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익명성 뒤에 숨은 무책임한 言→‘악플=살인’ 처벌 한계에 커지는 제도개선 목소리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최근 한 유명 연예인의 죽음으로 악성 댓글(악플)에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익명성 뒤에 숨어 근거도 이유도 없이 남을 비방하며 써 내려가는 악플, 그런 악플을 다는 사람을 흔히 ‘악플러’라고 부른다. 이들은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악플을 단다. 또 악플을 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혹은 관심을 끌기 위해 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악플 폭격은 당사자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그들의 가족을 비롯해 친구, 지인까지 입에도 담지 못할 악플의 과녁이 됐다. 이처럼 익명성에 기대어 한껏 큰소리를 쳤던 사람들을 검거해보면 현실 속에서는 그저 하루하루 일에 시달리는 직장인, 학생, 주부 등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악플러들은 인터넷의 익명성이 없어지지 않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책임지지 못할 말과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맞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게 문제인 만큼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게 되면 인터넷 공간은 투명해질 것이며 악플도 사라질 것이다.

지난 2016년 6월16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사거리 M스테이지에서 열린 한국콘텐츠진흥원 ‘건강한 인터넷 세상 함께 만들기’ 거리 캠페인에 참석한 시민들이 선플 강조하는 메모를 남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6년 6월16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사거리 M스테이지에서 열린 한국콘텐츠진흥원 ‘건강한 인터넷 세상 함께 만들기’ 거리 캠페인에 참석한 시민들이 선플 강조하는 메모를 남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터넷은 개인의 의견을 널리 알리는데 뛰어난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이 주는 편리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의 의견을 알리며 공감을 얻어내고 그 결과가 사회에 반영되는 등 많은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의 속성 중 ‘익명성’이라는 것이 있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도 주장이나 비판적인 의견을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악플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누리꾼들 사이에 별 죄의식 없이 일종의 놀이처럼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악플이라는 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의 대처는 소극적이다. 악플러 역시 자신의 행위가 범죄라는 것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고 이로 인해 ‘악플 범죄’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악플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처벌이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받는 식으로 끝나는 등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14일 숨진 채 발견된 걸그룹 에프엑스(f(x)) 출신 가수 겸 배우 설리(25·본명 최진리)가 생전 악플에 시달리며 심적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악플의 심각성을 비판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 연매협, ‘악플러’에 칼 빼들었다

인터넷 환경의 급격한 발전으로 사이버 공간의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악플로 인한 대중문화예술인의 정신적 고통과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되고 있다.

가수 겸 배우 설리 역시 악플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가 설리의 죽음을 애도하며 무분별한 사이버 테러, 언어폭력(악플)과 악플러 근절을 위한 초강경대응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매협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故 설리의 죽음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더 이상 근거 없는 언어폭력으로 인한 대중문화예술인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연매협 회원 소속 아티스트 보호 차원에서 초강경한 대응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매협은 “최근 익명성에 기댄 사이버 언어폭력과 악성 루머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만큼 심각성을 띄고 있다”며 “대중문화예술인이 단지 ‘공인’이라는 이유로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을 넘어서 한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그 가족과 주변인까지 고통받게 하는 사이버 테러 언어폭력을 더 이상 본 협회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매협은 2016년 6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공동으로 ‘인터넷 바른말 사용하기’ 캠페인을 진행했으나 단발성으로 끝난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연매협은 언어폭력, 악플러를 발본색원해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등 법적 조치는 물론 정부에 질의와 청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연매협은 더 이상 악성 댓글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대중문화예술인들의 명예와 인격이 실추되는 일이 없도록 사이버 테러, 언어폭력, 악플러 근절 및 방지를 위한 사회적 활동에 앞장서 나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설리는 14일 오후 3시20분께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우울증이 심한 여동생이 집에서 숨졌다’는 매니저의 신고를 접수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아역 배우 출신인 설리는 2009년 에프엑스로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2014년 악성 댓글과 루머로 고통을 호소하며 활동을 잠정 중단했고 이듬해 걸그룹을 탈퇴한 뒤 최근까지 방송 진행자, 연기자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올해는 JTBC2 예능 프로그램 ‘악플의 밤’ MC로 출연하며 악플에 대한 속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놔 주목을 받았다.

늘 솔직한 입담으로 당당해 보였던 설리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실제 인간 최진리의 속은 어둡고 내 생활은 너무 구렁텅이인데 연예인 설리로서 밖에서는 밝은 척해야 할 때가 많다”며 불안한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특히 설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소신과 생각을 밝히며 사회적 관심을 모았지만 끊임없이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설리는 악플을 단 누리꾼을 감쌌다. 그는 “악플러지만 동갑내기 친구를 전과자로 만드는 게 미안했다”며 고소를 해놓고도 선처했다고 밝혔다.

걸그룹 에프엑스(f(x)) 출신 가수 겸 배우 설리.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걸그룹 에프엑스(f(x)) 출신 가수 겸 배우 설리.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 ‘도 넘은’ 악플과 불편한 시선

설리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상에는 추모와 애도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연예인들도 생전 악플로 고통받은 설리를 애도함과 동시에 악플러들에게 쓴소리를 내뱉었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오정연은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설리의 죽음에 화두로 떠오른 무분별한 악플러들의 행태를 비판하며 ‘인터넷 실명제’ 실시를 촉구했다.

