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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스토리
[공공story] 생명을 살리는 시간
#골든타임:사건사고 접수 후 출동 지체로 큰 피해→소방차 길 터주기 양보 아닌 ‘의무’
2019. 10. 09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화재 등 재난현장에서 인명과 재산피해를 줄이기 위한 ‘골든타임’이 화두가 되고 있다. 화재 발생 후 5분 이내 화재진압을 해야 하고, 응급환자 발생 후에는 4~6분 이내가 응급처치가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골든타임을 놓치면 겉잡을 수 없는 큰 화재로 이어지거나 응급 환자의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 하지만 평소 소방차 길 터주기 등이 잘 이뤄지지 않아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 서울의 한 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관 A씨는 “과거보다 시민 의식이 많이 높아진 것은 맞지만, 좁은 골목길의 경우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고 소방차 길 터주기도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운전자 모두가 조금씩만 양보하면 모세의 기적처럼 도로가 뚫려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21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추석을 앞두고 ‘민관합동 화재 예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종로구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소방차 길터주기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월21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추석을 앞두고 ‘민관합동 화재 예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종로구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소방차 길터주기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의 소방대원들은 소방차량과 장비, 소방용수시설을 철저히 점검하고 정비한다.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유사 시 신속한 출동태세를 갖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소방관들의 노력 여하와 관계없이 출동이 늦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부 운전자들의 경우 자신의 편의만을 위해 불법 주·정차행위와 긴급출동 시 양보하지 않는 행위를 일삼기 때문.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민 개개인의 의식변화는 물론 불법주차 단속, 소방차 길 터주기 등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소방차 5분 내 현장 도착률 하락세..골든타임 넘기는 지역 4곳

차고에서 출발한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산(4분10초)과 서울(4분14초), 대구(4분40초), 광주(4분53초), 대전(4분54초)을 제외한 13개 지역은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5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경기(7분13초)와 전남(7분18초)은 7분 이상, 강원(8분17초)과 경북(8분54초)은 8분 이상 걸렸다. 일반적으로 불이 가장 크게 번지기 시작하는 시간인 7분을 화재진압의 골든타임으로 본다. 이들 4개 지역은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지역인 셈이다.

인천(6분31초)과 제주(6분29초)는 골든타임을 넘기지 않은 6분대의 평균 도착시간을 기록했으나 2015년에 비해 소요시간은 1분 이상 증가했다. 소요시간을 1분 이상 단축한 지역은 세종(5분42초)와 경남(6분21초) 뿐이다.

평균 도착시간이 증가하면서 소방차 5분 이내 현장 도착률은 ▲2015년 61.9% ▲2016년 58.8% ▲2017년 57.0% ▲2018년 56.8% ▲2019년(6월 기준) 53.3%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대비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2015년과 비교하면 전국 18개 지역 중 울산(76.3%→45.8%), 제주(70.2%→43.6%), 강원(52.9%→34.3%), 인천(64.9%→47.2%), 전남(60.3→43.1%) 등 15개 지역의 5분 이내 도착률이 하락했다.

반면 상승한 지역은 세종(43.3%→55.9%), 부산(79.9%→83.9%), 경남(48.4%→51.0%) 3곳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아직 특별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소방차 화재현장 도착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평균 도착시간도 길어지고 있는 것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라며 “각 지방자치단체들과 소방청이 긴밀한 협조로 대책을 마련하고 소방차 발견 시 길을 터줄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통해 소방차의 현장 도착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차가 신고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해마다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소방차 출동시간을 테스트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1시37분께 119 상황실에 “내가 집에 불을 지르려 하는데 5분 이내에 소방차가 오는지 보겠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A씨는 서구 중리동에 위치한 자신 명의의 주택에 라이터를 사용해 실제로 불을 지르고는 골목길로 달아났다.

소방당국은 6분 만에 현장에 도착, 20분 만에 진화를 완료했다. 불은 주택 일부를 태웠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일대 수색을 벌여 1시간여 만에 A씨를 검거했다. 체포 당시 A씨는 약간 취했으나 일반적인 대화는 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무직으로 전과나 정신질환 등의 병원 치료 전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을 지르고 신고하면 얼마나 빨리 오는지 보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지난 5월29일 광주 말바우시장에서 북부소방서 소방관들이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광주 북부소방>
지난 5월29일 광주 말바우시장에서 북부소방서 소방관들이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광주 북부소방>

# 불나면 ‘속수무책’..소방차 진입불가 구간 1000개소 넘는다

도시의 소방관들은 농촌보다 물리적인 출동 거리는 짧지만, 차량정체가 심한 데다 현장 진입이 어려운 구간도 많다. 좁은 길이나 건물 앞 주차 시스템 구조물 등으로 인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

이와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가 소방차 진입 곤란지역을 정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전국 1011개소가 안전에 취약한 실정. 화재가 나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0일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 소방차 진입불가 및 곤란구간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화재상황에서 소방차 진입이 불가하거나 곤란한 곳이 전국 1011개소에 달하며 이들 구간의 총 길이만 457km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차 진입 곤란지역’은 도로 폭 3m 이상의 도로(길) 중 이동불가능한 장애물로 인해 소방차 진입곤란 구간이 100m 이상인 지역 및 기타 상습주차(장애물)로 인해 상시 소방차 진입 및 활동에 장애를 초래하는 장소를 의미한다.

