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밝혀지진 않았지만 방식 문제 제기
감사원, 서울교통공사 사장 해임안도 통보
서울시 즉각 반발하며 감사원에 재심 청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교통공사 등 5개 공공기관 채용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 관련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교통공사 등 5개 공공기관 채용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 관련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서울교통공사는 관련 법령에 따른 능력의 실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체의 평가 절차 없이 2018년 3월 무기계약직 1285명 전원을 일반직으로 신규 채용했다”

감사원이 지난 30일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를 발표하면서 서울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일반직) 전환 방식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감사원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관련 법령에 따른 능력의 실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체의 평가 절차 없이 2018년 3월 무기계약직 1285명 전원을 일반직으로 신규 채용했다.

감사 과정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된 1285명 가운데 192명(14.9%)이 재직자와 친인척 관계였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 과정에서 ‘채용비리’의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전환 방식’, 즉 적절한 평가 절차가 없었다는 이야기일 뿐 ‘채용비리’는 발생치 않은 것이다.

강태웅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이와 관련해 “정규직 전환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한 부분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일반직 전환자 가운데 공사 직원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192명에게 채용 비리와 관련한 위법성이 드러난 게 없다.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 비리가 없었다는 것이 명확히 확인됐다”고 말했다.

태웅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30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의혹 감사원 감사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한 후 생각에 잠겨 있다.
태웅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30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의혹 감사원 감사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한 후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의 정규직 대책과 다른 의견 낸 감사원

이 문제는 사실 자유한국당에서 시작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3월1일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일반직)으로 전환했다.

이에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을 전환된 1285명 중 직원의 친인척 관계인 사람이 108명”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을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의혹’ 관련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는 등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를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시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을 전체 90%까지 정규직화 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2016년이다. 또한 서울시와 교통공사 측은 무기계약직 채용시점에서 4개월 내지 1년 뒤에 정규직 전환 방침을 확정했고, 무기계약직 시험 당시에는 정규직 전환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이 문제를 감사원에 의뢰했다

감사 결과에서 ‘채용비리’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감사원은 “의견수렴 없이 정규직 전환 시행방안을 수립·시달했고 전환 완료기한도 촉박하게 설정했다. ‘능력의 실증’을 거쳐 임용토록 한 지방공기업법 관련 법령을 준수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시행방안에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교통공사와 같은 투자기관의 경우 정규직 전환비용(임금·처우개선 비용)을 자체 재원으로 충당하도록 하면서도 실제 자체 재원으로 충당 가능한지 검토하지 않았다”면서 “만성적자로 기존 운영비조차 자체수입으로 충당되지 않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정규직 전환 업무를 무리하게 추진하도록 하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에게는 불공정하게 채용된 무기계약직을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박 시장에게는 인사업무를 부당 처리한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에 대해 해임 등 적정한 조치를 하도록 통보하기도 했다.

감사원이 지적한 적절한 기준, 만성적자 등의 이유가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집회를 하는 모습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집회를 하는 모습.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감사원의 발표 직후 즉각 반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사진=뉴시스>

◆노동계의 반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특혜나 비리가 없는 이상 친인척이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감사 결과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조속한 정규직 전환을 위한 업무를 감시해야 할 감사원의 부실한 인식 수준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차별목적으로 만든 직제인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권장키는커녕 이미 공사에 직접고용돼 고용승계 방식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상시지속업무 수행 노동자의 전환 과정과 전환을 위한 노사합의가 마치 문제가 있다는 듯 주장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도 “전환과정에서 제도적 미비와 일부 부당한 업무처리를 빌미삼아 정규직전환이라는 중앙·지방정부 정책이 흔들리거나 후퇴해선 안 된다”며 “정부정책·노사정합의·노사합의로 시행하는 정규직화는 정치·정책적 판단의 영역인 만큼 전환규모와 시기·방법의 문제까지 관여하면 자칫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보다 엄격한 실측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인데 서울시는 이미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에서 검증을 거쳤다”며 “노동 철학과 노동권의 존중에 대해 견해 차이가 난 것이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시대적·역사적 과제에 대한 이해부족”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가 선도해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구의역 김군과 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고, 최종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가치를 실현시키는 길”이라며 감사원에 재심의를 청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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