그는 “2012년 인터넷 실명제의 위헌 판정 근거는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며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 실명으로는 표현 못 할 정도의 부끄러운 글을 굳이 공론의 장에 펼쳐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무분별한)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하에 그간 몇 명의 꽃다운 생명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끝내 아스러져버렸나”라며 “극단적인 선택까진 차마 못 하더라도 억울한 고통에 시달리고 속으로 울부짖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다 헤아릴 수도 없다. 나도 그랬고 수많은 아나운서, 연예인 동료들, 비유명인들까지도 힘들어하는 걸 수없이 봤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또한 “자신의 발자취에 책임을 지니는 행동은 인간의 기본 의무인데 익명성은 그 기본을 망각하게 내버려두는 위험한 장치”라며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원하는 국민청원이 여러 건 올라왔다고 한다. 댓글조작·여론선동 방지 등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돼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는 많다. 더 늦기 전에 꼭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 방민아는 같은 날 자신의 SNS에 한 네티즌이 남긴 댓글 캡처 이미지를 게재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왜 너도 가고 싶냐 XXX야”라는 욕설이 담겼다.

이는 방민아가 14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설리를 추모하기 위해 올린 갈매기 사진 게시물에 달린 댓글이다. 이에 방민아는 “이걸 어떻게 이해를 해봐야 할까요?”라고 물으며 “신고하겠습니다”라고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방송인 하리수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설리의 죽음을 추모하며 악성 댓글을 다는 누리꾼들을 질타했다. 그는 설리 사망 소식을 두고 희화화하는 악성 댓글이 있다는 기사를 캡처하며 “이런 식으로 고인을 욕되게 하는 악플러들은 인간이긴 한 건가. 제발 온라인댓글 실명제·본인인증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바뀌었으면”이라고 토로했다.

배우 신현준은 “또 한 명의 소중한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났다”며 “악플러는 비겁하고 얼굴 없는 살인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레이노병을 앓고 있는 걸그룹 쥬얼리 출신 조민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악플을 달고 있을 사람 같지도 않은 존재들이 뿌린대로 거두기를. 아프다는 내 기사에도 익명성을 등에 업고 그거 별거 아니라고 정신병원에나 가라고 낄낄대고 있는 악마같은 쓰레기들”이라며 분노했다.

설리 소속사 선배인 천상지희 선데이도 “너한테 상처준 사람들. 인생은 부메랑이야”라며 경고했고 SM 출신 가수 현진영도 악플러들에게 “진짜 그렇게들 할거냐”고 일침했다.

설리의 사망 배경에 악플이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설리의 팬들은 물론 대중들도 악플러를 향한 분노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연예계를 넘어 다양한 곳에서 악성 댓글 문제를 지적하며 악플러 처벌과 인터넷 실명제를 요구하고 있다.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연예인 f(x) 설리를 죽음으로 몰아간 악플러들의 강력한 처벌을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설리를 죽음으로 몰아간 악플러들의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 지난해에는 **씨가 악플러로 인한 극심한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또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악플러들이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더 강하게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촉구하는 글도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란 제목의 청원글에서 “설리가 악플러들에 의해 자살을 선택했다. 아니 살인을 당했다”며 “더 이상 이와 같은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인터넷 실명제가 필요하다. 더 이상 무고한 사람들이 죽지 않기를 바란다”며 실명제 도입을 청원했다.

아울러 ‘인터넷 실명제 부활’이라는 글을 올린 청원인은 “여전히 익명의 가면 뒤로 활개치는 악플러들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인터넷 실명제는 폭주하는 인터넷의 발달을 막을 수 있는 방범책”이라고 제안했다.

청원인은 악플러를 “모습 없는 살인자”라고 지칭했다. 그는 “남을 짓밟으며 쾌감을 느꼈던, 인터넷이라는 익명 속 가면 뒤에 숨어 있던 살인자들”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인터넷 실명제를 통해 악성 댓글을 근절해 타인의 인격권을 보호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제 2의 설리 막자”..국민 10명 중 7명 ‘온라인 댓글 실명제’ 도입 찬성

한편, 국민 10명 중 7명이 ‘온라인 댓글 실명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1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에 대한 인식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찬성 응답이 69.5%로 집계됐다.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에 ‘매우 찬성’한다는 응답이 33.1%, ‘찬성하는 편’이 36.4%였다. 반면, ‘반대’라는 답변은 24.0%였고 ‘모름 또는 무응답’은 6.5%였다.

리얼미터는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에 대해 거의 모든 지역, 연령층, 이념 성향, 정당 지지층에서 찬성 여론이 대다수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은 2000년대 초반부터 논의돼 왔지만 ‘표현의 자유’ 문제와 충돌하고 ‘여론 검열’이 될 수 있다는 반론에 막혀 무산됐다.

실제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에 한해 한시적으로 실명제가 도입됐고 2007년 7월부터는 이용자 수 10만 이상 사이트는 개인정보를 입력해 가입한 뒤에야 댓글을 남길 수 있도록 부분적인 실명제를 도입했으나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났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의미있게 감소하지 않았고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위축시키고 주민번호가 없는 외국인의 인터넷 이용을 어렵게 하는 등 공익을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월 ‘인터넷 댓글 실명제’를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하루 이용자 100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댓글 서비스에서 본인 확인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또 다시 좌절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실명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은 여전히 높다. 악플이 더 이상 묵인이나 선처만으로 넘길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에 있어서 대다수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옛말에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 생각 없이 던진 말과 행동이 때로는 타인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더욱이 무심코 던진 돌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실명과 얼굴이 공개되지 않고 아이디를 사용하는 인터넷상에서 욕과 비방을 무기 삼아 돌을 마구 던지다 보면 누군가는 돌에 맞아 죽을 수도 있는 것.

다만 실명제가 정착되기까지 많은 제도적 보안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확실하게 실명검증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실명제와 함께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도 필요하다.

이에 앞서 가상공간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착돼야 하며 댓글을 달기 전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타인을 향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로 인해 오히려 자신에게 가해자 혹은 범죄자 낙인이 찍힐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