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화성사건 미스테리] 하나의 살인, 범인은 두명?..허위자백인가 부실수사인가
[8차 화성사건 미스테리] 하나의 살인, 범인은 두명?..허위자백인가 부실수사인가
모방범죄로 결론난 화성 8차 살인사건, 이춘재 자백
전문가들 "허위 자백할 이유 없어"..경찰 부실수사 논란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10.07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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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뉴스=김수연 기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씨가 8차 사건에 대해서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8년 발생한 8차 사건 당시 경찰은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을 통해 이를 모방범죄로 결론, 범인을 잡았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법원에서도 이 기법에 따른 감정 결과를 국내 사법사상 증거로 채택했지만, 이씨의 자백으로 사건이 30여년만에 미궁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씨가 8차 사건에 대해서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8년 발생한 8차 사건 당시 경찰은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을 통해 이를 모방범죄로 결론, 범인을 잡았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br>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씨가 8차 사건에 대해서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8년 발생한 8차 사건 당시 경찰은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을 통해 이를 모방범죄로 결론, 범인을 잡았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이씨의 자백이 사실이라면 당시 경찰의 부실수사는 물론, 법원의 증거 능력에 대한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최근 대면조사에서 이씨가 8차 화성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진술함에 따라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화성 사건을 포함해 14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는데, 이들 14건에 8차 사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태안읍 진안리(현 진안동) 자택에서 박모 양(14)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으로, 범행 수법만 놓고 보면 피해자 입에 재갈을 물리거나 옷가지로 손발을 묶는 등의 다른 화성사건처럼 ‘시그니처’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당시 경찰은 현장에서 체모를 발견, 굴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혈액형 B’, ‘체모에 다량의 티타늄 포함’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화성 일대에서 티타늄 관련 종사자 가운데 혈액형이 B형인 사람 51명을 용의선상에 올려 조사했다. 경찰은 이후 이 용의선상에 이름을 올린 윤모(당시 22, 농기계 수리공)씨의 체모가 현장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체포했다.

재판부는 당시 체모의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을 통해 “12개 중 10개가 편차 40% 이내에서 범인과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에 따라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윤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된 윤씨는 지난 2003년 5월 주간지 <시사저널>과 한 옥중 인터뷰에서 “나는 8차 사건 범인이 아니다.

직업이 농기계 용접공이었을 뿐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에서 티타늄이 나온 것은) 우연이다. 피살자 오빠와는 친구 사이로, (수사 과정에서) 맞았다”고 뒤늦게 범행을 부인했다.

이를 취재한 신호철 기자 역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씨가 자신이 한 게 절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해서 당황했다”면서 “(경찰에게) 맞았다는 얘기는 했으나 자백하던 상황을 구구절절 다시 묘사하기는 싫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윤씨의 말투가 빈정거리듯이 툭툭 내뱉는 어투였다”면서 “이 때문에 흔히 상상하는 ‘선량한 피해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재판에서도 불리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윤씨가 옥중에서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와 반복적으로 굉장히 진정성 있게 무죄 주장을 했다”면서 “굉장히 외롭다는 느낌이 들었고, 외부와 소통이 잘되는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이 이춘재와 대비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춘재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만약에 프로파일러들이 정말 진정 신뢰 관계를 잘 형성을 했으면 이 사람이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유는 지금 프로파일러와의 신뢰 관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예컨대 ‘이제는 털고 가자’라는 것이다”면서 “‘인생의 말년을 앞에 두고 더 이상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한 부담을 지기 싫다’는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서 어 수사에 협조하려는 자발적 태도를 보이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0년간 복역하다가 2009년 가석방된 것으로 알려진 윤모씨는 억울한 피해자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이 교수는 “당시 (진술과정에서) 폭력이 있었는지는 지금 알 길이 없다”면서도 “이제 재수사를 해서 이 사람의 무고함을 밝히는 것도 이춘재가 어디까지 (범죄를) 저질렀는지 밝히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 됐다”고 주장했다.

김수연 기자 114@00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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