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서민형 안심대출 졸속 심사·고강도 노동 지적..이 사장 “문제없다”
블라인드 통해 직원 감시 및 혹사 주장 제기..우울증에 극단적 선택까지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따뜻한 경영’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정환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 사장의 앞뒤 다른 행보가 빈축을 사는 모양새다.

이 사장은 국민의 주거복지 향상과 삶의 질 제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그러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심사와 관련 본사와 지사 직원들을 감시하면서 혹사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을 통해 제기된 것.

특히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주금공 직원의 고강도 노동 우려가 도마 위에 오르자 이 사장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내부 불만은 고조되고 있고 일부 직원들은 우울증을 호소, 심지어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할 만큼 공사의 업무 압박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사장의 안일한 태도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심사와 관련해 본사 및 지사 직원들을 혹사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최근 직장인 익명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를 통해 제기됐다. 사진=블라인드 캡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심사와 관련해 본사 및 지사 직원들을 혹사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최근 직장인 익명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를 통해 제기됐다. <사진=블라인드 캡쳐>

◆서민형 안심대출 심사 업무 압박 스트레스에 직원 자살기도까지

주금공에서 현재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심사하고 있다고 밝힌 직원 A씨는 최근 블라인드에 공사 내부 사정을 폭로하는 글을 게재했다.

A씨는 ‘주금공’을 ‘죽음공’이라고 표현하며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심사와 관련해)윗분들이 직원들을 갈아 넣고 있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심사건수로 등수를 매기고 휴가를 내면 압박 한다”며 “‘심사왕에게는 20만원을 준다’는 문서를 올려 본인들은 할 만큼 했다는 식의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금공은 전 직원 500명에 실 심사인원은 100명 정도였다”라며 “이런 소규모 공사에서 2015년 은행 직원들이 모두 달려들어 심사했던 안심전환대출을 본인들 이익에 눈 먼 부장과 사장의 욕심으로 맡게 됐고, 약 23만건의 심사를 2달 안에 해내야만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현재 주금공 팀장 이하 모든 직원들이 본 업무를 제쳐둔 채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심사를 하고 있다.

신청된 23만건은 대부분 서류 보완이 필요한 상황. 콜센터를 통해 받은 기초서류들 조차도 직원들이 일일이 전화를 해서 받아야 하며 서버 폭주 등 이유로 온라인을 통해 정보제공 동의가 되지 않은 건들도 상당해 심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당초 주금공 본사에 심사지원반을 만들어 대부분 건들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사장 등의 판단 착오였으며, 약속한 두 달 안에 심사가 불가능해 전직원들에게 심사를 뿌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지어 뿌린 심사도 그냥 목록이다. 신청 고객 목록을 11월 말까지 계산해 전지사 모든 직원에게 뿌린 것”이라며 “목록 고객들에게 하나하나 전화하고 서류를 받고 심사하고 또 보완 받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또한 A씨는 이 사장이 지난 15일 진행된 정무위 국감에 출석해 한 발언을 언급하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당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이 사장에게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수요예측에 실패해 과연 심사를 12월 말까지 할 수 있을지, 또 부실 심사와 주 52시간 근무 위반 등이 우려 된다”고 지적하며 “두 달간 처리 가능한 물량의 6배인 24만건을 심사하는 게 가능한가”라고 이 사장에게 물었다.

이에 이 사장은 “심사를 위해 심사지원특별팀을 편성했음에도 주택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하다보니 다세대 주택을 일일이 감정 평가하는 등 시간이 걸린다”면서 “기존 업무에 장애가 되지 않고 지사 쪽에 업무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본부에서 한 개 팀을 더 만들어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주 52시간 위반 문제에 대해서는 “52시간이 되면 컴퓨터를 끄니 위반 소지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A씨는 “52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저도 양의 심사를 무작정 던져주면서 국감에서는 52시간을 지키는데 ‘문제없다’는 식으로 말씀하신 우리 사장님”이라며 “국감에서는 차질 없이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등 망언을 하셨고, 여전히 두 달 안에 끝내기 위해 직원들을 열심히 갈아 넣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예탁결제원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정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예탁결제원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정환 사장, 귀 닫고 입 막았다?..문제 없다더니 신뢰도 ‘추락’

이 밖에 A씨는 본사 내 카페의 매출이 늘었다는 점을 들어 윗분들은 ‘직원들이 한가한 것 같다’ 등 모욕적 망언을 서슴지 않았고, 심사지원반 직원들의 심사 건수로 등수를 매겨 매일 감시하고 뒤처지는 직원은 불러내 압박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공휴일 사이 휴가를 낸 직원들에게는 ‘왜 열심히 하지 않느냐’고 핀잔을 줬고, 공사의 업무 압박으로 우울증이 심해 자살 시도를 했다는 한 직원의 글도 블라인드를 통해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A씨는 “사장님께서는 매일 직원들이 심사한 건수를 보고받으며 전지사와 본사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건 절대 불가능하다’고 직원들이 아우성을 치는데도 불구하고 사장과 해당 부서장들은 직원들에게 본업무 외에 100~250개의 심사를 매일 무작정 뿌려대며 11월까지 끝내자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귀 닫고 입 막는 윗분들의 태도 답이 없다. 죽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탁상공론(卓上空論)이 아닌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금융을 실현하기 위해 임직원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공사 이익을 위해 직원들을 쥐어짜며 정작 이 사장 본인은 뒷짐만 지고 있는 듯한 모습에 내부적 위상과 신뢰도는 추락하고 있는 실정.

여기에 국감에서 지적된 부실 심사 우려 불씨도 되살아나고 있는 분위기인 가운데 과연 이 사장의 약속대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심사가 큰 진통 없이 연말까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 <공공뉴스>는 공사 측 입장 등을 들어보기 위해 담당자와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공사 내부 행사로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며 더 이상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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