‘소방차 진입 불가지역’은 폭 2m 이하 도로(길) 또는 이동불가능한 장애물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불가한 구간이 100m 이상인 장소를 말한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소방차 진입불가·곤란구간 총 1011개소 중 주거지역이 713개소로 전체의 70%를 차지했으며 상업지역(223), 농어촌산간(5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진입불가·곤란구간의 총 길이는 457.7km나 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소방차 진입불가·곤란구간에 대비한 비상소화장치의 설치율 또한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1011개소 중 비상소화장치가 설치된 지역은 단 609개소에 불과해 설치율이 60.2%에 그친 것.

지역별 진입불가·곤란구간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299개소)이었으며 부산(57개소), 인천(50개소) 순으로 조사됐다. 비상소화장치 설치율이 낮은 지역은 경남이 25%로 가장 낮았으며 부산(33.9%), 창원(40%) 순이었다.

또한 다수의 시민이 왕래하는 전통시장의 소방차 진입곤란구간의 경우 올 6월을 기준으로 138개소 중 서울이 50개소로 가장 많았으며 인천(22개소), 경기(13개소), 대구(13개소)가 뒤를 이었다.

전통시장의 경우 의류 등 화재에 취약한 제품이 많은 데다 건물이 노후화됐고 소방차 진입도 쉽지 않아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가 커진다. 실제 지난 10년간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약 56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전기안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전통시장 화재안전점검 종합결과 보고서’를 살펴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전통시장 화재로 인한 재산피해는 558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63개소 시장, 4만6852점포에 대해 화재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시장별 종합안전등급은 A등급 30개소(8.3%), B등급 222개소(61.1%), C등급 99개소(27.3%), D등급 12개소(3.3%)로 나타났다.

안정등급 D등급 이하로 즉시 전기시설 개선이 필요한 시장은 부산(수정시장, 부산평화시장, 보수종합시장, 창선시장)과 경기(연무시장, 스타프라자전통시장, 신안프라자전통시장, 신안코아시장)에만 각각 4곳을 비롯해 서울 1곳(우림시장), 대전 1곳(대전도매시장), 제주 1곳(한림민속오일시장)이었다.

D등급은 안전도가 60 이상으로 중대한 부적합 사항이 발생해 즉시 개보수 또는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를 말한다.

아울러 화재안전점검을 실시한 4만6852점포에 대한 개별 점포의 안전등급은 A등급 1만471개소(22.3%), B등급 3만1769개소(67.8%), C등급 2122개소(4.5%), D등급 2296개소(4.9%), E등급 194개소(0.4%)로 조사됐다.

시장별 안전등급 D등급 이하 점포 비율이 가장 많은 곳은 대전도매시장(총 90곳 중 88곳), 부산평화시장(총 612곳 중 558곳), 제주 한림민속오일시장(총 120곳 중 105곳), 경기 신안코아(총 109곳 중 87곳), 경기 신안프라자(총 115곳 중 90곳) 순이었다.

김 의원은 “전통시장은 도심과 주택가의 상점가 주변에 위치하고 점포의 밀집화로 화재사고 발생 시 대형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안전점검 결과에 따라 각 점포의 부적합 전기설비의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철저한 안전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1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8월1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최근 3년반 소방시설 오작동에 ‘헛출동’ 5만건

한편, 최근 3년6개월 동안 소방시설 오작동으로 소방대원이 출동한 사례가 5만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소방시설 오작동 출동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화재감지기 등 소방시설 오작동으로 소방대원이 현장에 출동한 횟수는 5만656건, 하루 평균 약 40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16년 7347건, 2017년 1만4477건, 2018년 2만445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올해 초부터 6월 말까지 집계된 건수는 8387건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만49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7718건), 광주(6624건), 울산(3770건) 등의 순이다.

특히 서울은 2016년 413건에서 2018년 7038건으로 약 16배 증가했다. 대전의 경우 2016년 7건에서 2018년 502건으로 약 70배 급증했다.

소방청은 “소방시설 오작동의 원인으로는 낮은 단가의 저급품 화재경보기 설치, 관리부실 고장 등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방청의 ‘119 생활안전 활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6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소방관들이 소방 대응이 아닌 생활안전과 관련해 출동한 건수는 132만6520건이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벌 퇴치 및 벌집 제거가 49만9206건으로 최다였다. 이어 동물 포획(36만168건), 잠금 개방(23만1425건), 안전조치(21만883건)가 뒤를 이었다.

전 의원은 “소방관들이 소방시설 오작동을 비롯해 소방활동과 거리가 먼 생활 민원성 출동에 자주 동원되면 정작 소방력이 필요한 곳에 신속한 현장 출동이 제한되는 공백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소방관들이 화재 대응과 인명구조 등 본연의 중요한 임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보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5분 이내 도착하면 화재의 연소 확산속도를 늦추고 화재 면적의 확장을 방지할 수 있다. 또 건물 내 사람이 남아 있을 경우 진입에 수월한 환경을 만드는 데 시간을 더 쏟을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촌각을 다투는 화재발생이나 응급 구급 상황에도 싸이렌 소리를 외면하곤 한다. 심지어 심한 경우 출동하는 구급차량의 앞을 가로막거나 끼어들기도 서슴지 않는다.

물론 각자의 사정 때문에 양보를 못할 수도 있고 ‘내가 양보해주지 않아도 다른 차량이 길을 비켜주겠지’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하나둘 모이다 보면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현저하게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닥쳐온다. 불길 속에서 내 가족이나 지인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소방차 길 터주기는 양보가 아닌 ‘의무’로써 대한국민의 안전의식 문화 확산에 다함께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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