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신제품 흥행에 주류 명가 부활 ‘신호탄’
각종 잡음 ‘발목’..1위 명성 되찾기도 난항 예고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하이트진로가 최근 신제품들의 인기로 주류업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러나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고심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갑질’ 공방에 일감몰아주기 재판, 게다가 박 회장의 ‘고(故) 장자연 사건’ 연루 논란까지 회사 안팎에서는 잡음이 끊이질 않아 문제가 되고 있는 것. 

더욱이 박 회장은 “‘국내 1위를 넘어 더 넓은 세계로’라는 원대한 꿈을 현실로 이루겠다”는 목표지만, 잇단 구설에 그의 꿈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최근 신제품 흥행으로 ‘주류 명가의 부활’이라는 신호탄을 쐈음에도 여전히 ‘하이트진로=만년 2위’라는 꼬리표는 떼지 못하는 분위기. 

하이트진로가 진정한 국내 최고 주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1위 명성’ 되찾기에 앞서 무엇보다 신뢰도 회복을 위한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사진=하이트진로 홈페이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사진=하이트진로 홈페이지>

◆영세 생수업체와 14년째 공방..“갑질·악질행위 고발한다”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하이트진로의 악질행위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자신을 서울 서초동 하이트진로 사옥 앞에서 노숙 시위를 벌이고 있는 50대 남성 김용태씨의 딸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하이트진로가 부담염매 행위 ‘갑질’로 자신이 운영하던 영세 생수업체 ‘마메든샘물’을 고사시켰다면서 14년째 주류 대기업 하이트진로와 맞서 싸우고 있다.

부당염매는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원가보다 훨씬 싼 금액에 상품과 용역 등을 공급하는 행위.

김씨의 딸은 “(하이트진로가)제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의 대리점에 접촉해 원가의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으로 물품을 공급하고 각종 지원을 해줘가며 거의 모든 대리점을 갈취해 갔다”고 분노했다.

또한 김씨는 이 같은 하이트진로의 ‘대리점 빼가기’ 횡포에 대해 2009년 처음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씨는 8월28일 열린 ‘갑질추방문화제’에서 직접 나서서 하이트진로의 횡포를 지적하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진로 ‘대리점 빼가기’와 관련한)1차 민원신고에 대해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원가 이하로 판매했다고 볼 수 없고 업계 관행이라며 무혐의 처리했다”지적했다.

이어 “2차 신고 후 면담 과정에서 당시 팀장은 ‘하이트진로의 범죄는 확실하다’ ‘원가의 3분의 1도 안 된다’며 민원인인 저에게 사과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답변서에는 ‘원가 이하로 판매한 것은 맞지만 본 사건에 있어 원가계산이 사건 처리에 결정적 요소가 되지 않는다’면서 공정위는 이 사건에 대해 이유 없음 심의종료 처리했다.

이에 김씨는 3차 민원을 제기했고, 공정위는 김씨에게 다시 원가를 보자고 했다.

김씨는 “1년이 아닌 5년 계약을 했으니 5년 평균가를 보자는 것이었으며, 5년 평균가 또한 원가 이하 판매한 것은 맞으나 압수수색에 의한 조사가 아니라면 저는 응할 수 없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당시 공정위 조사에 응할 수 없다고 밝힌 이유에 대해 “1차에서 원가의 3분의 1도 안 되는 세금계산서가 있고, 무상제공까지 했는데도 ‘원가 이하가 아니라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한 공정위였다”며 “또 하이트진로가 준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가 이뤄진다면 조작 자료에 의해 짜 맞춰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한마디로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의 범죄 행위를 덮어주려 혈안이 돼 있었다”고 꼬집었다.

공정위의 이 같은 행태에 참다못한 김씨는 25톤 트레일러공정위 앞 반포 대로를 가로막고 시위를 벌였으며, 교통방해죄로 49일간 옥살이를 한 뒤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당시 김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공정위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하이트진로에 대해 부당염매가 아닌 사업 활동 방해혐의를 적용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김씨는 “하이트진로는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감행했다”며 “행정소송 중 온갖 허위·위조·조작 자료로 싸웠지만 하이트진로는 2018년 7월11일 대법원에서까지 패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이트진로는 이 같은 대법원 판결에도 사과는커녕 김씨 시위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손상됐다며 김씨를 상대로 20억원 중 일부청구를 하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현재 하이트진로 사옥 앞에서 노숙 시위 중인 김씨가 시위도 할 수 없도록 가처분 재판과 형사고소도 남발했다며 김씨는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하이트진로의 고소에 따라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옥외광고물 관리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김씨는 “저는 분명 법 테두리 안에서 시위를 했다”고 강조하며 “그러나 보이지 않는 거래로 힘 있는 자에 편승해 양심을 판 이들에 의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2015년 김씨의 사건은 국회 국정감사에 채택돼 참고인 출석을 요청 받았으나, 당시 검사의 엉터리 죄목으로 긴급수배해 자택에서 체포됐고 서울구치소에 구속시켜 영장실질심사 후 풀어줬다고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공정위가 하이트진로의 범죄행위를 행정처분 하면서 저에게 ‘구제를 받아 사업을 제기하기 바란다’고 했다”며 “그러나 저는 하이트진로로부터 단돈 1원도 받지 않을 것이며 악질 기업 하이트진로를 응징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말했다.

