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춘재 대면조사 이어가며 추가 DNA 확보
최초 목격자 버스안내양 증언과 전문가들의 '라포' 형성이 주요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56)가 자백했다. 9건의 화성사건 이외에도 5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경찰의 공식발표는 없으나, 범행 수법 등으로 미뤄볼 때 화성사건 직전 인근에서 발생한 연쇄 성폭행 사건의 일부가 포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씨는 1986년 9월15일부터 1991년 4월3일까지 당시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강간·살해된 화성연쇄살인사건 가운데 9건을 자신의 범행으로 인정했다. 이 가운데 1988년 9월16일 여중생이 피살된 8차 사건은 모방 범죄로 밝혀져 범인이 붙잡힌 상태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56)가 자백했다. 9건의 화성사건 이외에도 5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그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이외에도 화성 일대에서 3건, 이씨가 충북 청주로 이사한 뒤 1994년 1월 처제를 살해하기 전까지 2건 등 모두 5건의 다른 범죄도 저질렀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5건의 범죄에 대해 구체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화성 인근에서 발생한 연쇄성폭행을 비롯해 1993년 11월 청주 20대 여성 성폭행·살해 사건이 이씨의 추가 범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모두 현재까지 미제사건으로 남아있지만, 범행 수법 등으로 미뤄 이춘재의 소행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은 바 있다. 연쇄 성폭행의 경우, 피해자들을 결박한 점 등 유사한 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범행에서 둔기를 사용한 점은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차이가 있지만, 이 씨가 벌인 처제 살해 사건 당시에는 둔기가 사용된 점 등이 그 이유다.

사건의 실마리가 풀린 것은 지난 7월, 경찰이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 분석을 의뢰하면서 부터다. 경찰은 이후 5·7·9차 사건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이씨의 것이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 받았다.

당시 살해 수법은 대부분 스타킹이나 양말 등 피해자의 옷가지가 이용됐으며 끈 등을 이용해 목을 졸라 살해한 교살이 7건, 손 등 신체 부위로 목을 눌러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액살이 2건이었다. 이 가운데 일부 사건은 이씨가 주검의 주요 부위를 훼손키도 했다.

이씨는 당시 버스정류장에서 귀가하는 피해자 집 사이로 연결된 논밭 길이나 오솔길 등에 숨어 있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성폭행 피해를 가까스로 면한 여성과 용의자를 태운 버스운전사 등의 진술로 미뤄, 당시 범인을 20대 중반으로 키 165∼170㎝의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조사를 해 나갈 것”이라며 “자백의 신빙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통해 검증한 뒤에 적절한 시점을 정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씨의 조사에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3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활동 중인 베테랑 프로파일러 6명을 추가 투입됐다. 여기엔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맡아 자백을 끌어냈던 공은경 경위도 포함됐다.

이춘재가 현재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의 모습
이춘재가 현재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의 모습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프로파일러들이 잦은 대면조사를 통해 정서적 친밀감과 신뢰를 뜻하는 ‘라포’를 형성하면서 그의 심리적 방어막을 점차 무너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춘재는 애초 대면조사에서 부인으로 일관하다가 지난주부터 서서히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범행 자백에는 화성 7차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버스 안내양의 진술도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근 최면조사를 통해 버스 안내양 출신 A씨로부터 “당시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옷이 젖은 남성이 현장 근처에서 버스를 탔다. 키 170㎝ 정도의 갸름한 얼굴의 20대. 이춘재와 비슷한 용모였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뿐만 아니라 국과수로부터 4차 사건의 증거품에서도 이 씨의 DNA가 검출됐다는 결과를 회신 받았다. 화성 연쇄살인 9건 가운데 4차, 5차, 7차, 9차 사건까지 모두 4건에서 이 씨의 DNA가 확인된 것이다.

결국 목격자의 진술을 비롯해 DNA의 추가 검출, 프로파일러들의 설득 등이 이춘재의 자백을 이끌어 낸 것이다.

여기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가 가석방이 힘들어질 것 같은 상황에서 모든 범행을 자백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현재 무기수로 수감 중인 그가 1급 모범수라는 점에서 그동안 가석방에 대한 기대를 가져왔다가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후 자포자기 심정으로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춘재 자백에는 라포 형성이 주요했을 것이다. 아마 부인하는 게 소용없다라고 얼마든지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결국에는 가석방이 물 건너 갔다고 포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면담 과정 중에 여러가지로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과신을 하고 있는 상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부인하기 불가능하다라는 것(DNA 결과)을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목격자들의 진술도 이춘재가 자백을 하는데 상당 부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이어 “이춘재는 DNA를 잘 알지 못하지만, 자신을 봤던 사람들이 여러명이 나오는 부분은 틀림없이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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