의 대중화를 이끌어내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우리 생활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거나 사용법, 주의사항을 숙지하지 못한 채 운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교통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전무한 실정이다.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아 보행자뿐만 아니라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자들의 안전 역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동킥보드가 안정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약속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전동킥보드에 대한 안전 규제 정책 도입과 안전수칙 준수를 통해 하루빨리 안전한 전동킥보드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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