이어 “갑질, 범죄를 저지를 수 없는 법안을 만들고 힘 있는 자에 편승해 보이지 않는 거래로 힘 없는 백성에 족쇄를 채운 판사, 검사들의 이름을 되새기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하이트진로의 악질행위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게재됐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하이트진로의 악질행위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게재됐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장자연 김밥값’ 구설 박문덕..아들 회사엔 일감몰아주기 논란

하이트진로를 둘러싼 잡음은 또 있다. 맥주캔 통행세 논란으로 현재 일감몰아주기 재판이 진행 중인 것이 이 중 하나다.

하이트진로는 박 회장 장남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서영이앤티에 10년간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하이트진로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맥주캔을 제조·유통하는 과정에서 생맥주 기기 납품업체인 서영이앤티를 거치며 통행세를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박 회장과 박 부사장이 각각 14.7%, 58.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2007년 박 부사장의 지분인수로 하이트진로 계열사로 편입했으며, 박 회장의 지분증여 등을 거쳐 하이트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 중이다. 사실상 하이트진로그룹 지배구조에서 가장 높은 위치다.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지분이 20%를 넘으면 내부거래금액 200억원, 내부거래 비중 12% 이상일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된다.

검찰은 하이트진로가 10년간 서영이앤티에 일감을 몰아줬으며, 그 결과 서영이앤티는 43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봤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지난해 1월 하이트진로에 79억5000만원, 서영이앤티에 15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또 올해 1월 검찰은 하이트진로 법인과 박 부사장, 김인규 대표이사와 김창규 상무를 불구속 기소했다.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하이트진로 승계 작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박 회장은 지난해 장자연 사건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공개된 장자연 리스트 안에 박 회장의 이름이 포함된 것.

과거 경찰 조사에서 박 회장은 장씨에게 1000만원을 준 것으로 조사됐지만, 당시 “김밥 값”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품 등에 업고 훨훨 나는 하이트진로..‘만년 2위’ 꼬리표는 여전

한편, 하이트진로는 국내 소주 1위, 맥주 2위 업체다. 조선맥주 회사를 전신으로 1993년 하이트맥주 출시했고, 2005년 진로의 소주 부문을 인수하며 현재의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됐다.

조선맥주는 창업주는 박 회장의 아버지인 故 박경복 명예회장이다. 박 회장은 박경복 회장의 차남으로, 1991년 3월 조선맥주 사장으로 취임했다.

하이트진로가 국내 주류업계 1위 기업이 되기까지는 박 회장의 역할이 주효했다. 당시 조선맥주의 브랜드 ‘크라운맥주’는 맥주업계 2위였지만 시장점유율은 20%로 낮았다.

이에 박 회장은 한 슈퍼마켓을 빌려 경쟁사 맥주와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맛 선호도에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브랜드 선호도에 있어 차이를 확인한 박 회장은 이후 신제품 개발에 몰두, 1993년 5월 하이트를 시장에 내놨다.

하이트는 1996년 처음으로 업계 1위인 동양맥주(오비맥주 전신)를 제쳤고, 사명도 하이트맥주로 변경했다.

또한 박 회장은 2000년대 초반 국내 소주 1위 기업 진로가 매물로 나왔을 당시 인수 작업에 착수했다. 하이트맥주는 경쟁업체 중 규모는 가장 작았지만, 박 회장의 과감한 전략으로 진로 인수에 성공하면서 소주 시장에 진출했다.  

하이트진로는 맥주와 소주 모두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해 왔고 이런 성과로 박 회장은 차남임에도 불구,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다 2012년 하이트는 카스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후 맥주사업은 2014년부터 영업적자로 돌아서 5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물론 최근 내놓은 필라이트, 테라가 연이어 히트를 치면서 하이트맥주는 다시 맥주 시장 돌풍의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40여년 만에 재출시한 소주 진로도 인기가 상당하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맥주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카스의 명성 때문인지 하이트진로는 소비자들 사이서는 ‘만년 2인자’라는 인식이 강하다.

현재 1세대 대형 주류업체 가운데 주인이 바뀌지 않은 곳은 하이트진로가 유일하다. 이에 박 회장이 다시 또 업계 1위로 올라서는 영광을 누릴 수 있게될 지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국민들이 인정하는 진정한 1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추락한 신뢰도를 먼저 끌어 올려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업계 1위 자리를 탈환 하더라도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 제고를 위한 박 회장의 노력이 없으면 ‘갑질’, ‘악질’이라는 오명을 달고 있는 기업에 소비자들은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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