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과속에 불법 주정차까지 ‘눈살’→운전자 준법의식 강화로 안전 등하굣길 조성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학교 주변에서 급브레이크 잡는 소리가 들리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등하굣길 안전이 늘 신경쓰이기 마련이다. 아이들은 차가 오는 것을 잘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키가 작아 운전자의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와 유치원 주변에는 아이들이 교통사고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도록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 지정돼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공간임에도 불구, 학교 앞에서까지 속도를 높여 쌩쌩 달리거나 등하굣길을 가로막아 불법주차를 비양심 행위가 비일비재하다. 결국 어른들의 의무를 져버리는 양심불량 운전자들이 아이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스쿨존 내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2014년~2018년)간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2458건에 달했다. <자료제공=서영교 의원실>
국회 교육위원회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스쿨존 내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2014년~2018년)간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2458건에 달했다. <자료제공=서영교 의원실>

어린 학생들의 등하굣길 안전을 위해 도입한 어린이보호구역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운전자의 무관심과 관계기관의 형식적인 관리로 스쿨존이 ‘사고존’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당국의 홍보·계도 노력과 강력한 단속에도 여전히 불법 주정차는 물론 과속운전이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어 스쿨존 선정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 이름만 ‘스쿨존’, 5년간 31명 어린이 사망

학교 주변에서 어린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하는 어린이 보호구역인 ‘스쿨존’에서 지난 5년간 31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나 어린이 보호에 빨간불이 켜졌다.

운전자는 좁은 골목길이나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어린이가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인지하고 주의해야 한다.

3일 국회 교육위원회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스쿨존 내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2014년~2018년)간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2458건에 달했다.

연도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14년 523건에서 2015년 541건, 2016년 480건, 2017년 479건, 2018년 534건으로 매년 약 50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사망한 어린이도 2014년 4명, 2015년 8명, 2016년 8명, 2017년 8명, 2018년 3명으로 총 31명이다.

같은 기간 부상자 수도 2014년 553명, 2015년 558명, 2016년 510명, 2017년 487명, 2018년 473건으로 총 2581명의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인해 다친 것으로 나타나 사상자가 2612명에 달한다.

사고건수와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는 있으나 관계부처의 꾸준한 노력과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스쿨존은 어린이들을 안전을 위해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주변 등에 설치하는 것으로 기존학교의 경우에는 학교의 장, 신축학교의 경우에는 교육감이나 구청장(어린이집)이 지자체장에게 신청하고 지자체장은 경찰청장과 협의해 반경 300m 이내의 구간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은 2018년 현재 초등학교 6146개, 유치원 7315개, 특수학교 160개, 어린이집 3108개, 학원 29개 등 1만6758개소에 지정돼 있다.

서 의원은 “스쿨존은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500명에 가까운 어린이가 죽거나 다치고 있다는 것은 어린이보호구역이 어린이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이 학교주변에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학교와 가정에서는 사고예방법을 아이들에게 주기적으로 교육해야 하고 운전자 또한 스쿨존에서만큼은 어린이가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와 행정안전부는 학교 앞에 보도가 없는 초등학교 1834개소에 대한 보도 설치 작업을 추진 중이다. 보도를 설치할 수 있는 848개 곳은 보도를 설치하고 공간이 나지 않는 986곳에 대해서는 학교 담장이나 축대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보도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서 의원은 “학생들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교육부 또한 행안부 및 지자체와 긴밀한 협조를 해나갈 필요성이 있다”며 “일례로 지자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에서 펼치고 있는 ‘엘로우카펫’ 캠페인이나 ‘규정 속도 준수 가방커버’ 등을 교육부 차원에서 제도화해 모든 학교에 설치·보급하는 등 어린이 안전에 대해 교육부가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상남도 밀양시 삼문동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내 차량들이 불법 주차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경상남도 밀양시 삼문동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내 차량들이 불법 주차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내년까지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노상주차장 모두 없앤다

스쿨존 설치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교통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는 지정은 됐지만 어린이 보호를 위한 갖가지 안전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전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과속방지시설 확충과 단속카메라 설치가 절실해 보인다.

특히 불법임에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불법 노상주차장 또한 스쿨존 내의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지난해 4월 경기도 안산시의 한 초등학교 앞 도로에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주차된 차량 사이로 뛰어나오다 지나가던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이는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안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없었다면 막을 수도 있었던 사고였던 것.

이에 행안부는 주정차가 금지된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 불법 주차 차량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린이보호구역 내 남아있는 불법 노상주차장을 내년까지 모두 없애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폐지 대상 노상주차장은 어린이보호구역 중에서도 초등학교·유치원·어린이집 등의 정문과 직접 연결된 도로에 있는 281곳으로, 법으로 금지돼 있는데도 없어지지 않고 방치돼있던 곳들이다.

