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위한 ‘불쏘시개’ 역할 여기까지” 법무부 장관 전격 사퇴
사의 표명 두고 與 “안타깝고 아쉬워” vs 野 “文대통령 사과해야”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본인 및 가족의 사모펀드 개입 등 각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던 조국 법무부 장관이 우여곡절 끝에 장관에 임명됐으나 수사의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사퇴했다. 이는 지난달 9일 취임 이후 35일 만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공약인 검찰개혁의 적임자였던 조 장관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여당은 침묵 속에 뒷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고 야당은 ‘사필귀정’, ‘만시지탄’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직접수사 축소 등 검찰개혁 방안 브리핑’을 열고 검찰 특수부 명칭 변경과 부서 축소, 수사범위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직접수사 축소 등 검찰개혁 방안 브리핑’을 열고 검찰 특수부 명칭 변경과 부서 축소, 수사범위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국, 취임 35일 만에 사퇴..“내가 내려와야 검찰개혁 성공적 완수 가능”

조 장관은 14일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사직 의사를 밝혔다.

조 장관은 “저는 오늘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는다”며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수사구조 개혁’,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 등은 오랜 소신이었다”며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 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 제기와 이어진 검찰 수사가 사퇴의 직접적 배경이었음을 비교적 명확하게 밝혔다.

그는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며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 장관은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돼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며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검찰 수사에 대한 심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조 장관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한다”며 “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글을 마쳤다.

조 장관이 전격적으로 사의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장관의 결심이었다”고 전했다.

강 수석은 이날 국회를 찾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하며 “조 장관은 계속 촛불(집회)을 지켜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민정수석이었던 조 장관을 8월9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후 부동산 이중매매 의혹, 자녀 부정입학 의혹, 일가가 운영하던 사학재단 웅동학원 관련 허위소송 의혹, 사모펀드 투자 관련 의혹 등 전방위 의혹에 휩싸이며 파장은 더욱 커졌다.

10여개의 고발장을 접수받은 검찰은 8월23일 의혹과 관련된 장소 30여군데를 동시에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국회에서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가 열렸던 지난달 6일에는 조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으나 문 대통령은 9일 임명을 강행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현안 관련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현안 관련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국 장관 사퇴에 野 “사필귀정·만시지탄”

조 장관이 취임 35일 만에 전격 사퇴를 결정한 가운데 보수 야당은 공세의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그간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사필귀정’, ‘만시지탄’ 등의 표현을 썼다. 또 조 장관 사퇴에 이어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사필귀정이고 이것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며 “정상국가로 갈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국 전 민정수석의 사퇴”라고 표현하며 “조금 늦었지만 예상대로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우습게 여겼던 이 정권이 이 부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필귀정이지만 너무 늦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대한민국을 두 동강 내고 민심이 문재인 정부를 이미 떠난 뒤늦은 사퇴”라며 “대통령과 여당은 만시지탄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만시지탄”이라며 “조 장관이 처음부터 이렇게 판단하고 장관직을 고사했다면 국민적인 갈등과 분열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원내대표는 검찰을 향해 “조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관련 의혹들에 대한 진상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조 장관의 사퇴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가족들에 대한 수사 등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에 대한 진념을 포기하지 않고 추진해온 것을 높이 평가 한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이제 정치권은 조국의 시간을 멈추고 검찰 개혁을 위한 국회의 시간을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민주당은 조 장관 사퇴에 대해 “검찰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의지와 계획이 마무리되지 못한 채 장관직을 물러나게 돼 안타깝고 아쉽다”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어려움 속에서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검찰개혁 제도화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도 조 장관의 노력과 역할”이라며 그간 조 장관의 노고를 치하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검찰에 대해선 “이제 혼란과 갈등을 넘어 검찰개혁을 반드시 완수해야 할 때”라며 “검찰은 스스로 철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한 분골쇄신으로 국민의 요구에 응답해야한다. 검찰이 할 수 있는 모든 개혁방안을 철저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길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야당에 대해서도 “광장의 목소리와 요구를 검찰개혁의 완성, 경제와 민생에 전념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정치 본연의 역할과 의무를 다할 때”라며 “야당은 국회선진화법 위반 수사에 당당히 임하고 국회 계류 중인 사법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에도 성실히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文대통령 “국민 갈등 매우 송구..검찰 개혁 끝까지 매진”

한편,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의 사퇴와 관련해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조 장관의 사태와 관련해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며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결코 헛된 꿈으로 끝나지는 않았다”며 “검찰 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검찰 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 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이 이날 발표한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돼 왔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 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이라며 “특히 검찰 개혁 방안의 결정 과정에 검찰이 참여함으로써 검찰이 개혁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개혁의 주체가 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검찰을 향해 공정한 수사관행 정립, 인권보호 수사, 모든 검사들에 대한 공평한 인사, 검찰 내부의 잘못에 대한 강력한 자기정화, 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중심에 놓는 검찰문화의 확립, 전관예우에 의한 특권의 폐지 등 스스로 개혁 의지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는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목표이며 국정과제”라며 “정부는 그 두 가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 국민의 뜻을 받들고 부족한 점을 살펴가면서 끝까지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조 장관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왔지만 법무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14일 사퇴를 발표하면서 정치권도 혼란에 휩싸였다.

임명 35일 만에 전격 사퇴한 것은 정부와 여당에 미치는 부담과 수사·재판 대응의 필요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록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게 됐지만 일각에서는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온 국민에게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 장관의 사퇴로 또다른 국면을 맞은 가운데 그의 사퇴가 또 다른 갈등 사안으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인 열망이 확인된 만큼 정치권은 이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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