지역별로는 인천 80곳, 경기 64곳, 대구 46곳, 서울 36곳, 부산 21곳, 경남 17곳 등이며 주차대수는 4354대다.

1995년 어린이보호구역 제도를 도입하면서 보호구역 내 초등학교·유치원 정문과 연결된 도로에는 노상주차장 신규설치가 금지됐다. 2011년부터는 이미 설치된 노상주차장도 의무적으로 없애도록 규정이 강화됐다. 그럼에도 주차 민원 등으로 폐지·이전이 이행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

행안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실태조사를 해 보호구역 안에 남아있는 불법 노상주차장을 찾아내 해당 지자체와 폐지·이전 계획을 상의했다.

우선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는 70곳(1205대)은 즉시 폐지 대상으로 10월까지 없애야 한다.

사고 이력이 없는 주차장 가운데 거주자용 주차장이 아니거나 초등학교 주변에 있는 59곳(845대)은 올해 말까지, 거주자용이거나 초등학교 이외 시설 주변에 있는 152곳(2304대)은 내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폐지·이전한다.

노상주차장을 폐지한 뒤 보행로를 설치해야 하는 등 정비가 필요한 경우에는 예산도 우선 배정해주기로 했다. 반면 계획대로 주차장을 없애지 않은 지자체에는 예산을 깎을 방침이다.

행안부는 불법 노상주차장이 모두 폐지될 때까지 올해 말부터 오는 2021년 6월 말까지 반기별로 이행상황을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허언욱 행안부 안전정책실장은 “생활 불편을 이유로 어린이 안전을 위한 법정 의무가 지켜지지 않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며 “다소 어렵더라도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2020년까지 불법 노상주차장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행안부와 지자체들이 이를 묵과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즐거운 마음으로 등하교를 하던 아이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 부모들 마음에 큰 상처를 안긴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교육당국과 지자체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라는 명칭에 걸맞는 운영을 반드시 펼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2일 서울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관악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찰관이 과속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3월2일 서울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관악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찰관이 과속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스쿨존에도 ‘쌩쌩 운전’..과속카메라 적발 1위 지점은?

한편, 올해 전국에서 제한 속도위반으로 가장 많은 차량이 적발된 곳은 ‘어린이보호구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민기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 지방청별 과속단속 상위 5개소’ 자료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사가정로 전농동사거리에서 배봉초교사거리 구간의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단속카메라에 적발된 과속건수가 올 6월 기준 3만8127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구간은 제한 속도 40Km/h 구간이지만 왕복4차선의 내리막 구조로 돼 있어 제한속도를 위반하는 차량이 많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특히 이 구간은 1월30일에 고정식 과속단속카메라가 처음 설치된 곳으로, 불과 6개월 만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단속 건수를 기록했다. 월 평균 7625건, 일 평균 254대의 차량이 단속된 셈이다.

다음으로 적발 건수가 많은 지점은 과천대로 과천IC인근(국립과천과학관→과천 IC 방향, 제한속도 70km/h)으로, 총 3만7560건이 적발됐다.

이어 인천 연수구 경원대로 경원고가교(동춘역사거리→원인재역삼거리 방향, 제한속도 60km/h)에서 2만9637건, 경남 밀양시 상동면 금산리 상동초등학교 앞(청도→밀양 방향, 제한속도 30km/h)에서 2만8916건, 인천 서구 인천대로 8.5km지점(서인천IC→가좌IC 방향, 제한속도 70km/h)에서 2만5665건이 적발돼 ‘과속카메라 적발 전국 상위 5개소’를 기록했다.

과속 적발 전국 3위를 기록한 인천 연수구 경원대로 경원고가교는 반대 차선(원인재역삼거리→동춘역사거리)에서도 2만4011건이 적발돼 양방향에서 과속으로 적발된 단속 건수만 5만3468건에 달했다.

김 의원은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운전자는 규정 속도를 준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경찰청에서 제출한 과속 상위 85곳 중 22곳이 초등학교 인근이나 어린이보호구역에 해당돼 운전자들의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어린이 교통안전구역임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스쿨존도 더 이상 어린이 교통사고에 있어 안전지대가 아니게 됐다.

어린이 교통사고는 안전운전 의무만 제대로 지켜도 줄일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이 2016년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 1만1264건의 가해 운전자 법규위반 유형을 분류한 결과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 6174건(54.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은 운전에 집중하며 방어 운전해야 한다는 기본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를 말한다.

어린이보호구역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자들의 준법의식이다. 제도의 주체는 규정과 시설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미래 우리나라를 짊어질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안전한 통학환경을 조성한다면 스쿨존 내 교통사고 제로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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